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주제로 그림 그리는 강석태 작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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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태 작가. |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예술은 늘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작품전시가 개최되고 있으며, 수많은 작업자가 자신의 작품을 탄생 시키기 위해 내적 외적으로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관람객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작가의 작업 결과물인 작품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힘들다. 갤러리에서 작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기 전에는 완벽한 소통이 아닌 순간의 감성 소통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사진작가 변성진의 <예술가, 그게 뭔데?>는 이런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갈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예술을 위해 자신의 삶을 사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작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예술이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등등 예술가 이야기를 군더더기없는 질의·응답 형식으로 들어봤다.
관련 릴레이 인터뷰 중 네 번째로, ‘어린 왕자’를 주제로 따뜻한 감성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강석태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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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보다 네가 더 좋아(캔버스에 아크릴, 162.2 x 130.3cm, 2021) ⓒ강석태 작가 |
Q: 자신을 소개해주세요.
A: 안녕하세요. 어린 왕자 이야기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강석태 작가입니다. 저는 동양화를 전공했고, 현재는 동·서양의 재료와 기법을 다양하게 사용해 회화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9살 딸아이의 아빠이기도 하고, 예술대학에서 학생들과 수업하는 강사로도 생활하고 있습니다.
Q: 작업 또는 활동 사항이 궁금합니다.
A: 별과 어린 왕자와 같은 소재를 통해 어린 날의 시간과 기억, 감성을 탐구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저의 작업은 기억 속 어린 왕자를 상상하며 쓰는 그림 편지와 같은 감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린 왕자 이야기를 주제로 작업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두 번째 개인전부터인데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 어린 왕자는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성을 전달해주는 것 같아요. 그 점이 오랜 시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요. 어린 왕자는 저에게 있어 지금보다 더 소년이었을 나를, 혹은 지나간 시간 속의 용기 있던 나를 찾고자 할 때 두드리는 통로 같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어린 왕자는 시간과 공간을 투과하는 제 행복했던 기억에 대한 오마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생텍쥐페리의 원작을 정확하게 기억해내지 못하는 부분이 오히려 개인마다 긍정적인 이야기로 추억되는 것 같아요. 작업을 하며 원작에는 없는 상상 속의 이야기를 그려나가면 그냥 행복해집니다. 그런 부분이 10여 년 넘게 어린 왕자 작업을 해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최근 전시와 함께 여러 아트콜라보를 통해 다양한 분들과 만나게 돼 감사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지금 하는 일들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A: 어린 왕자 이야기를 통해 제 작업을 보시는 분들이 잠시나마 어린 시절의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것, 코로나19로 지쳐있는 마음에 작은 위로를 전해줄 기회들이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작업이 사회적 담론이나 깊은 메시지를 전해주지 못할 수도 있지만, 저는 외과 의사이기보다 피부과 의사이고 싶습니다. 작은 상처 하나가 어느 사람에게는 큰 아픔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작은 상처를 토닥여줄 수 있는, 작지만 따뜻한 위로를 전해줄 수 있는 그런 작업을 오래 하고 싶습니다.
제가 그리는 어린 왕자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문학 콘텐츠입니다. 오랫동안 작업해오던 한국화로 그린 어린 왕자와 프랑스 문학의 만남이라는 문화적인 낯섦이 계기가 돼 지난 2016년 한불상호교류130주년기념 초대전시를 하게 됐고, 최근 생텍쥐페리재단과 MOU를 협약한 한불문화예술연구소와 한불문화교류 전시를 한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향후 프랑스에서 문화교류 차원의 개인전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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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과 어린왕자(캔버스에 아크릴, 65.1 x 53cm 2021) ⓒ강석태 작가 |
Q: 추구하는 작업 방향 또는 스타일.
A: 사람들에게 따뜻한 감성을 전해주는 작업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습니다.
지금은 모두 어른이 됐지만,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어린아이였지요. 누구나 마음 속에 하나씩의 어린 왕자가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그런 따뜻한 감성의 조각들이 모여 조금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읽을 때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이야기처럼 제 작업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 속에 살고 있는 유년의 기억들이 소환돼 작은 위로를 전해주는 작업으로 꾸준히 만들어가려 생각합니다.
어린 왕자 이야기의 초기작업에는 한지에 먹으로 작업을 주로 했었는데, 최근에는 한지와 함께 캔버스에 아크릴 페인팅 작업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동서양의 재료와 다양한 표현 방법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다양한 매체를 계속 연구해나갈 생각입니다.
Q: 영향을 받은 작가 또는 작품이 있다면?
A: 제가 영향을 받고, 영감을 받았던 훌륭하신 작가와 작품들이 많지만,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나 마테를링크의 ‘파랑새’ 같은 문학작품을 특히 좋아합니다. 학부 때부터 대학원까지 동양화를 전공했는데, 여러 고마우신 선생님으로부터 전통적인 기법과 조형 실험에 관해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로 인해 재료나 장르적인 이분법에 관해 저 나름대로 유연하게 탐구해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제 작업에 탁본이나 배채법을 응용한 부분도, 또 어린 왕자 이야기를 저의 색깔대로 자유롭게 발전시켜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예술이란.
A: 예술을 정의하기가 너무 어려운 질문이기는 한데요, 저는 ‘작은 위로’라고 생각해요.
힐링(치유)이라는 말들이 언제부턴가 넘쳐나잖아요. 누군가 아프고 상처가 있을 때 물리적인 치료를 한다고 할 때, 좋은 치료를 위해서는 마음의 힘이 튼튼해지는 치유가 먼저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위로는 그 치유 이전에 교감돼야 할 따뜻한 감성의 영역이라 생각됩니다. 그 작은 위로를 전해줄 수 있는 것이 ‘예술’이라 믿고 있습니다. 제가 따뜻한 감성을 전해주는 작업을 하고 싶고,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올해 4월~6월, 12월에 세 번의 개인전이, 올 여름엔 아내와 딸아이가 함께하는 가족 전시도 예정돼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은 작업을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됩니다. 사실 가족 전시가 제일 기대되긴 합니다. 모두 열심히 잘 준비해서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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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소년의 행복여행(캔버스에 아크릴,72.7 x 60.6cm, 2022) ⓒ강석태 작가 |
Q: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
A: ‘어린 왕자’를 읽고 좋아하던 행복한 아이를 항상 간직하고 싶어요. 마음 속에 살고 있는 나의 어린 왕자가 가진 소중하고, 따뜻한 감성을 사랑합니다.
이런 생각들이 조금 더 나를 작업으로 끌어내고, 더 나아가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눠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마음 속 소년이 늙지 않고, 항상 제 곁에 머물러주기를 바랍니다. 그런 소년의 마음으로 기억과 추억을 연결하는 매개자로서의, 마음 속 어린 왕자에게 보내는 이야기를 건강한 그림으로 꾸준히 그려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변성진 작가/ 자료제공: 강석태 작가/ 편집: 김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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