[오늘의 詩] 김치

시인 안옥희
황종택 기자 | resembletree@naver.com | 입력 2021-09-23 09: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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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


                      시인 안옥희

탱탱하고 만삭인 것을 골라

속을 확인한다

노랗고 결이 곱고 촘촘한데도

목줄기 빳빳하고 억세기가 보통이 아니다


어떤 말로도 꺾을 장사가 없다
귀신도 물러선다는 왕소금
물에다 녹이고 늑골 사이 집어넣는다

억세던 목줄기가 스르르 독을 푼다
잡은 고기 맘대로 하듯이
입맛 붐비는 마늘 생강 액젖
고춧가루 야심한 욕심까지 오지게 쏜다

낯설음이 주춤 신트림과 노여움
며칠 뒤 눈으로 살금살금 맛을 본다

빨갛고 톡 쏘고 물기자분한 미혹
내 집에 길들여진 몸종
우리 가족 혀를 쓰다듬는다

짜고 맵게 맞아서 내는 새빨간 비명
엽생의 소리 식탁 위에 얼얼하다.
▲2009년 서정문학 시 등단

11회 동서문학 맥심상

7회 복숭아 문학상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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