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 가장 위험직업 꼽혀…운항 과실이 위험 키운다

연중 기획 [K-Safety 문화 운동]
6. 어선의 안전진단
민진규 대기자 | stmin@hotmail.com | 입력 2019-03-13 11: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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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군으로 어업을 꼽고 있으며 어선원의 재해율은 다른 직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편이다. 일부 미국 언론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으로 베링해에서 킹크랩을 잡는 어부를 소개하기도 한다.


남극이나 북극과 같은 원양에서 어로작업을 하는 원양어선보다는 연근해어선의 위험은 낮은 편이지만 여전히 위험한 직업에 속한다.


미래의 식량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바다를 관리하는 수산업은 한국경제에서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농업과 축산업의 그늘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했다. 연근해 어장의 어족자원의 고갈, 원양어업의 치열한 경쟁, 어민들의 고령화와 영세화 등으로 인해 한국 수산업도 혁명적 변화가 없다면 지속가능성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해양사고의 주원인은 경계소홀, 항행법규 위반, 선내 작업안전수칙 미준수 등 운항과실이 대부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관계기관의 엄격한 관리와 해양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선박 자체고장이나 기상요소와 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사고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어선의 안전을 평가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안전진단 모델’을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속초항에 정박중인 소형어선.(사진=세계로컬타임즈 DB)

 

 ◆낡은 소형 어선 무리한 조업 사고 급증
한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어선 조난사고는 1976년 10월 발생했다. 동해에 발생한 폭풍으로 20여척의 어선이 침몰하거나 실종되면서 약 408명에 달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낡은 소형 어선으로 울릉도 동쪽 대화퇴(大和堆) 어장까지 나갔지만 사고를 보고할 무전기, 방향탐지기, 레이더 등의 장비를 부실하게 갖췄다. 당시 기상청의 일기예보도 정확하지 않았고, 통신장비 부실로 구조작업도 신속하지 진행되지 않아 피해를 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어선사고는 1646건으로 2013년 727건에 비해 2.3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동기간 연근해어선의 숫자는 2013년 4만7,493척에서 4만3,806척으로 감소했다. 정부가 노후 어선을 줄이는 감척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안여객선과 마찬가지로 어선의 노후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연안어선의 17.53%, 근해어선의 33.74%가 선령이 21년 이상으로 나타났다. 어선사고의 원인은 2016년 기준 기관손상이 전체의 32%를 차지했다. 바다 중에서는 남해에서 사고가 가장 많아 발생했고, 서해와 동해 순으로 조사됐다.


낡은 배로 연근해에서만 조업을 늘리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엄격하게 보호해야 할 치어를 잡거나 산란기 조업중단도 지키지 않아 어족자원이 줄어들고 있다. 남획으로 인해 연근해 어장이 황폐화되고 어선의 노후화로 연근해어업 생산량도 2016년 기준 100만톤 아래로 추락해 수익성도 악화됐다.

 

K-안전진단 모델로 평가한 어선.

 

◆낚시인구 증가 불구 관리감독 못따라가
⦁사고발생 가능성 평가 어선이 낡아 기관실의 배전반의 전기로 인한 화재가 많은 편이다. 노후화된 전선의 끊김, 누전이나 합성 등으로 인한 불꽃이 화재로 이어진다. 소형 선박에 사용되는 섬유강화플라스틱(FRP)도 화재발생 시 불이 번지는 속도가 빨라 대형 안전사고 이어지는 원인이 된다. 겨울철에는 어선에서 난방을 목적으로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화재 발생이 늘어난다.


해양수산부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어선의 85% 이상이 5톤 미만의 소형선박으로 나타났다. 어선의 규모도 대부분 작기 때문에 단순한 기관고장으로 표류하더라고 치명적인 인명피해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수산자원의 고갈로 인해 생계를 위해 무리하게 조업을 강행하는 것도 어선의 안전사고가 늘어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어선원도 과도한 노동과 다중 작업에 내몰리고 있어 만성피로로 사고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다. 청년층이 어업을 기피하면서 언어소통이 어려운 해외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는 것도 안전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는 수산물 선별, 기자재 정리 등 단순 노동을 맡고 있다.


2017년 기준 국내에서 낚시를 취미로 하는 인구가 700만명이 넘고, 이중 300만명은 낚시 어선을 이용해 바다낚시를 즐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양경찰은 해양에서의 사고 예방과 질서유지의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낚시 어선은 해양수산부의 주관으로 시군구에서 관리하면서 관리 중복으로 인해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낚시관리 및 육성법’ 시행령을 개정해 낚시 어선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태풍·풍랑·강풍 주의보나 경보뿐만 아니라 예비특보가 발표된 경우, 초당 풍속 12m 이상, 파고 2m 이상의 예보가 발표되면 낚시어선은 출항할 수 없다. 항해용 레이더 등 야간운항 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일몰 후에서 일출 전까지 운항이 제한된다.  

 

선실에는 2개 이상의 비상탈출구를 확보해야 하며, 정원이 13명 이상이면 선박자동식별장치, 구명뗏목, 조난위치자동발신장치 등을 장착해야 한다. 선박이 전복된 경우에 탈출을 용이하게 하고, 조난 시 해양경찰이 위치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어선의 노후화, 연근해 어장의 황폐화, 소형선박 위주의 조업, 낚시 인구의 급격한 증가 등으로 인해 어선의 사고발생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안전교육 부실 방어능력 향상 도움 안돼
⦁사고 방어능력 평가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제주 지역의 어선사고는 1491건으로 집계됐다. 사고 원인은 정비불량, 운항 부주의, 관리소홀 등으로 나타나 선장이나 선원들이 주의를 기울이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선박안전조업규칙 제29조에 따르면 어선 선장 및 간부 선원은 수협중앙회가 주관하는 ‘어업인 안전조업지도교육’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매년 1회 4시간에 불과하고 대부분 수산정책의 전달이나 안보교육에 치중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선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대형 선박에 부딪힐 경우에 쉽게 전복된다. 야간에 조업을 위해 불을 끄고 작업을 하는 등 위험을 스스로 자초하는 어선도 적지 않은 편이다. 어선에서 불이 날 경우에도 소화기 등 진압장비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선원의 사망으로 이어지거나 선박의 침몰이 발생하기도 한다.


연근해에서 각종 화물선, 대형 유람선 등과 소형 어선이 충돌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대형 선박과 충돌하지 않더라도 파도로 인해 전복되는 경우도 많다. 2019년 3월 2일 군산 앞바다에서 해상에 짙게 낀 안개로 인해 레저보트와 어선이 충돌해 보트의 엔진이 파손됐다.


해양경찰은 원거리 조업을 나서는 어선을 위해 합동점검반을 운영하고, 출어를 준비하고 있는 어민들을 대상으로 사전 안전점검을 요청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어선의 선장들이 운항경력 10~20년 이상이 되기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져 해경의 안전지침을 준수하지 않아 사고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어선원도 연안여객선의 일반 여객과 마찬가지로 구명정, 구명조끼, 화재진압장비 등의 사용법을 충분하게 숙지하지 않고 있다. 안전장비를 규정대로 갖춘 어선도 많지 않아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처가 어려운 것도 피해를 키운다. 장기적으로 어선의 현대화 사업도 중요하지만 단기적으로 어선의 소화기를 점검하거나 낡은 전선을 교체하는 등의 보수를 진행하는 것도 안전사고를 줄이는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된다.


◆구조 늦어 골든타임 놓치는 경우 많아
⦁자산손실의 심각성 평가 해상에서 발생하는 어선 사고는 선원의 사망, 선박의 침몰, 주변 해양의 오염 등으로 선주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큰 피해를 입힌다. 1976년 10월 발생한 대화퇴 어장의 사고로 408명이 사망했다. 일반 어선보다는 많은 인원이 무질서하게 승선하는 낚싯배로 인한 사고 사망자가 많은 편이다.


2015년 9월 추자도 인근 해상에서 낚시꾼 20여명을 태운 낚시 어선 돌고래호가 침몰해 10명이 사망하고 8명이 실종됐다.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몇 명이 승선했는지, 승선명단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사고상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사고구난 업무를 맡은 해경도 조류의 방향을 예측하지 못해 사고 어선의 위치를 빨리 파악하지 못했다.


2017년 12월 영흥도에서 낚싯배가 급유선과 충돌해 탑승객 22명 중 15명이 사망한 사건에서도 양측 모두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인근에 있던 해양경찰의 구조선박도 출동이 지연돼 피해를 더욱 키웠다.


2018년 2월 완도 인근 해상에서 연안통발어선인 근룡호가 전복됐으며 사망자 및 실종자가 7명에 달했다. 기상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조업을 진행했다. 해경은 전복어선과 교신이 끊어진 후 3시간만에 위치를 파악해 해상사고 골든타임인 1시간을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소형 어선의 선장이 술을 마신 상태로 운항하다가 암초에 부딪히는 사고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일부 어선은 선장이 탑승하지 않은 상태로 기관사가 어선을 몰다가 사고를 내기도 한다. 선장이나 기관사와 같이 어선의 지휘책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안전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이다. 연근해에서 어로작업을 하는 어부라고 하더라고 수영을 잘하거나 사고발생 시 생존능력이 탁월하게 뛰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면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전지침 지켜야 죽을 확률 낮아져

안전 위험도 평가 어선의 안전을 종합적으로 진단하면 선박의 노후화, 안전설비의 미비, 어선원의 방어능력 취약, 사고로 인한 높은 사망비율 등으로 인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선의 안전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High : 높은 수준의 위험’으로 정부나 선주, 어선원 모두가 안전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전문적인 어부가 될 가능성은 낮지만 낚시어선을 탑승할 가능성은 낮지 않을 것이다. 최근 종편 TV에서 유명 탤런트들이 낚시를 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동호인이 아니더라도 일반인의 낚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낚시 어선도 안전사고 위험에 과도하게 노출돼 있지만 낚시에 대한 호기심을 들뜬 마음에 위험을 경시하기 쉽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발생한 낚시 어선사고를 분석해 보면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바다낚시를 취미활동을 하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구명조끼를 반드시 입고 이동 중에도 좁은 선실 내부에서 잠을 자지 않는 것이 좋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상황을 파악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대처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과거 바다낚시를 좋아해 소형 어선을 빌려 타고 갯바위 낚시를 즐긴 적이 있었다. 갯바위는 미끄럽기도 하지만 갑작스러운 파도나 기상악화에 대비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 자제하는 것이 좋다. 특히 야간에 갯바위 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현명하다.

 

취미활동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의 목숨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안전지침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 다음 호에 계속 - / 민진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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