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방심을 경고한다
시인 이 수 진
꾸러미를 앞세워 걷던 지팡이가 야산 앞
모퉁이에서 불을 지핀다
돌아서는 발걸음은 가벼웠으나
감당 못할 그을음이 하늘을 검게 흐렸다
끌려나온 쓰레기는 무죄였다
버리는 데 익숙한 인지능력이 불쏘시개가 되었을 뿐
지팡이는 이리저리 내동댕이쳐진 불청객이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불기둥 키우는 역할에
충실했을 것이므로 매복 중이던 바람은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 산을 회오리로 몰아치며 전복을 꿈꿨다
불씨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소나무의 거부도 소용없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한숨자락이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사투하였으나 역부족이었다
꽃향기도 불길 속에서 상복을 갈아입고
기다랗게 나뒹구는 검은 관에 흩날렸다
산 아래 외양간 소들이 울부짖었다
물줄기 둘러맨 소방관들, 방어선 구축하고
이글거리는 불과 대치하였다
삼켜버린 흔적을 누덕누덕 기워 봐도
검불의 깃은 힘없이 부서졌다
무질서가 민둥산을 밀려다니다가 돌아갈
좌표도 없이 수런거렸다, 검게 탄
밑동들이 치유의 답을 찾으려 가부좌 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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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약력
한국문인협회원. 국제펜한국본부회원 시집 『그리움이라서』 『사찰이 시를 읉다』 『바람의 약속』 시조집: 『어머니의 비녀』수상 : 도산안창호 우수상. 영산강 빛고을 백일장 대상 산림문화공모전 우수상 현)독서지도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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