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태 동국대 교수 “사회적 부산물 범죄, 교육 통해 줄여야”

프로파일러·범죄심리학자로서 임 교수가 본 여성범죄·생활안전 ①
김영식 기자 | ys97kim@naver.com | 입력 2019-07-26 15: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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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인터뷰에서 임준태 교수는 구체적 피해가 발생해야만 대처 가능한 경찰의 현실적 한계를 안타까워했다.(사진=김영식 기자)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범죄는 한 사회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반드시 존재하는 필연적(inevitable) 결과물로, 교육을 통해 파장을 줄일 수 있다”


한 국내 유력 범죄심리학자가 말한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범죄를 바라볼 때 사회에 존재했던 낡은 인식을 버리고 정책을 새롭게 전환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수십 년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도 시민 내면에 잠재된 성의식 등은 과거에 머무르면서, 여성·어린이 등 이른바 범죄취약계층의 생활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다양해지고 세분화됐음에도 사회는 사실상 방치해왔다.


날로 진화하는 범죄 수법에 예방을 위주로 시스템화한 공권력 구조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필연적이며, 이를 인식한 바탕 위에서만이 범죄 대응 등 근본적 예방책 도모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더한다. 이 과정에서 ‘시민 교육’은 필수다.

 

범죄현장 경력 30년 임준태 교수 인터뷰
선진국 사례 장기간 연구…“적극 벤치마킹 필요”

 

본지 취재진은 19일 오후 서울 이태원 소재 한 카페에서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 소속 범죄심리학자 임준태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임 교수는 경찰대 졸업 이후 현장 30년 경력, 독일·캐나다 등 선진국 사례 연구 등 경찰사법 관련 국내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유력 프로파일러다.


이번 인터뷰는 본지가 추진 중인 생활 안전 캠페인의 일환으로, 특히 여성·어린이 등 범죄취약계층의 범죄 노출이 잦아지고 있는 현 시점, 근본적 예방 및 대책 등에 대한 임 교수의 전문성을 공익적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최근 수십 년 새 과거 대비 성(性)의식이 크게 변화하면서 ‘차별적’ 사고도 많이 개선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을 맞이할 만큼 폭발적으로 발전한 전자 기술 등을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가 자주 발견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접근법을 요구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전자제품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몰카’ 등 디지털 성범죄가 활개를 치고 있으며, 연인 또는 부부 간 발생하는 데이트 폭력 등 과거 존재하지 않았던 또 다른 범죄 패턴이 등장하면서 특히 여성들의 불안감은 증폭된 상태다.


임 교수는 “이 같은 범죄가 상업적으로 이용되면서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하고 있다”면서 “불법 촬영된 몰카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상업화에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 발달에 따라 전송속도나 저장용량 등이 커져 범죄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고, 피해 규모 또한 과거보다 훨씬 커진 상황”이라면서 “서버를 국내에 두지 않은 국경을 넘어선 상업화 문제 역시 심각하다”고 밝혔다.

 
실생활 안전과 직결되는 시민 불안감은 정부 정책 부실에서 비롯된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여성귀가안심서비스나 스쿨존 운영 등을 통해 범죄취약계층의 안전을 확립하겠다는 정부 의지에도 실효성 측면에서 큰 구멍이 노출됐고 여전히 근본적 처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임 교수는 “지난 제주 한 강력범죄사건에서 사건 발생 단 3일 만에 현실성 없는 경찰 대책이 나오면서 언론의 강한 질타를 받았던 사례가 기억난다”면서 “이 같은 문제는 기관 전문성이 미흡한 데서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선 한 지역에서 무려 8년째 경찰청장을 지내고 심지어 스위스 한 경찰관은 알프스 인근 지구대에서 29년 간 근무하는 등 자치경찰이 가진 지역 특수성을 고려한 업무환경 제공으로 전문성을 키워왔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장관 임기 2년에, 각 지방경찰청장 임기 역시 1년에 불과하다는 점, 고질적 공무원 업적‧보신주의에 따른 승진 우선주의 등이 만연하면서 범죄예방‧대처 전문성 제고는 사실상 ‘뜬 구름 잡는 격’이란 주장이다.


이에 임 교수는 “특히 경찰의 경우 현장성이 강조되는 만큼 지역 특수성을 감안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며 “각 지방경찰청장들의 권한이 강화될 때 더욱 전문성을 갖춘 정책들이 나와 시민들이 보호받고 있다는 체감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치경찰제 도입 실패로 교훈 얻어야
‘현장성’ 강조된 경찰…지역 특수성 파악 중요

 

이와 관련, 오랜 기간 사회적 논의가 지속 중인 ‘자치경찰제 도입’ 사안으로 자연스레 화두가 옮겨갔다.


임 교수는 “우리는 자치경찰제를 도입해 한 번 실패할 필요가 있다”고 단호히 말했다. 근본적 인식 변화 없이 껍데기뿐인 제도 도입을 경계할 것을 주문함과 동시에 실패를 통한 교훈 획득으로 ‘한국형’ 자치경찰제를 완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치경찰제 자체를 엄청나게 좋은 제도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며, 반드시 거기에 뒤따르는 대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게 임 교수 의견이다.


자치경찰의 장점은 일반적으로 각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구청장이나 시장 등이 지역 치안문제에 개입할 여지를 넓혀준다는 데 있다.


하지만 자신의 관할 지역을 넘어가게 되면 책임 소재가 모호해져 이른바 ‘핑퐁식’ 책임 떠넘기기 병폐로 변질될 수 있다는 치명적 약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미국‧캐나다 등에선 자치경찰에 국가경찰제 요소를 혼합, 미국의 경우 주(州)가 아닌 연방 단위의 FBI 운영 등의 묘를 꾀하고 있다. 현재 우리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이른바 ‘완전한 이원화’가 매우 우려된다는 임 교수 주장의 이유다.


임 교수는 “물론 자치경찰제의 장점도 있지만 잘못 운영되면 자칫 단점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며 “지역 경계를 넘나드는 범죄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결국 만능의 제도란 없다.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임 교수는 현실적으로 경찰 인사‧예산 측면에서 지방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경찰청 인사와 관련해 지방경찰청장 또는 도지사 등에 경정 이하 인사권을 준다든지, 예산도 이들이 직접 집행할 수 있도록 법적 권한을 부여하게 되면 지역별 치안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임 교수는 “대한민국에서 자치경찰제는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며 “그간의 소방 사례에서 이를 확신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소방 관련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 지난 1975년 자치소방으로의 회귀현상이 감지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의 바탕에는 경찰이든 소방이든 대형사고가 터져야 비로소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병리현상이 자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소를 잃었다면서 외양간조차 고치지 않는 식’의 대처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임 교수는 “사회적 파장이 큰 범죄가 발생하면 그제서야 집중적인 관심이 이어질 뿐, 범죄 예방을 위한 선제적 투자 행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열악한 경찰 처우 문제가 우리 주변의 치안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으며, 이는 경찰이란 공조직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인식 전환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임 교수는 주장한다.


통상적으로 범죄 수법은 경찰보다 앞서가게 마련이다. 구체적 피해가 발생해야만 대처할 수밖에 없는 경찰의 속사정 탓이다.


전례 없는 사건에 미리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공조직인 경찰 입장에서 사건 파악에도 필요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대응 속도가 느린 것은 필연적 결과라는 얘기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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