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상·파인아트 작업 통해 예술 본질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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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다영 작가. |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예술은 늘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작품전시가 개최되고 있으며, 수많은 작업자가 자신의 작품을 탄생 시키기 위해 내적·외적으로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관람객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작가의 작업 결과물인 작품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힘들다. 갤러리에서 작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기 전에는 완벽한 소통이 아닌 순간의 감성 소통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사진작가 변성진의 <예술가, 그게 뭔데?>는 이런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갈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예술을 위해 자신의 삶을 사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작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예술이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등등 예술가 이야기를 군더더기없는 질의·응답 형식으로 구성했다.
관련 릴레이 인터뷰 중 열세 번째로, 이번에는 예술을 두고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생생한 삶과 같은 것’으로 규정하고, 자신만의 예술 영역을 구축해나가고 있는 이다영 작가의 이야기를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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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mmy crane.ⓒ이다영 작가 |
Q: 자기소개
A: 저는 사진, 영상, 파인아트 작업을 하는 이다영입니다. 원래 도예, 도자기 인형 등 작업을 20대 초부터 하다 인사동에 전시를 하기 위해 작품 사진 의뢰를 맡겼다가 당시 20대가 감당하기엔 너무 비싼 가격의 스튜디오 작품 사진 촬영이 부담스러워 직접 배워서 찍어보자는 생각으로 입문한 것이 사진의 시작이었습니다.
당시 2000년대 초반에는 필름으로 주로 사진을 작업하던 시절이라 당연히 작품 촬영비가 비싼 편이었고, 그 돈이면 차라리 사진 광고 예술원에 들어가서 사진을 배우면 되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암실에서 인화지에 사진이 나타나는 것을 경험하고 사진의 매력에 빠져서 도예나 도자기 인형 작업보다 사진에 더 흥미를 느껴 20대 초반에 하던 일 전부 그만두고 사진 공부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1년을 암실에 살다시피 촬영과 현상, 인화를 반복했습니다.
그때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당시엔 로모 카메라, 니콘 FM2와 표준 렌즈 정도만 사용했습니다. 사진을 하기 전엔 온종일 공방에 앉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람도 못 만나고 혼자 작업하는 그런 따분하고 갑갑한 세상을 살았지만, 사진을 시작하면서 세상을 돌아다니는 것에 더 매력을 느낀 것 같습니다. 사진 광고 예술원 공부를 이수하고, 세상이 디지털로 바뀌어서 디지털로 다시 적응하고 배운다고 또다시 1년을 공부했는데 디지털에 적응하던 그때가 사진을 하면서 제일 힘들 때가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Q: 작업 또는 활동 사항이 궁금합니다.
A: 2010년부터 좋아하던 재즈 음악과 동경하던 블루노트 레이블 사진가들의 사진 작품을 보며 시작했던 재즈 공연 기록 사진 작업이 햇수로 13년이 됐습니다. 덕분에 11개국 정도는 직접 다녀오거나 내한 공연 온 재즈 음악가들을 촬영했는데 30개국 정도의 다양한 재즈 음악가들을 만나면서 함께 촬영했습니다. 간혹 한국에서 재즈 앨범 재킷과 프로필을 찍기도 하고 야외 촬영을 함께 나간 음악가들도 있기도 해서 13년이란 시간 동안 사진으로 인해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코로나 시국에서는 모든 공연이 1년 넘게 중단돼 이 시기에 차라리 재즈 공연 기록 사진집을 출간하자는 생각이 들어 1년을 준비해 세계 30개국 국적의 재즈 뮤지션의 모습이 담긴 사진집인 ‘Jazz, Onstage’라는 3권이 1세트인 사진집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 또한 재즈음악가들이 있는 여러 나라에 전달돼 있으며 10년이 넘는 작업을 책으로 정리를 해서 그런지 무거운 숙제를 하나 끝낸 것 같은 홀가분한 기분입니다.
작업 중에는 개인 작품 작업도 하지만, 먹고사니즘을 위한 상업 사진 작업이나 영상 촬영 작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공연 촬영을 의뢰받기도 하고, 촬영 감독으로 영상 촬영을 하기도 하고, 작가로서 파인아트 작업이나 새로운 작품에 대해 구상을 하기도 합니다. 주로 프로덕션에서 방송영상 촬영, 예능 촬영도 몇 편을 함께 했고, 오마주 필름에서 독립영화 10편 넘게 촬영에 동참하기도 하고 나름대로 다양하게 활동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시작되고 최근 2년은 작가로서 작업 또는 활동이 쉽지 않은 상황이 됐는데, 공연과 사진 작업 일이 모두 끊기거나 취소돼 걱정하던 때에 5.18 진상규명 조사위원회에서 조사 활동에 필요한 기록 촬영 감독인 외부 전문위원으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이 들어왔고, 국가 기록원에 보관될 5.18 조사위원회의 다양한 활동 기록 촬영을 담당하고 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사진 영상 관련 일이라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일에 함께한다는 책임감과 민주주의운동에 대한 후대의 세대로서 부채감을 가지고 진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3년 12월 위원회가 마무리되면 다시 작가 본업으로 돌아가 지금 구상하고 있는 다양한 작업도 해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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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wo Perspectives #01.ⓒ이다영 작가 |
Q: 지금 하는 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A: 지금 하는 일들은 많은 의미가 있겠지만 저에게는 삶 그 자체입니다. 그만큼 소중하고 진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추구하는 작업 방향 또는 스타일이 있다면.
A: 뭔가 정해진 틀에 가둬놓고 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그런지 딱히 스타일이나 그런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생각하는 아이디어에 맞게 예술 장르를 선택해서 작업하는 스타일이라서 아이디어와 느낌에 맞게 장르를 선택해 작업하고 있습니다.
Q: 영향을 받은 작가 또는 작품과 이유는.
A: 블루노트 레이블 사진작가들의 사진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의 전축 헤드폰을 쓰고 버튼 아무거나 누르다가 나온 음악이 ‘모차르트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뮤직( K.525)’였는데 그때 첫 번째 문화적인 충격을 좀 심하게 받아서 초등학교 때는 클래식에 빠져 살다가 중학교 때 팝송, 뉴에이지를 거쳐 재즈를 접하면서 봤던 재즈 음악의 앨범 재킷, 그리고 잡지에서 보던 블루노트 레이블 사진들이 너무도 자유롭고 신선한 두 번째 문화충격이었습니다. 지금의 사진에 영향을 가장 많이 준 사진들이 블루노트 레이블 사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인생의 길잡이가 되는 명언 또는 글귀가 있다면.
A: 스위스의 조각가, 화가인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의 "마침내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한 발을 내디뎌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입니다.
Q: 내가 생각하는 예술이란.
A: 예술을 정의한다는 건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제가 예술에 대한 연륜이 더 쌓이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바로 이거라고 정의 내릴 수 없는 생생한 삶과 같은 것?”이라고 지금은 생각합니다.
Q: 사진과 영상의 관계에 관한 생각.
A: 관계성이 명확히 나뉘어서 내가 어떤 작업을 할지에 따라서 영상을 선택할지 사진을 선택할지 답이 분명히 나오기 때문에 작가가 어떤 매체를 접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필요에 따라 선택했던 매체들이라 지금도 딱히 정의되지 않은 느낌입니다. 작가로서는 사진과 영상을 병행해 작업하는 것도 작품의 확장성 개념에서 보면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Q: 협업에 관한 생각.
A: 서로 사전에 잘 협의가 되고 좋은 기획자가 좋은 기획으로 시너지가 좋은 작가와의 협업이 좋은 성과까지 내면 대박, 의리나 딱히 여유가 없는데 쫓기듯이 하거나, 생각 없이 하게 된다면 쪽박. 결국은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 잘 되는 게 더 중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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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개의 달 시리즈 무제1.ⓒ이다영 작가 |
Q: 본업 병행작가와 전업 작가 사이에서 고민하는 분들에게 경험자로서 하고 싶은 말.
A: 사람 개개인의 하나하나 삶이 예술인데 그런 것을 고민하지 말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예술이나 작가들은 고상한 직업이 아니다. 치열해야 하고, 먹고 살기 위해 고민하고, 그렇기에 그런 작가가 작품을 하면서 자신의 삶이 묻어 나오는 게 예술 아니겠습니까?
전업작가 한다고 어느 날 갑자기 세계적인 예술가가 되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세계 80억이 넘는 인구 중에 예술을 하는 인구가 대략 2억 명이라고 가정하면 내가 전업 예술가가 됐을 때 거기서 어디쯤 속하는지 생각해보면 될 것 같습니다.
유명하든 아니든 2억 명 중의 한 사람이고, 대한민국에서 전업 작가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사람도 2억 명 중 한 명일 뿐입니다. 예술은 등수를 부여하는 직종이 아니기 때문에 예술로 무엇을 이루겠다는 생각보다는 작업을 통해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소통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전업해서 자신에게 얻는 이익과 겸업을 해서 작품 작업을 하는 작가의 삶의 이익 중 무엇이 자신에게 이익이 더 큰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전업 작가만 해서 자신의 삶과 작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 좋지만 다양한 일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도 좋은 작가가 되는 밑거름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본업도 하고 틈틈이 작업하는 겸업 작가도 저는 적극적으로 권장합니다. “작가로서 예술의 끝은 내가 세상에 없을 때 즉 나의 생이 끝날 때 끝난다”라고 생각합니다. 살아있는 동안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 너무 성급하게 서두르지 마시길 바랍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더 다양한 사진집을 출간하고, 조형 설치 작업과 동시에 생각해왔던 것들을 작품을 통해 더 표현하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고 싶습니다.
Q: 나는 이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A: 나는…. 21세기의 한 조각의 시대를 살아온 사진가.
나는 잊혀지겠지만 나의 작품을 담은 책은 남기고 싶다.
[인터뷰: 변성진 작가/ 자료제공: 이다영 작가/ 편집: 김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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