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컬타임즈] "속을 깎아내는 것 같은 책이 있다."
한 독자는 자신의 독서 경험을 이렇게 시작했다. 단지 좋았다거나 감명 깊었다는 표현을 넘어, 책 한 권이 자신의 내면을 꿰뚫고 흔들었다고 고백한다. 바로 한수진 씨의 독후감 이야기다.
수진 씨는 한 권의 책에 이틀간 ‘혼이 붙들렸다’고 했다. 그 책은 단지 줄거리를 따라 읽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문장과 자신의 내면이 "들숨 날숨이 척척 맞듯" 교감하는 독서였다. 그런 호흡 속에서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마음속 생채기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고, 어떤 문장들은 아예 "꽉 붙들고 늘어지기까지 했다"고 표현했다.
“책이란, 내면과의 호흡이다.”
이 말처럼 수진 씨에게 독서는 수동적인 행위가 아닌, 능동적이고 감정적인 교류의 시간이었다. 읽는 사람이 자신의 상처를 마주할 수밖에 없는 문장을 만났을 때, 그 경험은 단지 독서가 아니라 하나의 ‘사건’이 된다.
특히 그녀는 “약하고 강하고 버림받고 사랑 많고 사랑받아 마땅한 주인공을 만나면, 바로 무너진다”고 했다. 그 말 속에는 문학이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얼마나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지, 또 그 속에서 독자가 얼마나 쉽게 감정이입하고 감정을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수진 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책을 읽었는지는 독후감에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책 제목을 굳이 밝히지 않더라도, 그녀의 독후감만으로도 독자들은 그 감정의 무게와 깊이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어떤 이들에게는 이 글 자체가 또 하나의 ‘속을 깎아내는’ 글이 될지도 모른다.
문학평론가 김윤정 씨는 “오늘날 책이란 단순한 정보 소비 수단으로 전락하는 시대에, 이처럼 책과 깊은 내면 교류를 하는 독자가 있다는 사실이 반갑고 귀하다”며 “이런 독자들이야말로 문학의 진짜 생존 이유를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수진 씨의 독서 체험은 다시금 묻게 만든다. 우리 각자에게 ‘혼을 붙들린’ 경험은 있었는가?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책을 통해 스스로를 깎아내고 마주할 용기가 있는가?
세계로컬타임즈 / 김병민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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