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의 원願
시인 권 옥 희
해진 시간을 못 이긴 그가 떨어져 나갔다
실이 풀리면서 한 세상이 그만 헐거워졌다
단추 하나 없는 옷은 각이 맞지 않은 주름이다
숱하게 채웠다 떨어져 나간 그의 하루가 삐져나오고
소매가 펄럭거리고 허리 춤이 흘러내린다
단추 하나 없는 세상이 덜렁거린다
촘촘하게 꿰어온 그의 생활도 조금씩 풀린다
먹은 만큼 나이도 풀리고
실이 삭 듯 주름도 풀리고
그는 풀리는 힘으로 고통에서 벗어났다
꽁꽁 묶어두지 않으면 끝날 것 같은 세상
단추 없는 옷자락 속으로 엇나간
시간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그는 구멍이 안 보이게 몇 번이고 실을 홀쳐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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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 력 경북 안동 출생. ‘92『시대문학』신인상 등단. (사)한국문인협회원. 한국시인협회원, 수상 : 강서문학상 대상, 시집 『마흔에 멎은 강』『 사랑은 찰나였다』강서문인협회 부회장, 독서논술지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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