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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호 칼럼니스트 |
‘가족’. 인류가 갖는 최소 공동체다. 혼인이라는 사회적 공시 절차에 의해 부부의 지속적인 결합이 법적으로 승인되고 유지돼야 하는 전제가 있다. 여기에 자녀에 대한 아버지 어머니의 역할이 가능해야만 가족은 존속된다. 이 같은 본질적인 기능이 성립될 때 부부의 경제적 협력이 이루어지고, 정서적 융합 속에서 어린이의 사회화가 진전되는 것이다. 마땅히 가족은 같은 장소에서 숙식하고 물질을 공유하는 관계 속에서 유대를 다진다. 이익관계를 떠난 애정적인 혈연 집단이기에 그렇다. 그 가족만의 고유한 가풍도 형성하게 된다.
■가족보다 ‘물질적 행복’이 우선
사람이 자신의 발전과 가족을 위하고, 궁극적으로 사회공동체에 기여하는 일에 몰입해 있는 모습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어디 또 있을까 싶다. 더구나 새해이고,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가족, 가정의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귀하고 절실하게 느껴지고 있다.
우리 한국인들의 지금까지 가져왔던 가족애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는 설문 결과 가 있어 새해를 맞이하면서 한 번 짚어보았다. 당신의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봄, 미국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가 17개 선진국 성인 1만9000명에게 물었다. 팬데믹의 절정에서 압도적 1위에 오른 답변은 ‘가족’이었고. 17개국 가운데 14개국 국민이 첫 번째로 가족을 꼽았다고 한다.
가족을 1순위로 꼽지 않은 세 나라는 스페인·한국·대만이었다. 스페인은 ‘건강’, 대만은 ‘사회’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한국은? ‘물질적 행복(Material well-being)’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네덜란드·벨기에·일본처럼 물질적 행복을 가족 다음 2순위로 꼽은 나라는 꽤 있지만, 1위에 올려놓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미국·영국은 가족 다음으로 친구, 호주·스웨덴·프랑스·싱가포르는 가족 다음으로 직업(일자리)을 꼽았다.
아마도 미국이나 영국은 코로나 감염으로 국경봉쇄 등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거나 세계경찰국가로서 도처의 전쟁터에 가족들이 군인으로 복무해서 가족의 애틋함이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지만 가족을 중시하며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던 한국과는 대조적이지 않을 수 없는 결과다.한국인만큼 가족을 애틋하게 생각하는 국민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의외의 결과였다. 한국인들은 가족이나 친구 같은 무형의 가치보다 집과 돈, 부와 안정 같은 물질적 행복에서 삶의 가장 큰 의미를 찾는다는 소식은 어딘가 씁쓸하다.
퓨리서치센터는 지난달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문화권마다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 이해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다른 문화권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을 보여 준 셈이다.한국인은 ‘물질적 행복’ 다음으로 건강과 가족을 2, 3위에 올렸다. 다른 나라에서 상위권에 오른 직업이나 친구·취미는 한국인 목록엔 없었다. 장수의 비결 중 10가지에는 친구가 얼마나 많은가, 일이 있거나 취미생활은 장수의 조건으로 들어가 있지만 부와 명예, 부동산은 없다는 사실이다.
■타인과 생활 질서 배우는 가정
일자리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삶에 의미를 주는 상위 세 개 원천에 들었다. 한국에서는 6%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취업부터 승진까지 한평생 일자리 때문에 울고 웃지만, 그마저도 물질적 행복이 삼켜버린 걸까. 물질적 행복을 갖기 위해선 경제적 활동의 창출이 있어야 한다. 물질적 행복, 중요하다. 그러나 물질만능주의가 되어서는 진정한 삶의 질을 가져올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겠다. 코로나19와 함께 맞이하는 새해 2022년은 임인년(壬寅年) 호랑이 해이다. 코로나19가 가져다준 선물이 하나 있다면, 생활이 단순해지고 각자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주변을 찬찬히 둘러볼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다.
진정으로 내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각자는 이 질문에 해답을 찾고 목표에 맞게 삶을 재조정하는 시간을 갖기를 소망하며 사회나 정부는 이런 물질만능주의, 국가주의를 벗어 날 수 있는 사회적 문화 구축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인간은 가정에서 타인과의 생활에 필요한 기본 질서를 배운다. 애정, 배려, 권위, 책임, 예의 등 인간사 희로애락을. 그래서, 대교육자 페스탈로치는 “가정은 도덕의 학교”라고 말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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