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치장
시인 김 미 향
오래전 버려진 쓰레기 더미가 방치된 나대지에
노랑 물감이 엎질러진 듯
민들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한쪽 안경알이 빠진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꽃
깨진 거울을 온종일 들여다보고 있는 꽃
병뚜껑으로 발목에 피어싱한 꽃
달걀 껍데기를 포란하고 있는 꽃
나비 발걸음 소리에 꽃잎을 활짝 연 꽃
어떻게든 튀어 보이려고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
누가 보든 안 보든
해맑은 꽃짓으로 빈터가 환하다
드문드문 제비꽃 장다리꽃 씀바귀 개망초 뭇 꽃
제각각 뽐내는 방식으로
버려진 것들을 재활용해 액세서리로 걸치고
이뻐지려 치장하고 있는 들꽃들
치명적인 아름다움 뒤에는
아름다운 치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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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력 ▣
제5회 고산문학대상 신인상 등단, 제9회 평택 생태시문학상 수상. 시집 『향기로운 상채기』 출간, 현) 고등학교 교사. 한국문협당진지부회원, 호수시문학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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