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자체 생산 활발·배터리 개발 주력…정부도 지원
태국-외국 기업 생산공장 유치전…세금혜택 등 마련
말레이시아-전기차 인프라 구축·공장 설립 유도 나서
필리핀-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 한국 기업 진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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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5년 중국 신재생에너지 자동차회사 BYD에 KOTRA 시안 무역관 관계자들이 방문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코트라> |
[세계로컬신문 김수진 기자] 전기자동차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요즘, 그간 불모지로 여겨졌던 동남아시아와 중국 시장을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다.
시장 구매력도 크지 않았을 뿐더러 석유 에너지를 바탕으로 한 자동차 시장이 오랫동안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어 전기차 시장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동남아와 중국이 달라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들 정부 중 다수가 국가가 정책적으로 전기차 등 친환경차 산업을 자국 내로 도입해 시장을 개편하고 환경 개선에도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 이에 기술력을 갖춘 세계 전기차 기업들이 앞 다퉈 그곳으로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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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전기차 업계가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과 동남아 국가가 표기된 지도 위에 자동차 모형을 올려놓은 모습. |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올인’
가장 큰 구매력과 시장성을 갖춘 중국이 가장 활발히 전기차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이중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며 초고속 성장세를 시현하고 있다는 평가다.
2015년 기준 전 세계 신에너지 자동차 생산량은 54만9000대인데 이중 중국이 37만9000대로 세계 최대 신에너지자동차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전년도인 2014년 8만3900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한 해 만에 4배 가까운 증가폭을 보인 것.
구어롄자동차동력배터리연구원(國聯汽車動力電池硏究院) 등 중국 업계에서는 중국 신에너지 자동차 생산량이 2020년에는 200만대, 2025년에는 3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따른 전기차 배터리 수요량은 1000억Wh, 추가 투입될 투자액은 1000억 위안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산업발전을 본격 추진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중국 공식신화부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산업 발전의 목표와 주요 임무를 구체화하는 초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국가 동력 배터리 혁신센터를 건립하고 리튬배터리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배터리 연구·개발에 나선다.
또 전기차 배터리 산업체 공동 발전과 제품 안전을 위한 품질검사, 전기차 배터리 관리 업무 체계 완비 등이 목표다.
지난해 6월에는 중국 공식신식화부가 베이징에 국가 동력 배터리 혁신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공신부 신궈빈(辛國斌) 부부장은 동력 배터리 혁신센터(國家動力電池創新中心) 설립 관련해 "2020년도 전기차 배터리 산업 목표는 배터리가 350Wh/1㎏일 때의 원가를 0.6위안/1Wh로 하락시키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센터 측은 2020년 이후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에 대해 정부 보조금을 중단하고 대폭 축소하며 전기차 배터리 보급률을 향상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순수 전기차 연속 주행거리를 400km를 실현하고 순수 전기차 배터리 원가를 250Wh/1㎏당 1.0위안/1Wh이 될 수 있도록 발전시키겠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인산철 리튬 배터리를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어 시선을 끈다.
한국과 미국, 일본 전기차 배터리 산업은 삼원계 배터리 위주로 집중 개발하는 반면 중국은 리튬 인산철 배터리에 집중 개발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리튬 인산철 배터리 기술 수준은 에너지·온도·경제 방면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의 삼원계 배터리 원료보다 낮은 수준이다.
LFP 배터리 생산의 주요 원료인 리튬인산철 수입도 최근 급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과 2015년 수입액을 비교하면 2년 사이에 약 2배 가까이 증가한 것. 그중 한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은 2% 수준이지만 전년과 대비하면 12배가 넘는 증가액을 나타내고 있어 한국 관련 업계도 주목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LFP 배터리 기술 제고와 삼원계 배터리에 대한 연구개발에 모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중국 자동차 포털사이트 가이스자동차망(蓋世汽車網)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6%의 업계 인사들이 ‘향후 중국 신에너지 자동차 시장은 삼원계 배터리가 주를 이룰 것’으로 전망됐다.
또 2015년에는 삼원계 배터리 안정성으로 촉발된 보조금 지급 문제와 관련해 중국 내에서도 삼원계 배터리 표준도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제기된 상황이다.
한편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맹목적인 투자와 핵심기술 결여, 기업 경쟁력 저하, 협력 시스템 부재 등의 다양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
실제로 중국에는 전기차 배터리 기업은 무수하지만 100만Wh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10곳에 불과하며 에너지 자원과 연구·개발 등의 인적자원이 분산돼 있다.
또 제품 제조 과정 중 주요 부속품이 부족하고 제품 품질 저하와 배터리 충전 관리 시스템 열악, A/S 수준 저하 등 상품 경쟁력에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기술 발전 계획과 제품에 대한 요구사항, 품질 보증 시스템, 배터리 회수 등 다각적인 전기차 배터리 산업과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에 대한 통일적인 입장도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에 중국 정부도 이점을 인지하고 기준 미달 기업 솎아내기에 열중이다. 보조금 편취 기업이 집중된 분야에 대해 보조금 자체를 줄이고 기준 미달 기업은 명단을 공개하기도 한 것. 또 보조금 수정안을 발표하고 기술적 기준을 정하고 업계 발전을 이끌어가고 있다.
중국 한 매체는 “전기차 기술 발전의 핵심인 배터리 기술 개발에 정부가 날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차세대 신성장 산업에 중국이 세계시장의 선두가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주도하겠다는 의지”라고 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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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가 차량 충전 중인 모습. |
동남아 “우수 기업, 어서 오세요”
아직 전기차 시장에 대한 인프라 구축과 정부 지원이 미미한 동남아 국가 중 태국이 가장 빠르게 관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동남아 최대 자동차 생산국가로 연간 200만대 자동차 생산능력을 갖춘 태국이 친환경차 생산·수출의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먼저 태국은 세계 자동차 기업들을 국내로 유치하는 데 온 힘을 퍼붓고 있다. 배터리나 모터 등 주요 전기차 부품을 한 가지 이상 태국에서 현지 생산 시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파격 조건을 내세운 것.
부품 수에 따라 법인세 면제 기간도 달라지는데 특히 전기차의 경우 최대 10년, 가솔린 엔진과 전기 배터리를 함께 사용하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는 최대 6년까지 세금 혜택을 준다.
친환경차 생산설비 수입 시 무관세도 적용하고 있다.
게다가 소비 활성화에도 적극적이다. 친환경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최대 30% 소비세 감면정책을 시행 중인데 전기차는 고정 2% 소비세율을, 하이브리드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5~15% 소비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또 우리 돈 25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충전소 100곳도 세운다는 계획이다.
말레이시아도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한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이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주도적인 지원을 통해 해외 우수 기업을 유치하고 기술발전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에너지녹색기술수자원부 산하기관인 Malaysia Green Technology Corporation(GreenTech Malaysia)가 녹색기술정책 수행을 지원하며 2020년까지 말레이시아를 세계적인 녹색기술 허브로 도약시킨다는 목표 하에 다양한 활동 추진 중이다.
4개의 중점적인 활동분야(flagship)를 통해 녹색기술정책을 실현 추진으로 이중 Electric Mobility Blueprint 목표를 세워 제정 및 전기차(EV)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실제 2014년 중국의 BYD 전기버스 55대를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전기버스 운영을 통한 전기차 실현에 도전 중이다.
또 지난 9일 본지와의 업무협약(2017년 8월 14일, 25호)을 체결하고 한국의 우수한 전기차를 수입하고 기술을 개발과 공장 설립을 유도하기 위해 계획을 진행 중이다.
필리핀도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 2012년 필리핀 하원에서 대체연료 자동차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추진하는 계획안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필리핀 최대 전력사인 Meralco, Smart Grid, 전기차 투자에 400억 페소(약 9억3000만 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필리핀 전기자동차협회도 한국 기업과의 전기차 공급에 대한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현재 중앙정부와 지자체, 민간 차원에서 전기차 관련 지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또 지난 6월 본지 창간 1주년 특별대담(2016년 7월 10일자, 23호)을 통해 필리핀 현지에서 만난 윌리엄 리마(Ambassador. William J. Lima) 필리핀 정부 중국 특사도 각종 제도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한국의 전기차 기업의 적극적인 유입을 고대한다는 내용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동남아의 전기차 시장 확대에 대해 세계 자동차 시장이 새롭게 편성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 시기를 앞두고 동남아 국가들의 전기차 및 친환경차에 대한 긍정적인 정책으로 한국의 우수 기업이 보다 원활히 시장 진출할 수 있게 됐다”며 “단 아직 관련 정책이 미비한 부분도 많고 민간시장도 불투명한 만큼 믿을만한 지원을 바탕으로 투자해야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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