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정영수 언론인. |
1898년 12월 24일 성탄전야 독닙(독립)신문 1면에 실린 글이다.
<이달 二十五일은 예수의 탄신이라 一千八百九十八년 전에 구세주께서 유태국 백리항(베들레헴)이라 하는 고을에 탄강 하셨는데 당초에 남녀가 교합 하여 나신 것이 아니라 동정녀 마리아에게 성신으로 잉태 하사 이상한 징조가 많이 있었는데 강생 하시던 날 밤에 하나님의 영광이 백리항 들에 두루 비추고 하늘로서 사자가 나려 와서 복된 소식을 전하였으며 천사의 말씀대로 이름을 예수라 하였으니 예수란 뜻은 백성들을 죄악 중에서 구원 함이라 이미 장성 하신 후에 이상한 권릉을 많이 행 하사 한 마대 말씀으로 죽은 자를 살리시고 병든 자를 고치시며 사방에 다니사 거룩한 도로 악한 백성을 가르치신지라>
독립신문 현대문 콘텐츠는 원문의 한글 옛 글자를 현대 한글 표기로 단순 변환한 것이어서, 현재의 한글 맞춤법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그 나신 지방을 상고 하건대 아시아 서편이니 지금 터키국에 속 하였으며 년조를 상고 하건대 유태국 회률왕 때요 동양에는 한평제원시 원년이며 신라 시조 혁거세 五十八년이요 공부자 탄생 하신 후 五百一년이요 석가여래 나신 후 六百년이요 노자 나신 후 六百四년이라 서양 각국에 구세주를 숭봉 하는 나라들은 하나님을 공경 하고 사람을 사랑 하는 고로 법률을 실시 고 정치가 문명 하여 백성이 요족 하고 나라가 부강 하며 어느 나라이든지 예수 강생하신지 몇 해로 연호를 쓰고 나라 안에 교당이 여러 万 곳이 있어 구세주의 탄일을 당 하면제일 큰 명절로 알고 교인들이 모여 하나님의 영화를 찬송 하고 구세주의 공로를 기렴 하여 한량없이 기꺼워하고 각 처 신문사에 구세주의 사적을 기재 하며 관인들도 사무를 정지 하는 이가 많은지라 예수의 교가 대한에 나온 지 불과 十여년에 우매한 백성들이 지목하여 말하기를 임금도 없고 아비도 없는 이단이라 하나 서국서 나온 선교사의 행위를 보건대 대한 황제 폐하를 자기 임금으로 알고 충애 하는 마음이 간절하며 대한 사람들을 동포 형제로 사랑 하여 구제 하는 풍도가 지극 한즉 우리는 무부무군의 돌아 함을 믿지 않노라 대한에 교인들도 구세주의 탄일을 당 하면 일심으로 교당에 모여 경축 하는데 금년에도 각 처 교당에 등불을 휘황하게 달고 경축 하는 예식이 절차 있으며 사모 하는 정성이 지극 하니 충신은 반드시 만수 성절을 기렴 하여 경축 할 것이요 효자는 부모의 생일을 생각 하여 기뻐 할 것이요 교인은 비록 삼척동자라도 이날은 참 큰 명일로 아는 것이 마땅하도다>
미국에서 귀국한 서재필(徐載弼)박사가 정부의 지원을 받아 1896년 4월 7일 창간한 국내 최초의 일간신문이다. 국배판 정도 크기로 4면 가운데 3면은 한글전용으로 편집하고 마지막 1면은 영문판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로 편집했다. 이 신문은 한국 신문사상 획기적인 위치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19세기 말 한국사회의 발전과 민중의 계몽을 위해 지대한 역할을 수행한 한 시대의 기념비적인 신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늘날 기념하는 ‘신문의 날’도 독립신문 창간일인 4월 7일이다. 독립신문은 창간사에서 “전국 인민을 위하여 무슨 일이든지 대변자가 되고, 정부가하는 일을 백성에게 전하고 백성의 정세를 정부에 알릴 것이며 부정부패 탐관오리 등을 고발할 것”을 천명했다. 관보에 이어 잡보에는 그날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대궐근처 사면에다가 무슨 큰 대포를 수레에 실어서 버려놓은 고로 인심이 대단 송구들 하더니 어저께는 그 대포들이 없는 고로 인심들이 조금 안정하다고들 하였더라>
100년 전 우리나라 신문에 실린 성탄특집 기사가 새삼 금석지감(今昔之感)을 더해준다.
[저작권자ⓒ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