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서울 행정난맥 ‘반사효과’ 성장…존재감 있나

연중 기획 [지방자치 행정 해부]
4. 정체성 없는 자치행정, 경기도
민진규 대기자 | stmin@hotmail.com | 입력 2019-03-13 1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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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세기의 담판’이라고 불리며 개최된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은 성과 없이 끝났다. 소위 말하는 ‘빅딜’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가 해소돼 남북경협이라는 큰 선물이 배달될 것이라며 기대를 품었던 한국 정부는 충격에 빠졌다.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북한과 접경해 남북화해로 인한 경제적 이득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믿었던 경기도도 멘붕에 빠졌을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도는 인구가 1300만명이 넘는 한국 최대 지방자치단체이지만 서울과 마찬가지로 명확한 정체성이 없다.


서울의 자치행정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며 우왕좌왕하는 사이 반사적인 효과로 서울을 탈출한 사람과 기업이 경기도로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있는 지역이다. 경기도는 서울 다음으로 정치 및 경제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광역자치단체다. 경기도보다 더 인지도가 높은 부산, 대구, 인천, 대전, 광주 등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면서 ‘어부지리’를 확실하게 챙겼다.


필자는 서울에 살면서 경기도를 여행하거나 업무차 방문한 경험이 많은 편인데 개별 기초자치단체의 역할은 명확하게 보이는데 경기도의 존재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주변 지인들과 세상사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인데 다들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어 놀랐다. 지난 20여년 동안 경기도의 자치행정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오곡밸리모델’을 적용해 평가해 세부 지표별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광교 신청사 정치 후진성 상징
정치 중앙 정치무대에서 경기도지사는 서울시장 다음으로 주목을 받는 자리이지만 정작 좋은 평가를 받은 도지사는 없었다.


민선 도지사를 역임한 여야 정치인을 열거해 보면 이인제, 임창열, 손학규, 김문수, 남경필, 이재명 등이다. 이인제, 김문수, 남경필은 보수 정당 출신이고, 임창열, 손학규, 이재명은 진보 정당 소속 정치인이다.


김문수가 2선 도지사 출신으로 유일한 재선 경험자이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한 번만 도지사식을 경험했다.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진보와 보수가 번갈아 가면서 도지사 자리를 차지했지만 정책 변화는 거의 없었다. 경기도가 지리적으로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변두리에 불과하고 정치 및 경제적 입지에도 불구하고 도정 혁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 주요인이다.


서울 시장 출신들이 대권을 꿈꾸듯이 경기 도지사들도 하나 같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중앙정치의 그늘에서 ‘암중모색’ 했지만 성공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국회의원 몇 번 하다가 계파의 보스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발판으로 활용하는 자리가 광역자치단체장이라는 점도 서울시장과 판박이다.


역대 도지사 중에서 정치 생명이 가장 길고 끈질긴 사람은 이인제지만 나름 역할을 찾은 사람은 손학규였다.  

 

이인제는 한 때 대통령 자리에 가장 가깝게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충청도라는 지역적 기반이 부재해 찻잔 속의 미풍에 그쳤던 인물이다. 국내에서는 영남과 호남이 가장 강력한 정치세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손학규는 학자 출신으로 보수정당 후보로 정치에 입문했지만 진보를 아우르며 입지를 확대한 인물이다. 안철수와 같은 차세대 정치인의 멘토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여의도로 귀환했지만 체면을 구기고 있다.


현 도지사인 이재명도 방송출연과 트위터 등으로 정치 외연을 넓혀 성남시장에서 도지사자리까지 차지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경기도도 자치단체장이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기 때문에 의회나 기초자치단체의 역할이나 위상은 초라한 편이다. 수원과 성남과 같은 대형 도시의 시민조차도 시장이 누구인지조차 관심이 없다. 나름 열심히 자신이 행정을 맡은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겠지만 ‘오십보백보’식의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도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 경기도청 본관 앞 조각상. 경기도는 내년 광교의 22층 첨단 유리건물로 이사가 계획돼 있지만 단순 행정서비스를 수행하는 도청이나 도의회 건물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고층 유리건물로 지어져야 하는 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사진=세계로컬타임즈 DB)

 

 

얼마 전 수원에 위치하고 있는 경기도청과 의회를 방문했다. 도청 본관은 1978년 건설돼 오래되고 낮은 건물이었지만 도의회 건물은 화강석 석재로 건축된 위압적인 자태가 기억에 남는다. 야트막한 산자락에 고즈넉이 자리 잡은 청사에 애정이 갔는데 2020년 광교 신도시에 짓고 있는 22층짜리 신축 최첨단 유리 건물로 옮긴다니 안타까웠다. 역시 한국 정치인은 장소와 건물의 역사적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세계는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그린 에너지’를 모토로 건물을 짓는데 단순 행정서비스를 수행하는데 불과한 도청이나 도의회의 건물을 하마처럼 에너지를 집어삼키는 고층 유리 건물로 지어야 하는지 의문스러웠다. 경기도의 성장은 자치단체의 능력이 아니라 서울시의 무능한 행정으로 인해 거저 얻은 결과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역사적이나 지리적으로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는 자치단체가 수없이 많지만 협소한 지역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서울 자치단체와 마찬가지로 ‘일렬종대’로 도정에 줄 서는 자치행정으로 정상적인 발전은 불가능하다. 덩치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고 있는데 반해 정작 중요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는 부실한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에 해당된다.


경기도의 정치는 도심 재개발이나 디자인 서울과 같이 토목행정이라도 펼친 서울과 달리 ‘자유방임’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별 기초 자치단체가 독자생존 모델로 ‘좌충우돌’하면서 모래알과 같은 형국이다. 결과적으로 중앙 정치에 예속돼 봄바람에 휘청대듯 좌우로 흔들리는 보리와 같다.


정치가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은 공무원과 지역 주민들도 책임도 크다. 철저하게 지역 이기주의에 기반한 투표행위로 자치행정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부 지역 호족 세력들이 자신의 재산과 권력을 확대하기 위해 공무원을 동원하는 것도 지역 개발 호재가 많은 경기도 행정의 특정이다. 도의원들도 도지사를 견제해야 하는 정치보다는 자신의 이권 챙기기가 우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남부 이외 개발에 뒤처져 균형발전 필요
경제 경기도는 28개 시와 3개 군으로 구성돼 있으며 경제격차는 경기 남부와 북부로 확연하게 구분된다. 남북한 군사적 대치상황의 산물인 휴전선과 붙어 있다는 이유로 개발이 안 된 경기 북부와 서울을 탈출한 기업들이 둥지를 튼 경기 남부의 경제상황은 180도 다르다. 경기도가 북부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 의정부에 2청사를 오픈했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2019년 경기도 예산은 24조3604억원으로 2018년 21조9760억원에 비해 10.9% 증가했다. 가장 많이 늘어난 부문은 복지로 복지 예산은 8조9187억원이며 2018년 대비 23.5% 늘어난 증가분만 1조6996억원에 달한다. 2019년 서울시 예산에 버금갈 정도이고, 선심성 복지예산이 늘어나는 현상은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현 도지사인 이재명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며 지역상권 살리기, 청년실업자 구제 등에 관한 정책으로 언론의 초점을 받았다. 하지만 행정능력보다는‘천당 위의 분당’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천혜의 주거단지 프리미엄을 업고 낙후된 구도심에 짧은 서광만 비췄다. 소모적인 복지행정만으로 복잡한 경기도의 경제를 골고루 발전시킬 수는 없다.


최근 SK하이닉스반도체가 경기도 용인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건설하기로 결정했지만 경기도가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경기도가 자랑하는 수원과 기흥의 삼성그룹 클러스터, 파주의 LGD의 클러스터, 성남 판교의 테크노밸리 등도 경기도의 행정과는 관계가 멀다.


서울에 위치할 수 없는 공장이나 공해산업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이룬 개발전략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안산의 반월공단도 수도권 공단의 심장역할을 수행했지만 엔진이 꺼져가고 있으며, 평택항은 덩치에 비해 경제 유발효과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대규모 공단과 공장이 떠난 자리에는 어김없이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는 아파트 공사를 하는 것도 변함이 없다.


경기 북부뿐만 아니라 농촌 지역에 위치했거나 단순 베드타운 역할 이상을 수행하지 못하는 자치단체의 경우에는 소득 수준이 낮을 뿐만 아니라 생업을 위해 서울로 출퇴근하는 교통비도 많이 드는 편이다. 전철, 광역버스 등이 잘 개발된 경기 남부에 비해 경기북부나 외곽지역의 주민들은 생활교통비용도 더 많이 지출하고 있다.


경기도도 31개 시·군을 균형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특히 낙후된 북부지역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남북경협이 필수적이지만 북미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져 계획대로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의정부와 동두천 이북은 높은 집값을 피해 서울을 탈출하는 청년층을 유인할 매력도 부족해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없다면 발전계획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경기 동부지역도 난 개발로 몸살을 앓으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전형적인 베드타운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균형발전을 위해 교통인프라부터 정비해야 하지만 북부지역과 외곽지역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 다음 호에 계속 - / 민진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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