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의 문학적인 글쓰기 능력은?

유재문 변호사
유재문 변호사 | news@segyelocal.com | 입력 2019-10-14 08: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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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재문 변호사

“모든 법관들은 두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대학생 때부터 그저 법조문만 죽어라고 달달 외우다 보니 문학 책을 별로 읽지 못한 것이었다. 

 

그리고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글쓰기에만 전념하다 보니 정서적이고 감상적인 글쓰기는 서툴다기보다는 거의 쓸 수 없는 불구 상태라는 점이었다.

 

” 조정래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 중 일부에서 발췌한 글로 법조인의 정서적인 글쓰기 능력은 전무한 것처럼 표현한 바 있고, 이에 대해 일반인들도 ‘그럴 수 있겠다’며 공감하는 사람도 많다.

 

정말 법조인(판사, 검사, 변호사)는 법조문만 알고, 정서적이고 감상적인 글을 쓸 줄 모르는 불구자에 해당하는 것인가? 

필자가 판단하기에 위 표현은 사실이 아니다. 

이는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일반인의 접근성과 정보가 제한되다보니 일반인이 법조영역에 대한 오해로 비롯된 것이며, 오히려 법조인만큼 정서적인 글을 많이 읽고 쓰는 직업은 없다.

변호사는 법원에 소장, 준비서면, 참고서면, 변론요지서, 조정의견서 등 다양한 명칭으로 서면을 작성해 법원에 제출한다. 

이러한 서면내용은 모두 법률용어만을 사용하는 논리적인 글로만 오해하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논리적인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사건의 배경, 경위 등 여러 정황적인 부분을 첨가해야 맛이 나는 것이다. 

의뢰인도 또한 자신이 겪었던 상황 그대로 서면을 통해 판사님에게 전달해 줄 것을 요청하고 그래야만 의뢰인도 만족을 한다. 

이렇듯 변호사는 논리적인 내용 뿐 아니라 정서적인 내용의 서면을 작성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서면 양이 많아지게 되고, 이에 상대방 변호사도 그에 상응하는 서면을 작성하게 된다. 

이렇게 경쟁적으로 많은 양의 서면이 법원에 제출되자 현재 법원은 변호사의 1회 서면 양을 30페이지로 제한을 두고 있을 정도다.

검사는 수사 과정에서 문답형식으로 하는 피의자신문조서 및 참고인신문조서 등을 작성하는데 조사내용은 6하 원칙에 따라 신문하지만 피의자가 죄를 범하게 된 경위, 가정환경 등에 대해서도 경청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진술을 듣게 된다. 

일반인이 우여곡절 속에 범죄자에 이르게 된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한편의 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판사는 변호사와 검사가 작성한 정서적인 서면을 모두 접하게 되고, 거기다가 피고인들이 ‘존경하는 재판장님으로...’ 시작하는 수많은 반성문과 ‘자신의 남편은 그 누구보다 선량한 사람이라면서...’ 선처를 바라는 가족들의 탄원서 등을 일일이 읽다보면 법조인 누구보다 더 감성적인 글을 많이 접하는 직업에 해당한다.

재판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여러 분쟁에서 비롯되고, 개개의 사건마다 다른 상황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논리적인 법률지식만으로 단순히 법조문만 나열해 아무런 감정 없이 사건이 처리될 수는 없다. 

개개의 사건별로 다양한 상황들을 일일이 살펴가며 최종적인 재판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법조인이 쓴 책이라고 하면 그동안은 전문적인 소송분야에 대한 교과서적인 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지만 최근 서점에 가면 전문서적이 아닌 인문서적분야에 법조인이 쓴 많은 책들을 접할 수 있다. 

법조인의 인문서적의 원조는 당연 故 조영래 변호사의 ‘전태일 평전’을 빼놓을 수 없고, 이외에도 ‘개인주의자 선언’(문유석 판사), ‘검사내전’(김웅 검사), ‘법에도 심장이 있다면’(박영화 변호사), ‘어떤 양형 이유’(박주영 판사) 등 재판하면서, 수사하면서, 피고인을 변호하면서 느낀 속사정 등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러한 책들은 인문서적분야에 스테디셀러가 되고 있을 정도로 인기도 좋고, 문장력도 인정받고 있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 등 걸작을 쓴 톨스토이도 사실은 법학도다. 

결국 ‘법조인은 문학적인 글쓰기에 불구자’라는 소설속의 내용은 단지 소설에 불과하고, 일반화의 오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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