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보 고려대 의대 환경의학연구소 연구교수 |
흔히 현대인의 건강을 이야기 할 때 두 가지를 생각한다. 첫째가 육체고 둘째는 정신이다. 이 두 가지는 우리 모두에게 회자되고 있는 것이므로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선 건강은 육체가 건강한 것이다. 이는 대부분 먼저 생각해 내는 것으로, 흔히 ‘건강이 최고’라고 할 때는 이 육체적인 건강을 말한다.
그리고 정신의 건강이다. 현대를 살고 있는 많은 사람은 우울증 의증에 걸려 있다고 한다. 육체적으로 건강해도 정신과 마음이 건강하지 않으면 진정 건강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정신과 마음의 건강이 중요하다. 그래서 종교인들도 영육간의 건강을 기원하는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라면 무엇을 들 수 있을까? 육체와 정신에 이어 세 번째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이 세 번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기에 각자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고 육체나 정신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이 중요한 또 하나는 무엇일까?
세 번째로는 경제로서 ‘지갑의 건 강’을 말하고 싶다. 경제적으로 취약해 늘 돈 걱정을 하며 사는 사람은 인생을 잘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반드시 부자가 돼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육체, 즉 사람 몸속의 피(혈액)에 해당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보면 돈으로 볼 수 있다. 혈액이 막힘이 없이 순환돼야 몸이 활성화되고 튼튼하게 움직여 건강해 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돈이 적절하게 잘 순환돼야 사회적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유대 할 수 있고 나아가 도움도 줄 수 있고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 세 가지 분야의 건강이 필요하고 중요한가? 바로 신체 질환이 없는 것만으로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건강은 생명이 빛나야 한다. 그렇기에 ‘육체’, ‘정신’, ‘경제’ 이 세 가지 분야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에너지다. 생명을 유지하고 빛내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의 에너지가 서로 충분하게 작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비록 몸에 질환이 없더라도 경제적으로 빚에 쫓기며 불안한 상태에 있다면 그것은 ‘경제’의 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이 ‘건강에는 경제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갈까? 그것은 오랜 기간 봉건사회를 거치면서 어떤 사상이 각인돼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바로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하는 사상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는 뜻으로,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온다’는 것을 이르는 말로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을 이러한 사상에 빠져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나름 젊었을 때는 좋은 직장 다니며 돈도 벌고 중산층으로 살았는데 자식들 교육시키고 결혼시키고 보니 어느 날 퇴직하고 나니 노후는 전혀 준비가 안 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후를 잘 준비했다하더라도 갑자기 가족 중에 큰 일이 생기거나 ‘캥거루족’처럼 자식들이 부모에게 의지해 자금을 허비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또는 자신이 자영업을 하거나 이런저런 투자를 했다가 망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최고로 나타나고 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저출산 영향으로 현재 노년부양비는 19.6명이지만 2060년에는 82.6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노년부양비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를 말한다. 또한 고령자 고용율도 계속 상승하고 있는데, 문제는 일하는 즐거움이 아닌 노후생활 기반이 확보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증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들이 고령자도 제 앞가림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가 필요한 이유다.
100세 시대에 몸과 마음만 건강하면 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몸과 마음의 건강과 함께 지갑이 건강하지 않고서는 100세 시대가 축복되지 못하고 도리어 재앙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삶을 빛내며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지갑의 건강’, 즉 돈의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육체, 정신, 건강의 트라이앵글 구조가 균형을 이뤄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문제는 경제, 즉 ‘지갑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전통처럼 돼있는 ‘고진감래’의 사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삶의 빛을 발휘할 수 있는, 똑똑하게 나이를 먹는 방법 이른바 종합적인 스마트에이징(Smart Aging)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건강한 장수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
◆ 약력 ·2017년 5월~고려대 의대 환경의학연구소 연구교수·2013년 3월 일본 큐슈대 대학원 법학박사 ·2014년 9월~2016년 12월 근로복지공단 지사장 ·2013년 2월~2014년 9월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 행정부원장 ·1982년 12월~2013년 2월 근로복지공단 경인본부 보상부장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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