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윤홍 칼럼니스트 |
정치권의 주요 이슈 중 하나가 기본소득이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가 재산·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기본소득은 국가가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조건 없이, 즉 노동 없이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즉, 재산의 많고 적음이나 근로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생활을 충분히 보장하는 수준의 소득을 무조건적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무조건성·보편성·개별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는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한 사회의 가치의 총합은 구성원들이 함께 누려야 한다는 데서 시작됐다.
■기본소득 소설 ‘유토피아’에 등장
기본소득의 재원은 투기 소득에 대한 중과세,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법인세 인상, 토지세, 다국적 기업 공조 과세 등으로 마련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기본소득을 도입할 경우 소득 불균형·내수 침체·일자리 감소 등을 완화할 수 있으나 재원 마련 등의 현실 가능성이 떨어지고 오히려 기존 복지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와 포퓰리즘 논란이 있다.
전 세계에서 기본소득제를 처음으로 도입한 곳은 미국 알래스카주로, 알래스카주는 석유 수출 수입으로 알래스카 영구 기금을 설립해 1982년부터 6개월 이상 거주한 모든 지역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캐나다, 핀란드 등에서는 중도에 멈췄고 스위스는 국민의 다수가 반대해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제도이다.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나라에서 명목상이라고 할 만큼 그 액수는 턱없이 적었고 실패했다.
여하튼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AI)과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해 대량실업사태를 불러오고 그때가 되면 더 이상 노동이 소득의 원천이 될 수 없기에, 바로 국가가 국민의 기본생활을 위해 기본소득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 논리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제불황으로 비대면, 자동화가 가속화되고, 실업률이 늘어나자 설득력을 얻고 있다.
AI라는 새롭고 강력한 기술이 인류의 노동력을 대체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당연하다. 그러니 힘들여 일하지 않고도 국가에서 기본소득과 주택을 제공한다면 국민은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본소득을 얼마나 제공할 수 있는가가 문제이다. 기본소득 제도 시행에는 막대한 재원이 들어간다. 1인당 얼마씩 제공하고 과연 그 기본소득으로 국민의 생존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인가가 중요한 것이지,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허울 좋은 명분이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결국, 기본소득은 재원마련과 연관 않고 생각할 수 없다.
어떤 정치인은 무조건 예산을 줄여서 한다고 하는데 한정된 예산에서 기본소득을 시행하기 위해 예를 들면 기초생활 수급이라든지 노인연금, 장애인연금 등 다른 분야에서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럼 방법은 증세밖에 없는데 요새 가뜩이나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은 폐업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그렇다면 정리해고 및 명예퇴직의 위기에 몰리고 있는 유리 지갑이라고 불리는 월급쟁이의 주머니를 노릴 일인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은 들리지 않는다. 현실적인 해법도 없으면서 기본소득을 남발하는 것은 ‘빛 좋은 개살구’다. 그러니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기본소득 시행의 전제는 현존하는 각종 사회보장 혜택을 없애는 것이다. 그런 중요한 것들을 국민에게 보고했는가.
■정치인 아닌 국민 입장서 생각을
한편 중위소득의 기준으로 인정소득액과의 차액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안심소득제'도 있다. 가구의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모든 가구원에게 일정 금액을 나눠주는 기본소득에 비해 소득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안심소득이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가 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현재 서울시는 안심소득을, 경기도는 기본소득을 정책 방향으로 잡고 있다. 미국에서도 보수진영은 근로의욕을 고취하는 쪽을 강조한다면 진보 진영은 소득 보장성과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는 쪽에 중점을 두고 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예산'이다. 위정자들은 자신의 인기를 위해 네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싸울 것이 아니라 진정 국민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물론 기본 소득제나 안심 소득제나 국민에게 도움 되는 정책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도 우리 후세들이 갚아야 할 빚은 너무 많다. 그것이 얼마인지를 국민에게 공개부터 해야 할 것이고 어떤 정책을 쓰든지 간에 후세들의 어깨에 감당할 수 없는 ‘세금이라는 짐’을 지워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저작권자ⓒ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