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지 못한 나라에서 안전한 ‘척’ 하는 사람들

이주윤(작가지망생)
이주윤 | news@segyelocal.com | 입력 2020-04-21 10:5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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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재난영화 포스터들. (자료=각 영화사이트 갈무리)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과연 한번도 ‘안전’한 적이 있었을까? 

 

초록불인 신호등을 무시하고 휙 지나가는 차량·오토바이,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무단횡단하는 사람들, 강한 바람이 불 때면 아슬아슬하게 휘청거리는 불법간판들까지. 

 

현재의 우리는 안전과 불안전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 집 밖으로 나오면서 나를 포함해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사람이 사는 주택가에서 한창인 공사장, 안전거리를 지키지 못하고 내 옷깃을 스치듯 지나가는 거대한 트럭, 지하철을 놓치지 않으려고 무리하게 승차하려다 문끼임사고를 당할 뻔한 직장인 등….

 

상당한 위험을 느꼈던 나조차도 다치지만 않으면 된거라는, 매우 안일한 생각을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고치지 못한채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대한민국에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에 수 없이 많은 재난영화가 제작됐고, 평점이 상당히 높은 재난영화도 수두룩하다. 

 

많은 재난영화를 상영하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대부분은 안전불감증을 가지고 있다. 

 

왜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첫 번째 이유는 많은 재난영화들이 내포하고 있는 핵심주제인 ’불안전함‘에 대한 상실이다. 

 

재난영화가 어쩔수 없이 가져다 주는 ’무거움‘ 때문이기도 하며, 사람들은 대부분 ’해피엔딩’과 깔끔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재난’이라는 주제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부담감을 주기 때문에, 재난영화를 본다고 하더라도 인지도가 높은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 또는 코미디를 우유에 탄 시리얼처럼 섞은 영화가 아니고서는 흥행하기 힘들며 낮은 관람율 탓에 배급사도 많지 않다.

 

두 번째로는 재난은 지역 곳곳에 흔히 자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그런 일을 겪지 않을것이라는 안일한 생각과, 누군가가 다치고 사망자가 나와야만 소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식으로 하는 탓이 크다.

 

그 예의 대표적으로는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코로나19를 들 수 있다. 

 

인류가 살아가기 적합한 최고의 환경을 갖추고 있는 시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치료제를 개발하지 못해 전세계적으로 10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재난이라는 것은 흔히 생각하는 상식 안의 범위가 아니라 최악 중의 최악을 염려해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도 말이다. 


마지막으로 재난의 사회적 인식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얘기해 보려고 한다. 

 

앞서 말했듯 재난과 재난영화는 무거우며 부담스럽다. 

 

그렇기에 우리는 재난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는 영화 속에서도 ‘유머’를 꼭 필요로 한다. 

 

나는 그 점이 굉장히 안타깝다. 도심 전체가 유독가스로 뒤덮인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유머러스(humorous)하게 모면해 나가는 내용의 ‘엑시트’ 라는 재난영화가 대표적이다.

 

영화 제작자는 그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스노출사고의 위험성이 기억에 남게끔 표현하기 보다는 주인공들의 대처과정에서의 우스꽝스런 장면들을 더 부각해 유쾌함을 강조했다. 

 

그런 면에 있어서 나는 한국 재난영화가 주제를 상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재난을 커피에 우유 타듯 연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지만 재난은 재난 그 자체로 봐야 한다. 

 

재난은 결코 무겁지 않을 수 없다. 무겁지않은 콘텐츠를 만들어서도 안 된다. 

 

모든 이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재난교육의 콘텐츠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에 무조건적인 동의를 하지만 주제를 상실할 만큼 우스꽝스러워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공포를 유발하지 않는 재난은 그 어디에도 없으며 진정으로 안전한 세상에서 살아가길 원한다면, 재난에 대한 인식 개선과 주변에서 흔히 발생하는 안전불감증 사고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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