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태공’들을 기다리며

최문형 성균관대 유학대학 초빙교수
이효선 | news@segyelocal.com | 입력 2019-04-18 14: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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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낚는 강태공. ⓒJohannes Plenio of Pixabay

 

중국 역사에서 시대를 낚은 사람이 있다. 바로 강자아(姜子牙)로 불렸던 강태공이다. 성은 강(姜)이고, 이름은 아(牙)이다. 이름 가운데 ‘자(子)’는 존칭이다. 그는 은(殷)나라의 수도에서 소를 팔아 생계를 꾸렸다. 은나라 마지막 왕 주왕(紂王)의 폭정으로 제후들이 서백(西伯)에게로 모일 때 강자아 또한 은나라를 떠난다. 그리고는 매일 위수(渭水)에서 낚시를 했다. 하지만 애초에 고기를 낚을 생각이 전혀 없었으므로, 그의 낚시 바늘은 굽지 않고 곧았다고 한다. 그렇게 세월을 낚던 그는 드디어 주(周)나라의 문왕(文王)이 되는 서백(西伯)을 만나게 된다.


서백은 강자아를 국사(國師)로 받들고 그의 조언에 따라 덕을 베풀어 민심을 얻고 국력을 키웠다. 그 결과 주나라의 힘은 은나라와 견줄 만 하게 됐다. 서백(西伯)이 죽고 아들 무왕(武王)이 뒤를 잇는데, 그 또한 강자아를 스승이며 아버지로 모셨다. 힘을 키운 무왕은 은나라의 주왕을 토벌하기로 하고 강자아를 최고사령관으로 세운 뒤 공격할 때를 살피게 된다. 무왕은 은나라로 첩자를 들여보내 수시로 정세와 사태를 파악한다. ‘간사한 무리들이 현명한 이들을 해치고 있다’는 첩자의 보고를 듣고 때를 기다린다. 이후 ‘현명한 이들이 은나라를 떠난다’는 보고에도 동향만 살피고 움직이지 않는다. 


마침내 ‘힘들고 어려워도 백성들이 아무 말 못한다’는 말을 듣고는 무왕은 강자아와 토벌을 의논한다. 강자아는 ‘백성들이 아무 말 못한다’는 것은 왕이 백성을 적대시해 가혹한 형벌로 다스리기 때문이라고 하며 이제 주왕을 칠 때가 됐다고 대답한다. 드디어 무왕은 제후들에게 토벌을 호소하고 은왕조는 그 유명한 목야(牧野)전투에서 파죽지세로 멸망한다. 신석기 문명에 머물러있던 토벌군이 강력한 청동기 무기로 무장한 은나라 군대를 물리친 것이다. <시경(詩經)>은 이 역사의 변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문왕(文王)께서 말씀하시기를, 아아! 너 은(殷)나라야, 사람들이 또한 말하되 큰 나무가 넘어져 뽑히려 할 적에 가지와 잎에 해(害)가 있는 것이 아니라 뿌리가 먼저 끊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4월 11일은 임시정부를 세운 지 100년이 되는 날이다. 강한 힘으로 항상 우리를 압박해 오던 대륙과, 뭍으로 진입하고 싶어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던 섬나라 사이에서, 바람 잘 날 없었던 것이 우리 역사였다. 우리의 자원과 말과 정신까지 송두리째 빼앗아 삼키려던 일본 제국주의의 핍박 속에서, 한반도 바깥의 동포에까지 확산됐던 3·1만세운동은 비폭력 무저항의 함성이었다. 배운 자와 못 배운 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여자와 남자, 어린이와 노인을 막론하고 한마음이 돼 외쳤던 절절한 염원이었으리라. 안중근, 이봉창, 윤봉길 의사의 의분의 투쟁과 홍범도, 김좌진, 이범석 장군이 중심이 된 만주 땅 독립군의 항쟁은 대한민국의 근간(根幹)이 돼 줬다. 1931년 이봉창 의사의 거사는 중국의 각 신문들에 대서특필됐는데, 특히 중국 국민당 기관지인 『국민일보』는, ‘한국인 이봉창이 일황을 저격했으나 불행하게도 명중시키지 못했다’고 안타깝게 보도한 기록이 있다.


역사의 변화를 보는 시각에는 내인론과 외인론이 있다. 조선 말기에 국권을 빼앗긴 사건 또한 다양한 시각으로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부끄럽고 참담한 잊고 싶은 역사 속에는 당당하고 간절했던 만세운동과 정부수립의 염원이 스며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잎이 뜯기고 가지가 잘려도 안으로 속으로 옹골차게 뿌리를 내리던 한국인의 혼이 있다. 바로 그것이 나라의 근간이다. 

 

무왕이 노래했던, ‘나라가 망하려 할 때 끊겨진 뿌리’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왕조인가? 통치자인가? 바로 백성의 마음이 아닐까! 백성이야말로 나라의 주인이고 뿌리이니, 백성을 적으로 삼고 살아남을 나라는 없다. 주나라의 무왕은 백성의 마음을 얻었기에 나라를 얻을 수 있었다. 그의 성공 뒤에는 백성을 적으로 돌린 어리석은 주왕이 있었다. 간절했던 독립의 염원은 벌써 100년전 역사가 됐다. 이제 다시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시기가 됐다. 새 시대의 주인인 강태공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무슨 생각을 하며 위수에서 시대를 낚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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