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잘못된 전례가 계속되는 것은 힘써 바로잡아야 하고, 간혹 그중에서 개혁하기 어려운 게 있으면 나만은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凡謬例之沿襲者 刻意矯革 或其難革者 我則勿犯).”
청백리 다산 정약용 선생이 조선 후기 탐욕에 빠진 관료들을 향해 던진 경책이다. 요즘에도 곳곳에서 행해지는 부정부패는 식색(食色)을 탐하는 물질만능주의에서 비롯된다. 도덕성 해이다. 그 중심에 일부 공직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다산은 ‘목민심서’ 율기편에서 “청렴은 목민관의 본무요, 모든 선의 근원이며, 모든 덕의 근본이니 청렴하지 않고서 목민관이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廉者牧之本務 萬善之源 諸德之根 不廉而能牧者未之有也)”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면서 공직자의 청렴 수준을 세 등급으로 나누고 있다. 첫 번째는 나라에서 주는 봉급 이외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만일 먹고 남는 게 있더라도 집으로 가져가지 않고 돌아가는 한 필의 말만 남는 것이 참된 청렴한 공직자라고 했다. 그다음은 봉급 이외에 명분이 바른 것은 먹되 명분이 바르지 않는 것은 먹지 않으며 먹고도 남는 것이 있다면 집으로 보낸다. 가장 아래로는 이미 전례가 있는 것은 비록 명분이 바르지 않더라도 먹되 아직 전례가 되지 않은 것을 자신이 먼저 전례를 만들지 않는 수준이라고 했다.
국민들의 주거안정 업무를 담당해야 할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이 문재인 정부의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인 경기 광명·시흥지구에 100억 원대 토지를 투기성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되자 이에 책임을 지고 대선후보 경선과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행태다. 그 최전선에서 싸워 온 제가, 우스꽝스러운 조사 때문이긴 하지만, 정권교체 명분을 희화화시킬 빌미를 제공해 대선 전투의 중요한 축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권익위의 24일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 국민의힘 의원 12명이 불법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권익위 조사에서 민주당 의원 12명이 위법 의혹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문제가 되는 의원들의 숫자까지 12명으로 동수다. 부동산 투기 의혹에 있어서는 거대 여당과 제1야당이 데칼코마니 같은 모습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나마 변명으로 일관하는 여타 의원에 비해 윤희숙 의원은 도덕성을 지키려는 책임감 있는 정치인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공직자는 이익으로써 이로움을 삼지 않고, 의로움으로써 이익을 삼아야 한다고 일컫는 것이다(此謂國不以利爲利以義爲利也).” ‘대학’의 가르침이다. 공직에 대한 철학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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