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쳐질수록 더 확실해지고 화려해지는 작품 완성
 |
▲ 김주희 작가. |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예술은 늘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작품전시가 개최되고 있으며, 수많은 작업자가 자신의 작품을 탄생 시키기 위해 내적 외적으로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관람객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작가의 작업 결과물인 작품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힘들다. 갤러리에서 작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기 전에는 완벽한 소통이 아닌 순간의 감성 소통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사진작가 변성진의 <예술가, 그게 뭔데?>는 이런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갈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예술을 위해 자신의 삶을 사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작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예술이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등등 예술가 이야기를 군더더기없는 질의·응답 형식으로 구성했다.
관련 릴레이 인터뷰 중 아홉 번째로, 이번에는 사진을 겹친 후 유화로 그리는 ‘이미지 오버랩’ 기법을 통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김주희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 워싱턴디씨(114x56,oil on canvas,2018) ⓒ김주희 작가 |
Q: 자신을 소개해주세요.
A: 안녕하세요. 이미지 오버랩 작가 김주희입니다. 행복했던 추억·기억의 장소를 여러 번 사진을 찍어 오버랩한 뒤 유화로 그리는 작업을 합니다. ‘그린다’는 ‘그리워하다’에서 유래됐듯 그리운 순간들을 잊지 말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는 다 그리워하는 순간, 그리고 추억하는 장소, 사랑하고 잊지 못할 것들이 존재합니다. 저는 그런 장소를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그때 그 감정들을 다시 떠올리며 그림으로 그립니다.
Q: 작업 또는 활동 사항이 궁금합니다.
A: 제 작업은 저의 행복한 추억과 기억의 장소를 두세 번 겹쳐 그리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행복한 추억을 수집하기도 합니다.
소중한 지인들의 사진을 모으고 받아 그 당시의 행복했던 추억 이야기나 그 장소에 대한 기억을 들은 뒤에 작업합니다. 그림 속의 장소는 겹쳐질수록 흐려지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더욱 확실해지고 화려해지고 반짝반짝 빛나게 그려집니다.
주로 개인전 단체전 때로는 아트페어를 통해 그림을 관객들에게 선보입니다. 단체전을 한 달에 한 번 이상 끊임없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일 년에 많으면 3번, 적으면 1번의 개인전을 합니다. 이번 연도는 조각하시는 아버지와 <동행>이라는 제목으로 부녀 전을 합니다.
감사하게도 아버지께서 예술이라는 길을 함께 하고 계셔서 저에게는 정신적 지주 역할과 조력자가 돼주십니다. ‘이미지 오버랩 작가 김주희’라는 이름을 알릴 수 있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으며, 오픈갤러리 같은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작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Q: 지금 하는 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A: 저에게 그림을 그린다는 일은 숨 쉬는 것처럼 아주 흔하고 일상적인 일입니다. 결혼하고 임신했을 때도 아기를 낳고도 한 번도 붓을 놓은 적이 없어요. 생각해보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었어요. 무엇보다 조각가 아버지의 영향도 있었죠. 4살 때 심한 화상을 입어 병원 생활을 오래 하면서 그림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고, 그림 그리는 일을 좋아하고 잘하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 하는 일은 행복한 순간을 기억할 수 있고 기록할 수 있어 좋습니다. 행복한 순간을 한 장만 찍고 돌아서지 않듯 사람들은 행복한 기억이나 장소를 사진으로 찍습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소박하게 저를 기록하는 일에서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행복한 순간을 장소를 잊고 싶지 않아 두세 번 겹쳐 그리면서 아로새기게 됐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그때의 행복한 기분을 다시 되새길 수 있고 행복해지니 너무 좋더라고요. 사는 게 힘들더라도 누구에게나 행복한 추억이 있고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기억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삶은 하루하루가 쌓이고 겹쳐 완성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행복했던 추억을 겹쳐 지나간 저의 기억을 기록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그립니다.
사실 그림으로 그려지는 사진은 비슷하기는 하지만 하나도 같은 장면은 없습니다. 제 작품 역시 같은 작업이 하나도 없고요. 한 가지를 보더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수백 수천 가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것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고 각자의 기억과 함께 중복됩니다. 그러면서 그림 속에서는 ‘다양함’이 존재합니다. 저는 서로 ‘다른’ 것은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는 것을 인정했으면 합니다.
사람들은 다른 그것이 나쁘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다른 것들이 아름답게 조화롭게 함께 할 때 더욱 반짝반짝 빛나게 됩니다. 이 역시 우리가 사는 세상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다양함을 이루고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함께’ 할 때 아름답고 반짝반짝 빛나게 될 것입니다.
 |
▲ 노트르담(163x130, oil on canvas, 2018) ⓒ김주희 작가 |
Q: 추구하는 작업 방향 또는 스타일이 있다면.
A: 저는 이미지 오버랩, 즉 겹쳐 그리는 작업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겹쳐 그리는 작가는 많지만 제 그림에서의 겹침은 겹칠수록 밑에 있던 장면이 사라지거나 흐려지는 것이 아니라 겹친 자국이 분명히 드러나고 더 선명해진다는 것에서 다릅니다. 이것은 제가 그리는 장면과 기억의 모습이 흐려지거나 사라지길 바라지 않는 마음에서 이뤄졌습니다.
그림 속의 장면 ‘이미지’는 겹칠수록 더욱 선명하고 반짝반짝 빛나고 맑아집니다. 이는 잊고 싶지 않은 추억, 더 가지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 사라져가는 그것에 대한 아쉬움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겹친다’는 작업은 사실 기법만 같을 뿐 다 다릅니다. 어떤 그림은 동서남북 방향을 겹쳐 그린 작품도 있고, 어떤 그림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겹친 작업도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버랩해 그린 작업, 전혀 다른 장소와 장소의 오버랩, 동양+동양/동양+서양, 비슷한 것끼리의 오버랩, 다른 것끼리의 오버랩, 같은 장소지만 조명이 다를 때의 오버랩, 시간의 간격을 두고 찍은 시차 오버랩 등 다양한 작업을 합니다.
Q: 영향을 받은 작가(롤모델) 또는 작품이 있다면.
A: 저는 서양화가 피터 도이그(Peter Doig) 작가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그의 꿈꾸는 듯한 이상하고 신비로운 풍경화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롤모델로는 프랑스 인상파 화가 모네(Claude Monet)가 대표적입니다. 모네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전성기를 맞았지만, 마지막까지 회화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습니다. 거동이 불편할 때조차 그가 집 앞에 연못을 만들어 빛을 보고 연구하고 그린 <수련> 작품은 큰 감동을 줍니다.
루앙대성당 연작 시리즈는 낮, 밤, 새벽의 모습을 매번 직접 보고 그 시간대에 다른 빛의 느낌을 회화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저는 모네의 이런 연구 자세에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모네가 빛을 연구한 작가였다면, 저는 그 빛의 모습을 시간대별로 그린 모네와는 달리 그 시간대별로 찍은 루앙대성당을 컴퓨터 작업으로 오버랩한 후 유화로 그려내는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대별로 찍은 사진을 오버랩해 한 장면에 여러 시간대의 모습을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모네의 빛나는 작품처럼 저도 빛에 관한 연구를 많이 합니다.
Q: 인생의 길잡이가 되는 명언 또는 글귀가 있다면.
A: 인생의 길잡이가 되는 명언은 ‘할 수 있거든 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느니라’라는 성경 구절입니다. 저는 믿는 것은 반드시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꿈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쉬지 않고 정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무슨 일이든 이뤄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희망에 차 살아갑니다.
 |
▲ 숭례문(130x162, oil on canvas, 2007) ⓒ김주희 작가 |
Q: 내가 생각하는 예술이란.
A: 사람들을 더 나아지게 하는 것?! 예술은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우리가 예술을 하는 이유는 지금보다 더 나은 생활하기 위해서입니다. 정신적으로 치유 받고 멋진 작품을 보면서 행복함과 희열을 느끼고, 일상생활에 활용하고, 더 나아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삶에서 행복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좋은 예술품은 한 번 더 내 사상이나 가치관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아무런 의미없이 만들어진 예술품은 없습니다. 그것들이 의미하는 소리를 듣고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면 더 나은 삶의 의미와 더 깊은 사유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2022년 11월 23일에서 11월 29일 인사동의 콩세유 갤러리에서 아버지와 부녀 전을 합니다. 저희 어머니가 담낭암 3기로 많이 아프십니다. 항암치료를 받으시는데, 옆에서 힘이 돼 드리고 싶습니다. 아버지와 저도 힘들지만 주어진 전시는 잘 마쳐서 어머니께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러운 딸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11월 10일부터 23일에는 ‘2022 부평옥션 화이트세일 경매’에 참여합니다. 그리고 12월 17일~31일에는 <동방의 빛 Two ㅣights of Orient>이라는 주제로 ‘2022 뭄바이 비엔날레’에 참여합니다. 한국 200명의 작가와 인도 80명 그 외 20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큰 비엔날레입니다.
앞으로는 이미지 오버랩 기법을 좀 더 세밀하게 연구해서 더 좋은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시차의 이미지 오버랩 제 대표작 중 남대문 오버랩 작품이 있는데, 그 작품의 시리즈를 남대문 동대문 등 우리나라의 중심이 되는 사대문 100호 작업 시리즈물로 작업하고 싶습니다.
Q: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
A: “주희야 오래 가자. 하고 싶은 그림 그리면서 사는 게 너의 행복이잖아. 지치지 말고 너무 성공하려고 욕심내지 말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하며 내 그림을 좋아해주는 분들을 위해 노력하고 더 나은 작품을 만들자. 더 좋은 작품을 제작하는 일이야말로 그분들의 사랑과 응원에 보답하는 일이야. 예술을 하는 일은 너무 힘이 들고 외롭고 앞이 안 보이게 깜깜할 때도 있지만, 그런데도 아주 보람차고 너의 심장을 뛰게 하는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잖아.
매일 흰 캔버스에 그림을 채워놓고 싶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작업하는 이 열정 잃지 말고 오래오래 그림 그리는 일을 사랑하자. 꾸준히 아주 천천히 그리고 행복하게 작업하자. 무엇보다 신선하고 진정성이 느껴지는 좋은 작업을 하자. 사람들에게 정말 진솔한 작업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힘 있는 작가가 되자. 앞으로도 내가 응원할게. 힘내자. 꼭 넌 대단하고 훌륭한 지금보다 더 나은 작가로 성장할 수 있을 거야.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좋은 작품 아주 많이 그려내자. 아프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하자. 나는 그림을 그리는 네가 참 좋아. 가장 너다울 때는 작업할 때야. 언제나 응원할게 사랑해”
[인터뷰: 변성진 작가/ 자료제공: 김주희 작가/ 편집: 김영식 기자]
[저작권자ⓒ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