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지도층의 성폭력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주요 정당의 당 대표가 성 비위로 사퇴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저녁 장 의원과 당무 면담을 위한 식사 자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그를 성추행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명백한 성추행의 가해를 저질렀다”고 인정했고, 장 의원은 “인간의 존엄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은 실로 컸다”고 밝혔다.
정의당 발표대로 이번 사건은 “당원과 국민들에게 부끄럽고 참담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소수, 약자를 대변하기 위해 인권과 양성평등을 전면에 내세운 정의당의 치부가 드러났다는 데서 충격이 더 크다.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잇단 성추행 문제를 앞장서 비판해 왔고,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독자 후보를 내 진보정당의 차별화된 정책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김 대표는 노회찬·심상정 전 대표 이후 당의 새 리더십으로 주목받아 온 대표적인 ‘2세대 진보 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21대 국회에 갓 입성한 동료 정치인에게 성추행을 저질러 대표직을 내놓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잇따라 성추문에 휩쓸려 자리에서 물러났다.
국가인권위는 박 전 시장 관련 안건을 심의한 결과, 그가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서울시 등 관계 기관에 피해자 보호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진보진영 남성 정치인들이 그동안 ‘젠더 이슈’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게 아니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정의당 역시 이번 사건의 발생 원인으로 ‘조직 문화’를 꼽았다.
인권위도 “유력한 정치인이었던 박 전 시장이 하위직급 공무원에게 행사한 성희롱”이라고 판단했다.
정의당은 무관용 원칙에 따라 끝까지 사후 대처를 철저히 해야 한다.
나아가 성범죄 예방교육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진보정당답게 환골탈태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다른 정치세력이나 서울시 등 지자체도 자신들의 도덕성을 되돌아보고 스스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유명 시인의 과거 행동이 도마에 올랐고 연극계, 영화계에선 성폭행 고발까지 나왔다.
권위와 위계에 눌려 성추행 피해 사실을 쉬쉬해 온 일이 많다는 현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당국은 이번 사건 외에도 철저히 조사·수사함으로써 우리 사회 전반의 성윤리를 제고시키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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