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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
최근 정부조직 개편과 개혁 방향에서 검찰과 재벌개혁이 중요한 국정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과정에서 경제주체의 중요한 축인 소비자문제가 소외되고 있다. 소비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소비자정책을 국정과제로 수행할 독립적 전담기구가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정책과 소비자정책을 함께 수립하고 집행한다고는 하지만 경쟁정책을 우선시 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현행 편제와 기능을 고려하면 소비자정책은 소홀하게 취급될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발생한 대부분 문제는 소비자인 국민보다 공급자인 기업을 중시한 정부 정책에 의해 발생했으며 해결 과정에 있어서도 희생자와 피해자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2014년 ‘세월호 사건’과 2016년 재조명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은 모두 기업의 이익을 위해 승객의 안전을 도외시한 해운정책, 소비자인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보호를 국정의 주요 과제에서 제외시킨 정부의 태도, 제품의 생산과 유통, 표시광고 관리감독, 소비자 위해정보의 수집 등 소비자정책의 기본적인 기능임을 망각한 정부의 정책집행 등이 망라된 소비자 문제였다. 집단소송법·징벌배상제 등 대규모 소비자피해를 예방하거나 구제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정부부처를 총괄하는 소비자 정책 전담기구가 설치됐다면 산업정책과 경제정책의 수립, 집행 과정에서 소비자인 국민이 이와 같은 같이 홀대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동차 연비조작사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및 판매사건, 신종전염병 출몰로 인한 의료소비자 피해사건 등이 발생할 때마다 해결 과정에서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크지 않았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정부는 소비자인 국민의 피해와 부담을 사전에 예방하고 피해가 발생했을 때 분쟁의 신속한 처리와 함께 실질적인 피해 구제와 보상이 이뤄질 수 있는 소비자 정책과 기구를 체계화 해 국민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공정거래위원회 내에 설치된 소비자 관련 기구와 조직은 각 정부부처에 흩어져있는 소비자 관련 업무를 조정하고 총괄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부처마다 흩어져있는 소비자업무를 총괄하고 효율적인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독립된 소비자기구가 설치돼야 한다. 2008년 2월 정부조직 개편으로 소비자정책이 공정거래위원회로 이관된 후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정책의 최고 의결기구로 소비자기본법에 근거해 소비자 종합정책을 수립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중 소비자 전문가는 단 한명도 없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직 5국 중 소비자 관련 조직은 소비자정책국 1국이고 직접적으로 소비자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 역시 2개과 정도에 불과하다. 이러한 행정조직체계로는 소비자정책 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부처 간 정책조정 및 조율을 할 수 있는 위상을 높이고 독립된 소비자 행정기구가 절실하다. 다만 정부 조직개편 논의가 선행돼야 하고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므로 현 시점에서는 우선적으로라도 공정거래질서 확립과 소비자후생 강화라는 양대 목표 실현을 위한 조치와 개편이 수반돼야 한다. 이를 통해 급변하는 소비자 문제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적절한 조치를 신속히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자문위원회 성격에 머물러 있는 소비자정책위원회의 위상 강화도 필수적이다. 집행기능 및 강력한 정책조정 권한을 부여해 실질적으로 소비자정책 수립 및 실행 조직으로서 역할할 수 있도록 조직 개편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소비자정책에 있어 보편적 복지구현의 일환으로 소비자권익증진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종전처럼 단순한 시혜적 입장에서 소비자문제에 접근한다면 소비자정책의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정책과정에 참여하고 권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의 조직과 역량을 강화해 줄 것을 촉구한다. 문재인 정부는 합리적이고 건전한 소비자·시민단체들의 이야기에 항상 귀 기울이길 바라며 앞으로 민간과의 유연한 거버넌스 강화를 통해 소비자후생이 대폭 확대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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