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위반 아닌데”…법 강화 이전 허가 업체 화재 취약

소비자원, 안전실태 조사…“95%가 미흡, 소화기 등 의무화 필요”
임현지 | hj@segyelocal.com | 입력 2019-10-24 10: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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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업소 완강기 및 비상구 통로 부적합 사례. (사진=소비자원 제공)

 

[세계로컬타임즈 임현지 기자] 일부 숙박업소에서 강화된 소방시설법을 적용하지 않아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완강기 및 소화기 설치 등에 대한 법이 바뀌었지만, 개정 전 인·허가를 받은 업소의 경우 이를 적용하지 않아도 화재안전기준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4일 한국소비자원이 서울·경기 등 수도권 내 일반숙박업소(모텔·여관 등) 20개소의 완강기 및 소화기구, 스프링클러 등 화재안전시설에 대한 안전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 19개소(95%)가 완강기 설치 기준에 미흡했다. 


기존 법은 객실 내 완강기 또는 간이 완강기에 대한 개수에 대한 언급 없이 설치에 대해서만 명시돼 있었다. 이후 지난 2015년 1월 ‘소방시설법’ 개정에 따라 2개 이상 설치하도록 강화됐다. 그러나 법 개정 이후에 인·허가를 받은 숙박업소에만 법이 적용됐다. 


완강기를 사용해 탈출하는 통로인 개구부 크기에 대해서도 2008년 12월부터 기준이 마련됐으나, 이전에 인허가를 받은 숙박업소는 이를 적용받지 않고 있다. 이에 조사 대상 20개소 중 객실 내 개구부의 경우 8개(40%)가, 객실 외 개구부는 14개소(70%)가 기준에 미흡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간이 완강기는 1인이 1회만 사용할 수 있는데 실제 숙박업소 객실은 2인 또는 그 이상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개구부 역시 기준에 맞게 갖춰져 있지 않으면 완강기 사용이 불가하므로 개정된 기준을 적용해 안전실태를 조사했다”라고 설명했다.


스프링클러 역시 법망을 피해 가고 있었다. 스프링클러는 지난해 1월 11층 이상에서 6층 이상 특정소방대상물에 설치되도록 법이 개정됐다. 그러나 조사 대상 모두가 법 기준에 해당하는 건물이지만 개정 전 인·허가를 받아, 단 한 곳도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 전경. (사진=음성군 제공)

화재 발생 시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는 소화기도 마찬가지. 소방시설법에 따라 연면적 33㎡ 이상인 건축물에는 소화기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조사대상 20개소 모두 객실 바닥 면적이 33㎡ 이하로 소화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기준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조사 대상 중 18개소(90%)가 객실 내 소화기를 구비하지 않았으며, 객실 외 복도에 구비된 소화기 역시 3개소(15%)가 10년을 경과해 부적합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숙박업소에서 발생한 화재 417건 중 119건(28%)이 객실 내 발화가 원인”이라며 “이로 인해 다수의 사망·부상 사고가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초기에 화재 진압이 가능하도록 객실 면적과 상관없이 소화기 구비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법 개정과 상관없이 재난 발생에 취약한 업소도 있었다. 조사 대상 중 19개소(95%)는 비상구 통로에 장애물이 놓여있어 화재 때 신속 대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시각경보장치는 높이 2m 이상 2.5m 이하의 위치에 설치해야 하지만, 12개소(60%)는 시각경보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6개소(30%)는 높이가 기준에 맞지 않았다. 2개소(10%)는 휴대용 비상 조명등도 설치돼있지 않았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소방청에 ▲숙박업소 내 소방시설 관리·감독 강화 ▲완강기 설치 강화 기준 소급 적용 ▲객실 내 소화기 비치 의무화 등을 요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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