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원씨, 광주 5·18 피해자 만나 사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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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씨가 31일 오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5·18 유가족에게 큰절을 올리고 있다.(사진=뉴시스) |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5·18 민주화운동을 군대를 동원해 진압하고 정권을 찬탈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전두환 대신 손자 전우원 씨가 그를 대신해 역사 앞에 사죄했다.
◆ 피해자 화답…“광주 방문한 용기에 박수”
전씨는 31일 광주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 리셉션 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유족과 피해자와 만남’ 기자회견에서 “할아버지 전두환씨는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고, 학살자임을 가족 구성원으로서 인정하고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두환 일가가 5·18 피해자·유족에게 사죄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씨는 “살면서 저의 추악한 마음 때문에 한 번도 인정하지 못했던 사실”이라며 “저같이 추악한 죄인에게 소중한 기회를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렇게 늦게 찾아뵙게 돼, 더 일찍 사죄의 말씀을 드리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재차 사과했다.
이어 “일제강점기부터 군부독재까지 대한민국은 오랜 기간 아픈 역사를 겪어왔다”면서 “전두환씨는 민주주의 발전을 도모하지 않고 오히려 역행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군부를 이겨내기 위해 용기로 맞선 광주 시민들에게 더 고통을 주고 아픔을 깊게 했다”며 “다시 한번 광주 시민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발언 도중 입술을 깨물며, 흐느끼고 울먹이기도 했다.
전씨는 “군부독재 속에서, 두려움 속에서 그것을 이겨내고 용기로 군부독재에 맞섰던 광주시민 여러분들은 영웅”이라며 “정말 우리나라의 빛이고 소금이신 모든 분을 오히려 더 고통에 있게 하고 그 아픔을 더 깊게 해 죄송할 따름”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제가 광주에 온 뒤 따뜻하게 대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죽어 마땅한 제게 이렇게 사죄를 드릴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전씨는 회견을 마치고 5·18 유가족들에게 큰절을 하고,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5·18 공법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 단체장과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 5·18 유가족과 피해자 등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씨 사죄에 대해 피해자·유족 등은 화답했다.
정성국 5·18 공로자회장은 “할아버지의 잘못을 대신 사죄하기 위해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광주를 방문한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면서 “전씨의 뒤를 이어 다른 일가족들도 5·18이 43년이 지난 만큼 이제는 용기를 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전씨는 이번 사죄 행보의 직접적 계기에 대해 교회 봉사활동을 꼽았다. 작년 말부터 미국 현지에서 다니던 교회를 통해 5·18의 진상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사죄 행보에 대해 가족 중 유일하게 친모만이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가족도 수많은 연락을 해오고 있지만, 두려움에 받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한 향후 5·18진상조사위원회가 참고인 조사를 요청한다면 기꺼이 응하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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