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무슨 말을 하더냐!

최문형 성균관대 유학대학 초빙교수
온라인뉴스팀 | news@segyelocal.com | 입력 2019-03-13 09: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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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문형 성균관대 유학대학 초빙교수

하늘과 땅에 깃들어 사는 모든 생명체는 순간순간 촉을 세우고 산다. 외부 환경의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다양한 반응 전략을 구사한다. 반응한다는 건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생명체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생명을 지속하는 것이다.


반면에 죽은 것은 움직이지 않고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한다. 개별 생명체도 그렇지만 공동체도 그렇다.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렸던 미국과 북한의 2차정상회담에서도 분초를 넘나드는 자극과 반응이 오고 갔다. 그만큼 팽팽한 긴장 속에 진행됐다는 뜻이리라. 그래서 회담이 결렬되고 난 지금까지도 이랬더라 저랬더라 하는 무수한 뒷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는 게 아닐까?


협상은 ‘날 것’으로 진행된다. 앞에서는 함박웃음과 미소와 다정함과 악수와 포옹이 오가지만, 이면에서는 기만과 위선이 난무한다.


기만과 위선은 점잖은 도덕 영역에서는 배제돼야 할 행위이지만, 협상과정에서의 그것들은 더 이상 인간이 배제해야 할 절대악이 아니다. 그저 난해하고 복잡한 여러 가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사용되는 인간적인 책략일 뿐이다. 그 과정에서 포장된 우정과 호의를 의심 없이 덥썩 무는 쪽이 불리하게 돼있다.

 
게다가 특정 사회가 갖는 페르소나(Persona), 즉 사회적 가면의 수준은 그 공동체의 크기와 복잡성을 반영한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용광로 사회가 갖는 다양성의 수준과, 덧붙여서 칼자루를 한 번 쥐면 놓지 않는 트럼프의 전략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맹자(孟子)’에 보면, 노(魯)나라에서 벼슬하고 있던 맹자의 제자 악정자(樂正子)가 군주 평공에게 스승인 맹자와의 만남을 권했다. 평공이 그 제안을 받아들여 떠나려 할 때, 맹자를 시기한 장창(臧倉)이란 자가 모함해 그 만남은 무산되고 만다. 접견을 주선했던 악정자는 평공을 알현해 장창의 모함을 강하게 반박하고는, 스승 맹자를 뵙고 평공과의 만남이 이뤄지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러나 맹자는 담담하게 자신이 평공과 만나지 못한 것은 장창에게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천명(天命) 때문이라고 한다. “길을 가는 것은 혹시 누가 시켜서이며, 멈춤은 혹시 저지해서이다. 그러나 가는 것과 그치는 것은 사람이 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노(魯)나라 임금을 만나지 못함은 하늘의 뜻이니, 장창이 어찌 나로 하여금 만나지 못하게 할 수 있겠는가?”


맹자는 이처럼 개인의 화복(禍福)이나 국가의 치란(治亂)에 대해 사람의 힘으로 좌지우지 할 수 없는 천명이라고 종종 해석한다.


말을 아끼는 스승 공자(孔子)에게 제자 자공(子貢)이 가르침을 구했다. 그에 대해 공자는 이렇게 말씀했다. “하늘은 아무런 말도 없이 운행하지만 사계절이 번갈아 들고 온갖 생명은 자연스럽게 생성된다.” 그러니 도대체 공자 자신이 무슨 할 말이 있어 보태겠느냐는 뜻이다.


그렇다. 자연은 겉에서 보면 정말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안에서는 생명체들이 살아내기 위한 치열한 각축이 진행된다. 식물이고 동물이고 인간이고 예외가 없다. 자극을 민감하게 알아채고 그에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하는 생명체라야 살아남는다. 공동체, 사회와 국가 또한 생명체이다. 아무 말 없는 하늘이 어떻게 운행하는지 항상 촉을 세워야 한다.


인간의 사회적 성격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동맹이 쉽게 형성되고, 깨지고, 재구축된다는 점에 있다. 인간은 오랫동안 사회적 계약을 맺어왔고 동시에 그 계약을 전략적으로 수행해 온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북한 관계 또한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앞으로 한반도의 정세와 외교적 문제는 어떻게 변화할까? 결국 계절이 바뀌고 만물이 생장하는 하늘의 질서를 따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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