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선 풍경
- 예산역
시인 유 현 숙
기차는 충청 내륙을 관통하고 거기서는 호흡을 골라야 하네
어조는 순하게 억양은 낮게 시간은 더디게 흐르고
오래 길 든 언어들이 기다리고 있네
예산역에서 기차를 버리고 수덕사 가는 버스에 오르면
그날은 으레 삽교 장날이네
소금구이 집 앞에 모인 촌로 몇, 골 진 주름이 깊고
턱수염 아래로는 과거 같은 막걸리 방울지네
저 사람들, 내륙의 따순 볕과 황톳빛
바람결에 살이 익은 삽교 사람들 아닌가
수덕사에 닿으면 그때 그 집에 들어 여장을 푸네
밤 깊어도 뜨락은 밝고 백양나무 가지에는
시리우스좌, 오리온좌가 걸려 있네
그 밤에 느닷없이 별자리 아래로 거뭇거뭇 내리는 것이 있어
손바닥을 펴들고 서서 쳐다보네
“아, 밤눈이구나.”
떨어져 패인 별자리에 눈발 덮이고
드잡이했던 기억들
뜨거웠던 말들
거웃에 묻은 마른 피 조각들 털리 듯 떨어져 내리네
장항선에서 내린 밤에는 언제나 별이 내리네
사람이 그리워지면 기차를 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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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약력
『동양일보』 (2001년), 『문학.선』 (2003년)으로 등단. 시집 『몹시』『외치의 혀』『서해와 동침하다』상재 한국아르코창작기금 수혜 제10회 <미네르바 작품상> 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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