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회 전반의 성윤리 제고 계기 삼자

| news@segyelocal.com | 입력 2021-01-28 09: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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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지도층의 성폭력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주요 정당의 당 대표가 성 비위로 사퇴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저녁 장 의원과 당무 면담을 위한 식사 자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그를 성추행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명백한 성추행의 가해를 저질렀다”고 인정했고, 장 의원은 “인간의 존엄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은 실로 컸다”고 밝혔다. 

 

정의당 발표대로 이번 사건은 “당원과 국민들에게 부끄럽고 참담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소수, 약자를 대변하기 위해 인권과 양성평등을 전면에 내세운 정의당의 치부가 드러났다는 데서 충격이 더 크다.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잇단 성추행 문제를 앞장서 비판해 왔고,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독자 후보를 내 진보정당의 차별화된 정책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김 대표는 노회찬·심상정 전 대표 이후 당의 새 리더십으로 주목받아 온 대표적인 ‘2세대 진보 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21대 국회에 갓 입성한 동료 정치인에게 성추행을 저질러 대표직을 내놓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진보 진영에서는 초대형 성 비위 사건이 잇따랐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잇따라 성추문에 휩쓸려 자리에서 물러났다.

 

국가인권위는 박 전 시장 관련 안건을 심의한 결과, 그가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서울시 등 관계 기관에 피해자 보호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진보진영 남성 정치인들이 그동안 ‘젠더 이슈’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게 아니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한국사회의 성범죄는 우발적이거나 개인적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사회적 성격을 지닌다고 한다. 

 

정의당 역시 이번 사건의 발생 원인으로 ‘조직 문화’를 꼽았다. 

 

인권위도 “유력한 정치인이었던 박 전 시장이 하위직급 공무원에게 행사한 성희롱”이라고 판단했다. 

 

정의당은 무관용 원칙에 따라 끝까지 사후 대처를 철저히 해야 한다.

 

나아가 성범죄 예방교육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진보정당답게 환골탈태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다른 정치세력이나 서울시 등 지자체도 자신들의 도덕성을 되돌아보고 스스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는 2018년 1월 당시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고발 이후 각계에서 미투(MeToo) 폭로가 잇따르면서 성윤리 인식의 전환점을 마련했지만 아직 미흡하다. 

 

유명 시인의 과거 행동이 도마에 올랐고 연극계, 영화계에선 성폭행 고발까지 나왔다.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우리 사회 성폭행 민낯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자괴스럽다. 

 

권위와 위계에 눌려 성추행 피해 사실을 쉬쉬해 온 일이 많다는 현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당국은 이번 사건 외에도 철저히 조사·수사함으로써 우리 사회 전반의 성윤리를 제고시키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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