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달라지는 건설업계…‘올드’ 이미지 벗고 ‘직원 눈높이’ 우선

‘워라밸’ 등 시대변화 따라 밀레니얼 세대 만족감 ↑…‘개인행복 보장’이 최우선
김범규 기자 | bgk11@segyelocal.com | 입력 2019-05-08 17: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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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건설은 워킹맘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여직원 휴게실에 수유실을 포함시켰다. 사진은 여직원 휴게실(왼쪽)과 모성보호 시설 모습. (사진=롯데건설 제공)

[세계로컬타임즈 김범규 기자] 브랜드만 보고 회사를 결정하던 시대는 지났다. 높은연봉·정년보장·학자금 지원 등은 2010년대를 살아가는 젊은 취준생들에게는 더 이상 유혹의 대상이 아니다. 기성세대 또한 마찬가지다. 변해가는 세태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변해가고 있다. 한번 맛본 소확행의 짜릿함은 잊을 수 없다.


최근 잡코리아가 20~40대 남녀 1,170명을 대상으로 퇴사 이유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1위가 ‘잦은 야근 등 워라밸이 불가능한 직장생활(23.2%)’이 손꼽힌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급여 문제는 겨우 17.5%로 4위. 즉 지금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회사의 조건은 개인의 행복까지 보장해 줄 수 있는 가다.  


이제는 나의 행복이 중요한 시대, 가족과 함께 저녁이 있는 삶이 가장 중요하다. 스타트업 기업들을 중심으로 감각적이고 톡톡튀는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복지정책들이 사회적 이슈를 낳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 속에서 국내 건설회사들은 조금 경직된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건설사들도 이러한 올드 이미지를 벗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도를 하고 있다. 


◇ 한달 안식월 떠나는 직원, 2주간의 여름휴가… 근무자 맞춤형 통큰 특혜 


회사와 내가 동등한 위치라고 생각하는 밀레니얼 세대.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된 사회적 이념 안에서 직장생활을 해오고 있는 3040 세대. 이들에게 '나를 희생하면서까지 그 회사에 다닐 필요 없다'는 인식은 더 이상 혁명이 아닌 당연한 개념이다. 휴식은 권리고 의무라는 개념이 지배적이다. 


그래서일까. 남성적이고 조직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건설사들이 최근에는 직원들을 세심하게 챙기는 휴가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선두에는 한화건설이 있다. 젊고 미래 지향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업무 효율성을 위한다는 방침 아래 혁신적인 복지정책의 첫 스타트를 과감하게 이뤄냈다. 2017년부터 그룹 차원에서 '젊은 한화'를 선포하며 시행 하고 있는 '안식월'은 전 직원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대표적인 제도다. 과장 승진 때부터 상무보 승진자에게 제공되는 1개월만의 유급휴가로 개인 연차까지 붙여 쓸 수 있다. 


"일이 바쁜데 어디 한달씩이나?"라는 분위기는 전혀 없다. 물론 시행 초기에는 회사 눈치를 보며 주저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이에 회사는 안식월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대상자 전원에게 안식월 사용 계획서를 미리 받으며 꼭 지킬 것을 독려한다. 게다가 이 기간에는 컴퓨터 사용도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쌍용건설은 근무 연수에 따라 근속포인트와 유급휴가를 차등 지급한다. 근무 10년일 경우 유급휴가 5일에 근속포인트 100만원을 지급하고, 25년이상 근무하면 매 5년마다 유급휴가 15일, 200만원의 근속포인트를 제공한다. 우미건설 역시 10년 이상 장기근속자에게 가족 해외여행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장기근속자가 아니더라도 안식월 못지않은 휴가를 누릴 수 있는 건설사도 있다.


GS건설에서는 임원진을 제외한 전 직원들이 2주동안 여름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잘 놀고 잘 쉬어야 업무효율도 오른다는 GS건설의 경영철학에 따른 것. 


GS건설의 한 직원은 "대다수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여름휴가를 떠날 때 연차를 주말과 앞뒤 붙여 겨우 10일정도의 휴가를 받는것이 대부분이나, GS건설에서는 2주간의 넉넉한 여름휴가를 즐길 수 있어 휴가의 패러다임마저 변했다"고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옛날처럼 밤새도록 일하고 야근한다고 해서 열심히 일한다는 소리 듣는 시대는 지났고, 짧은 시간동안 집중적으로 일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업무효율성이 중요한 시대"라며 "사내복지는 그간 자기계발하며 쉴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을 직원들을 위한 회사의 배려이자 회사와 함께 계속 성장해 나가자라는 격려의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 워킹맘·워킹대디를 위한 현실적인 복지정책도 실시


아이를 낳은 후 회사를 떠나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과거에는 뛰어난 여성인력의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많은 기업에서 아이를 낳고도 근무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소한의 양육환경을 보장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작년 9월부터 여직원 휴게실을 새로 오픈했다. 이 휴게실의 특징은 수유실이 포함돼 있다는 것. 워킹맘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롯데건설의 복지정책은 워킹맘 뿐 아니라 워킹대디에게도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인다. 남성육아휴직제도를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산 후 3개월 안에 최소 1개월 이상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데다, 첫 한 달은 통상임금의 100%라는 파격적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 제도가 직원들에게 얼마나 환영을 받고 있는지는 사용 직원의 증가 비율만 봐도 알 수 있다. 의무적으로 남성육아휴직제를 실시한 후 롯데그룹 내에서 육아휴직을 떠나는 직원들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2018년 상반기에는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 직원은 900명으로 1년전 사용자보다 2배 이상 증가했을 정도다. 


워킹맘의 경우 자동육아휴직을 활용할 수 있다. 2012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자동육아휴직을 도입하고, 지난해 1월부터는 1년을 더 휴가로 제공함으로써 최대 2년간 육아휴직이 가능하다. 자동육아휴직 실시 전에는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비율이 60%에 그쳤지만, 현재는 95%를 넘어설 정도로 직원들의 만족도가 크다고 롯데건설측은 밝혔다.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예비 1학년 자녀를 둔 여성 직원의 경우 육아휴직과 별도로 최대 1년간의 자녀입학돌봄휴직도 가능하다. 고3 수험생을 둔 직원과 초등학교 입학자녀를 둔 직원에게 격려와 응원차 선물을 지급해 회사로부터 케어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제도때문일까. 2012년 3명의 여성임원을 배출했던 롯데그룹은 2018년 10배 수준으로 증가한 29명의 여성임원을 두게 됐다. 


◇ 직원과 스킨십이 가장 중요… 소확행 복지정책도 눈여겨 볼만


아주 작은 배려가 큰 기쁨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일하면서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직원들을 배려한 회사도 눈에 띈다. 직원들이 바로 느낄 수 있는 소확행 복지야말로 진정으로 직원들이 원하는 것이다. 

 

롯데건설에서는 생일자에게 대표이사의 인사말과 함께 선물이 제공됨으로써 상품권이나 선물만 지급되는 다른 회사보다 더 인간적인 느낌은 전해준다. 화이트데이 때는 여직원을 대상으로 화분과 초콜릿을 선물해 여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힘쓰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건설의 경우 직원들의 점심 시간을 보장함으로써 점심시간과 휴식시간이 연계될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이 돋보인다. 5월1일자로 시행한 따끈따끈한 이 제도는 매일 점심시간을 30분 앞당겨 11시30분부터 13시까지 운영한다. 복잡한 오피스타운에서 식사공간과 커피숍을 경쟁하듯이 찾는 노력을 줄여줌으로써 직원들에게 잃어버린 점심시간을 찾아주겠다는 취지. 여기에 매월 둘째주와 넷째주를 '가정의 날'로 지정해 5시30분 보다 30분 앞당긴 5시에 퇴근을 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보다 유연한 기업문화 장착을 위한 각종 시행방안으로 업무 효율화를 높이고, 직원들의 개인시간 활용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근로시간 배분도 대표적인 직원 복지정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첫번째가 근로시간에 선택권을 부여하는 유연근무제. 한화건설은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출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 정해진 근무시간 이후에 자유롭게 퇴근하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롯데건설은 오전 8시부터 10시 중 출근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이는 개개인의 상황과 개성을 고려한 실질적인 유연근무제로, 워킹맘 혹은 워킹대디의 육아생활을 보다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되고, 업무 후 자기개발이나 취미활동 등 개인의 개성을 살린 퇴근 후 활동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업무 특성으로 자칫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있을 수 있는 현장 근무 직원들을 위해 세밀한 정책을 펴는 곳도 있다.


GS건설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은 현장 근무 직원들을 위해 2011년부터 '임직원 가족 care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현장의 임직원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는 대학입시설명회 혹은 바른 공부방법설명회를 매년 1회 실시함으로써 대학제도 및 전략별 공부방법 등을 제공해 자녀와의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외에도 자녀학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세세한 배려도 놓치지 않고 있다. GS건설이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마련한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이나 창의력 사고 증진을 위한 과학교육교실 같은 프로그램은 중학생과 초등학생 자녀를 둔 임직원 사이에 인기다. 

 

쌍용건설의 경우 자녀가 초등학교를 입학하면 4만원대 학용품 세트를 지급하고, 중학교·고등학교 입학때는  각각 10만원대 가방과 도서상품권을 선물로 준다. 고3 수험생 자녀에게는 응원의 의미로 떡을 지급한다. 

 

▲ 직원들의 워라밸 생활을 응원하고자 대다수의 국내 건설사들은 PC-OFF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한화건설이 업무용 컴퓨터에 PC-OFF를 예고하는 모습. (자료=한화건설 제공)


현재 많은 건설사들이 공통적으로 지키고 있는 제도는 PC-OFF제. 하루 업무시간이 종료되면 업무용 컴퓨터가 사전예고를 한 후, 자동으로 꺼지는 시스템이다. 이는 직원들의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생활을 응원하고, 개인의 시간 효율성을 극대화 해, 업무의 집중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특히 SK건설은 이에 대한 책임제를 3단계로 강화해 이 제도를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1차적으로 직책자에게 근로시간 준수 확약서 서명을 받아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2차적으로는 유관 부서에서 직접 현장을 점검해 주 52시간 근로제를 잘 준수하고 있는지 현황을 체크한다. 

 

이를 통해 근로자의 애로사항도 직접 듣고 부족한 부분을 지원해주려 노력한다. 3차적으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제도 설명회와 가이드 자료 배포 등 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함으로써 임직원들의 이해도 제고에도 힘쓰고 있다. 

 

이제 국내 건설사들도 경직된 분위기에서 유연하고 젊은 이미지로 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직원들의 워라밸을 위한 소소한 복지정책부터 구성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성별·문화·신체·세대를 뛰어넘은 파격적인 정책을 펴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재 영입도 경쟁시대가 된 시대에 맞춰 유능한 직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직원들의 의견과 눈높이를 고려한 더욱 현실적인 정책을 내놓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조직원들이 만족하는 조직문화와 근무 환경을 정착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시대와 사회가 변하면서 직원들의 눈높이도 달라짐에 따라 회사는 진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질적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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