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新綠)과 만추(晩秋) 예찬

최환금 편집국장 기자 | atbodo@daum.net | 입력 2018-10-12 17: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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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의 가을을 예찬하다. (사진=픽사베이)

 

‘봄 여름 가을 겨울, 두루 사시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그 중에도 그 혜택을 풍성히 아낌없이 내리는 시절은 봄과 여름이요, 그 중에도 그 혜택을 가장 아름답게 내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에 녹엽이 싹트는 이때일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교과서에 나왔던 이양하 선생의 수필 ‘신록예찬’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에 대해 절대적인 동감을 나타내는 이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반론을 제기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계절의 낭만은 가을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봄은 투명한 초록의 계절이고 만물이 소생하는 생명의 계절이다. 그렇다면 가을은?


우리는 가을을 이야기할 때 당연지사처럼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를 손꼽아 말한다. 하늘은 정말 맑고 푸르고 높음을 노래하는 것은 좋으나 왜 사람의 경우가 아닌 말이 살찌는 경우를 예로 삼는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은 도시 발전으로 인해 산과 들, 바다가 많이 사라져 가는 ‘자연 실종’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예전에는 가을하면 코스모스나 잠자리, 단풍 등 자연적인 표현이 우선했다. 시와 노래 가사 말에서도 이러한 자연의 요소를 낭만적으로 표현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그만큼 가을이라는 계절에 대한 감상적인 정서를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서가 바로 사람이기에 느끼는 것이 아닐까. 물론 동물들도 감정을 느끼기는 하지만 정서(情緖)라는 것은 ‘사람의 마음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이나 그러한 감정을 일으키는 기분 또는 분위기’라는 뜻처럼 일반적이고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무언가 여운을 남기는 의미가 있다.


신록예찬의 신록은 봄에 새로 나온 잎의 연두빛을 나타내는 것처럼 봄이라는 계절적인 요인과 맞물려 새 출발, 새 희망 등 새로 시작하는 희망과 기대 그리고 자신감을 함축한다.


이와 유사한 글로 민태원 선생의 ‘청춘 예찬’을 들 수 있다. 이 글은 인류 역사를 끌어온 원동력이 바로 청춘이며 공자, 석가, 예수 등 3대 성인 비유를 통해 젊은 날을 어떻게 보내는가가 중요한지를 일깨워 주고 결국 청춘은 인생의 황금시대로서, 헛되이 보내지 말고 뜻 있게 지내야 한다는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가을예찬은 가득함이다. 그래서 소리 없이 오는 초가을 보다 깊은 느낌을 주는 만추가 풍요로운 것이다. 


가을하면 우리는 일반적으로 설악산의 단풍을 떠올린다. 푸른 잎이 우거진 녹음(綠陰) 보다 신록이 주는 의미를 더 높이 예찬하듯이 가을 역시 여름 더위를 씻어주는 초가을 보다 알록달록 짙은 컬러의 물결인 단풍이 넘실대는 만추를 더 높이 외치지 않는가.


이제 가을이고 곧 만추의 시간이 다가온다. 


윤용기 시인의 시 ‘가을예찬’을 보면 ‘산들 산들 가을바람 사이로 / 코스모스 하늘 하늘 피어 있다 / 그 위로 고추잠자리가 졸다 / 떨어졌다 다시 잠에서 깨어난다 / 청명한 가을 하늘은 / 추남추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중략)...익어가는 가을 속으로 / 한없이 빠져들고 만다 / 농익은 밤들이 얼굴을 내밀고 / 얼굴을 붉히는 홍옥이 /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 그래서 가을은 마음도 넉넉해지는가 보다 / 나는 그래서 가을이 좋다’라고 가을을 예찬하고 있다.


그렇다. 이양하 선생은 ‘봄과 신록’을 예찬했지만 필자는 과감히 ‘풍성한 가을’을 예찬하고 싶다. 아니 윤용기 시인처럼 진정 가을을 예찬하면서 만추의 가득함과 넉넉함으로 외로운 모두를 안고 싶다. 그래서 가을은 낭만의 계절인 것이다. [ 최환금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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