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조은숙 상명대 가족복지학과 교수 |
그렇다면 사람들은 과거보다 많은 관계 속에서 외롭지 않게 살까. 안타깝게도 사람 사이의 훈훈한 관계는 여전히 많은 장애물에 걸려 확산이 어려운 것 같다. 정보 소통의 발달이 인간 사이의 소통의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 줬지만 많은 테크놀로지와 정보화 사회의 운영으로 실제로 인간미 있는 소통은 줄어든 것 같다. 사람은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단 사람만 있어도 자살하지 않는다고 한다. 함께 하는 것, 친구가 되어주는 것, 관계를 맺는 것, 사랑과 유대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우리네 힘겨운 삶에 너무나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렇지만 관계가 공정하고 공평하게 만들어지지는 않다. 하나의 끈끈한 친구관계가 만들어지려면 때로는 서운하고, 억울하고 마음 아픈 시간들을 묵묵히 견뎌야 한다. 그런 인내의 시간들을 디디고 관계라는 것이 만들어진다. 그러한 묵묵한 인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현대인들은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데 서툴며, 관계로 인해 힘들어지면 쉽게 단절한다. 관계로 인해 상처를 받으면 아예 관계를 맺지 않고 살려고 한다. 상처를 주고받는 현대사회의 삭막한 관계 속에서 우리는 마음 붙일 관계 하나 없이 살 수도 있다. 점점 늘어가는 고독사의 문제를 보면 나를 포함한 미성숙한 현대인의 오늘의 자화상 같아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행복은 전염된다, 원제 Connected, 김영사’의 저자 크리스태키스와 파울러는 3단계 영향 법칙’을 소개한다. 3단계 거리 안에 있는 사람들 즉 친구, 친구의 친구, 친구의 친구의 친구와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것이다. 행복·슬픔·외로움과 같은 감정이 3단계의 관계까지 퍼진다는 것이다. 친구가 행복하면 내가 행복할 확률이 15% 증가하고 친구의 친구가 행복하면 10%, 친구의 친구의 친구가 행복하면 행복할 확률은 6% 증가하며 그 영향은 4단계에서야 소멸한다. 이것은 행복 뿐 아니라 슬픔과 우울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우울한 사람은 서로에게 우울의 영향을 끼치면서 계속 그렇게 남아있어야 할까. 아니다. 개선이 필요하다.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이 슬프고 외로운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다. ‘돕는 자가 누리는 혜택’이라는 원리가 있다. 이타적 행동을 하는 것이 타인에게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돕는자 스스로에게 더 많은 엔돌핀을 생성시키고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든다는 원리가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행복한 사람은 행복한 사람 곁에 머물러 행복을 증진시킬 수도 있고 반대로 우울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주는 이타적 행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산업화와 정보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빈익빈 부익부의 경향이 커지는 것을 느낀다. 신체적, 정신적 건강도 그런 것 같다. 행복한 사람은 점점 더 행복해지고, 외로운 자는 더욱 외로워지는 비인간적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관계의 황폐함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웃의 외로움을 살피고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다. 그것은 나의 안전지대에서 머물지 않는 것이며, 손만 내밀면 가까이에 닿을 수 있는 내 이웃과 관계 맺는 것이다. 인사하고 말을 걸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은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