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대책에 중장년층 불만…세대갈등 번지나
이자 탕감보다 투자자보호 등 근본적 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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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관련 추가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최근 정부가 청년층 대상 영끌·빚투 관련 손실·채무 등을 탕감하는 것을 포함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사회적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시기 더욱 공정하면서도 적절한 혈세 운영이 필요함에도 개인 투자 실패를 왜 국민 세금으로 보전하느냐는 것이 반발의 핵심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을 두고 ‘빚 탕감’이 아닌 ‘상환 지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으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중장년층 일각에선 청년층 채무조정 대상에 영끌·빚투까지 포함하는 것은 이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국가의 세대별 채무 관련 형평성 인식에도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125조원 규모’ 채무부담경감 정책 추진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4일 ‘제2차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를 통해 금융취약계층의 부채 부담 경감을 골자로 하는 ‘125조원+α’ 규모의 채무부담 경감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에 ‘신속채무조정 특례 제도 신설·지원’ 내용이 포함됐는데, 여기에는 주식·코인 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본 ‘저신용 청년(만 34세 이하,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의 채무 이자율을 30~50% 감면해 주는 방안이 담겼다. 최대 3년간 원금 상환을 유예하고, 해당 기간 저신용 청년 이자율을 3.25%로 적용한다는 게 골자다.
이같은 정책 발표가 이뤄진 직후 논란은 촉발됐다. 정부가 청년층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상자산 등 이미 손실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 위험자산 관련 투자 실패까지 나랏돈을 들여 지원하는 게 과연 적절한 것이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해명자료를 내고 “채무조정은 ‘빚투’, ‘영끌’ 족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현실을 좀 더 생동감 있게 표현하다 보니 발표자료에 투자 손실 이야기가 들어간 것일 뿐”이라며 “이 표현이 결과적으로 도덕적 해이 논란을 촉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이 안 될 수도 있고, 가정적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고, 투자실패도 있을 수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예정대로 채무를 갚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고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신속 채무조정도 카드발급, 신규대출 등 금융거래에상당한 제약이 있는 신용점수 하위 20% 차주만을 지원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며 “원금 감면이 없어 ‘빚 탕감’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당국 해명에도 비판의 목소리는 쉬이 사그라들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중장년층 소외 문제는 세대 갈등 및 형평성 차원에서의 문제를 심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해 보인다.
◆ 중장년층 ‘소외’ 토로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 등 네티즌 사이에선 성실히 빚을 갚아 나가는 중장년층이 소외가 됐다는 지적의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을 50대 중년층으로 매달 성실히 집 대출을 갚고 있다고 밝힌 A씨는 “이 나라는 청년만 국민이고 40~50대는 국민도 아닌 것 같다”며 “우리 나이 때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왜 빚내서 주식·코인하는 사람들까지 내 세금으로 물어줘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중장년층 사이 가장 많은 대출 비중은 ‘주택’ 관련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잇단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큰 폭으로 뛸 가능성이 커졌다. 결국 중장년층의 주택대출 리스크 증가는 기정사실화 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빚투 실패에도 주식·코인에 계속 몰두하는 도덕적 해이 논란도 커지고 있다. 빚투 실패 지원과 관련해 최근 서울회생법원이 채무자가 갚을 돈을 산정하는 데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을 제외하기로 업무 기준을 마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각에선 국가 정책을 통한 빚 탕감보다는 투자자 보호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근본적인 금융시스템 정비가 먼저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특히 최근 가상화폐 시장 불안으로 위험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칫 ‘혈세의 밑빠진 독 물 붓기’가 현실화할 수 있을 거란 우려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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