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제78회 정기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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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호두까기 인형의 전설> (사진=천경필) |
[세계로컬타임즈 민순혜 기자] 지난해 11월,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제78회 정기연주회 날이다. 이번 공연은 이름도 생소한 드라마합창 ‘호두까기 인형의 전설’로 기대가 컷다.
나는 서둘러 대전예술의전당으로 갔다. 그런데 공연이 열리는 아트홀로 들어서자 넓은 객석은 대부분 초등생과 중학생들로 보이는 어린 학생들로 가득차서 왁자지껄 하니 어수선하기 그지 없었다. 순간 이번 연주회를 잘 감상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자 뭔지 모르게 아쉬웠다. 그렇다고 그냥 나오기도 뭣해서 엉거주춤 앉아 음악회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서곡이 시작하는 순간 조금 전까지 소란스레 떠들던 아이들이 자세를 바로하고 의자에 반듯이 앉더니 이내 음악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심지어 똘망똘망한 눈을 깜빡임도 없이 무대를 향해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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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청소년시립합창단 <호두까지 인형의 전설> (사진=천경필) |
이렇게 시작된 ‘호두까기 인형의 전설’은 환상 그 자체였다. 필자가 언젠가 한번 들어봄직한 익숙한 멜로디들이 장엄한 오케스트라의 선율로 때로는 감미로운 합창의 노래로 쉼 없이 들려왔다. 그리고 음악과 음악 사이 재미있는 연극과 발레의 멋진 춤, 심지어는 마술사가 나와 신기한 마술을 현장감 있게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공연이 펼쳐지는 내내 마치 아름다운 꿈을 꾸는 듯한 황홀감에 빠져들었다. 이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합창음악의 신세계였다.
그 중에 가장 감동적인 것은 노래하고 있는 대전 시집 청소년 합창단원들의 모습에서였다. 동작 하나하나, 노래 한소절 한소절에 진심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감정이입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공연이 끝나고 천경필 지휘자가 무대로 올라왔을 때 모든 청중들은 훌륭한 공연을 선사해준 그를 향해 뜨거운 감사의 박수를 끊임없이 보내며 열광했다. 며칠 후 필자는 천경필 예술감독을 만나 획기적인 드라마합창 ‘호두까기 인형의 전설’을 기획하게 된 동기를 물어 보았다. 그는 말했다.
“우리는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은근히 설레고 즐거워 좋아지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캐럴을 어디서나 들을 수가 없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는 발레 ‘호두까기 인형’에 스토리를 재해석하고 또 그 안에 캐럴 합창을 넣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게 재탄생 시켰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이러한 스토리가 있는 합창음악에 연극과 무용, 마술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결합시켜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스토리합창음악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합창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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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경필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사진=천경필) |
이 작품은 무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기획하고 제작했다고 한다. 이렇게 긴 기간동안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처음 음악과 스토리의 구도를 잡고 이야기를 구상하고 음악을 발췌하고 발레의 흐름을 상상하며 연극의 윤곽을 그리는 일련의 작업들은 정말 까다롭고 지루하기 그지없는 작업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나 천경필 예술감독은 이 인고의 시간이야말로 재미있고 신나는 과정이라 말한다. 즉 이 과정이야말로 가슴속에 잉태하고 있던 상상의 퍼즐들이 하나하나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이기에 천감독 자신의 예술 혼이 그대로 투영되는 귀중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천경필 예술감독은 5월에 공연할 다음 작품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봉오동·청산리 전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민족역사 음악극을 3년 전부터 계획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음악극은 특히 홍범도, 김좌진 장군의 영웅적 삶을 그린 작품으로 오페라와 연극 그리고 안무, 영상과 음향 등의 효과를 통해 장엄한 울림과 진한 감동의 무대가 될 것입니다.”
필자는 열정에 넘치는 천 감독의 설명을 듣는 내내 역시 완성도 높은 작품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섬세하고 치밀한 각고의 노력과 헌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필자는 10년 넘게 줄곧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의 공연을 보아왔다. 마에스트로 천경필이 들려주는 음악을 특히 좋아해서다. 그의 음악에는 연주자 중심의 음악이 아닌 청중을 먼저 생각하는 그 만의 철학과 색깔이 있으며 깊은 감동과 사랑의 향기가 풍긴다.
그래서 그의 연주를 보고나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져 미소가 지어진다. 벌써부터 5월에 공연할 홍범도, 김좌진 장군의 영웅적 삶을 그린 작품 ‘민족역사 음악극’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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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필 Profile
현.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카이스트 코러스 지휘
대전광역시 소년소녀합창단 지휘자연합회 회장
충남대학교 예술대학 음악과 졸업
이태리 "G.F.Ghedini" 국립음악원 졸업
이태리 밀라노 “G. Donizetti”, 로마 “A. I. ART” 아카데미 합창지휘과 최우수졸업
이태리 VARESE 시립음악원 합창단, 대전시립합창단 객원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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