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의 세상만사] 전자 발찌 인간 흉기

| news@segyelocal.com | 입력 2021-09-06 21: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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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 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전자 발찌는 1983년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처음 사용됐다. 잭 리브 판사가 음주 운전자 등에게 전자 팔찌를 차는 조건으로 교도소에 가지 않고 집에 머물 수 있게 하는 판결을 내렸다.

전자 발찌에 부착된 담뱃갑 크기의 발신기가 쏘는 신호를 중앙 컴퓨터가 받아 범죄자 위치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요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디어는 만화 스파이더 맨에서 얻었다고 한다. 악당이 스파이더 맨에게 송신기를 몰래 붙인 뒤 뒤쫓는 장면을 본 판사가 컴퓨터 회사에 전자 발찌 개발을 의뢰했다는 것이다.

■ 전자발찌의 의의

법원은 성폭력 범죄자 등에게 실형 선고와 함께 만기 출소 후 전자 발찌 착용을 명령할 수 있다. 재범 위험성 등이 있으면 최장 45년간 전자 발찌를 채울 수 있다. 집행유예로 풀어주면서 5년 까지 전자 발찌를 차게 할 수도 있다.

법무부도 사기, 교통사고 등 범죄자를 가석방하면서 길게는 10년 동안 전자 발찌 착용을 요구할 수 있다.

전자 발찌를 끊고 도주했다가 이틀 만에 경찰에 자수한 전과 14범의 강모씨가 도주 전후 여성 2명을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특수 강제추행 등으로 15년여를 복역하고 지난 5월 천안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3개월 만의 재범이다. 

 

전자 발찌 부착자를 관리 통제하는 법무부 보호관찰소와 신병 확보와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은 강씨가 전자 발찌를 끊은 뒤 10개 보호 관찰소, 8개 경찰서를 동원해 38시간 여 동안 추적했지만 뒷북 만 쳤다. 

 

전자 발찌 관리와 사후 대초에 큰 구멍이 뚫려 있음이 드러났다. 한 달 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우리의 법무부 전자감독 시스템이“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화자찬 했던 게 무색해졌다.


강씨가 서울 송파구 집에서 여성 한 명을 살해한 뒤 신철동 거리에서 전자장치를 끊고 사라진 시각은 27일 오후 5시 30분쯤, 이후 도주 중  지인 여성 한 명을 더 살해한 뒤 29일 오전 송파서에 자수했다. 그는 당일 오전 3시쯤 두 번째 피해자와 차량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시신을 실은 차 그대로 경찰서에 나타났다. 그런데 강씨가 자수하기 전전에  법무부와 경찰 어느 기관도 그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강씨가 자수한 이후에야 범죄경력을 조회했다고 하니 기가 찬다. 만약 그가 자수하지 않고 시내를 활보했다면 더 큰 참극이 벌어졌을 것이다.

■ 법무부와 경찰의 공동협력 절실

더 답답한 건 법무부로부터 도주 사실을 통보받은 경찰 직원들이 강씨 도주 당일 오후 세 차례나 강씨 집 주변 수색 및 주민 탐문을 하고도 정작 내부 수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엔 하루 전 살해된 첫 번째 피해자의 시신이 집 안에 유기돼 있을 때 였다.

에초에 법무부가 전자 발찌를 끊고 도주했다는 사실만 경찰에 통보 했을 뿐 범죄 전력은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도 문제다.

법무부가 내놓은 ‘전자 발찌 착용자의 재발 방지’ 대책 중 경찰과 공유하는 정보 범위를 넓히고 위치정보를 공동모니터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훼손예방을 위해 더 견고한 재질로 전자 발찌를 제작하겠다는 내용은 근원적 처방이 아니다. 아무리 대책을 내놔도 전자 발찌를 찬 범죄자들이 집이나 근처에서 하는 일을 속속들이 감시하기는 불가능하다.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2016년 전자 발찌를 끊고 달아난 범죄자가 16정의 사제 총기로 경찰관을 숨지게 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과 보호관찰소 직원들이 ‘내 가족의 일’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도주자 검거에 진력해야 한다.

평균 1년 미만의 형을 선고 받는 전자 발찌 훼손법에 대한 형량을 획기적으로 높여 범죄 억지력을 끌여 올리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민생 범죄 소탕에 적극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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