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필가 최복내 |
1920년 평양출생인 김형석 연세대 前 교수는 올해 102세인데도 대중적 강의를 하며 세칭 백세시대에 걸맞게 시간을 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호기심이 가득한 수강생들의 장수 비결에 대한 질문에 “긍정적인 사고와 매사 적극적인 정신적 육체적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이어 김 교수는 나의생애 6-70대가 황금기였다고 설파한다. 김 교수의 황금세대는 나에게도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길가의 집 벽에 구멍을 뚫어놓고 “이곳을 들여다 보지마세요”라고 써놓으면 호기심이 발동한 사람들은 반드시 들여다 보고야 만다.
필자는 늘 동경의 나라들을 방문·탐방·여행이라는 이름으로 호기심을 충족하여왔다. 여행이란 삶의 가치와 질을 향상시켜주는 진정한 여정임에 틀림이 없다. 또한 여행은 현지 토착적 생활·자연·문화를 이해하여 나의 내면의 가치를 비교 하면서 삶의 영역을 넓혀 가는 것이라 하겠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 또한 신대륙을 발견한 개척자처럼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설레임은 더 길고 깊어진다.
이번 여행지 스페인에 대한 지식은 무적함대·세르반데스·투우·하몽 정도에 한정 돼 있었다. 영국에 세익스피어가 있고 독일에 괴테가 있다면 스페인에는 세르반데스가 있다고 할 정도로 스페인의 자랑거리다. 돈키호테의 작가여서 더욱 그러하다.
밤12시 인천공항에서 이스탄불로 향하는 비행기 안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창가에 앉아 호기심 가득 밤하늘을 응시한다. 검푸른 밤하늘엔 어렸을 적 어머님이 알려주시던 북두칠성 삼태성 섬생이가 초롱히 빛나고 있었다. 비행기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기울고 별들은 지구를 향해 우수수 떨어진다. 황홀한 우주쑈가 펼쳐지고 현기증으로 속이 울렁인다. 잠을 자야할 시간 우주쑈에 정신이 몽롱해졌다. 그래~ 지구로 떨어진 저 별들을 바구니에 담아 어린이들에게 장난감으로 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나 보다. ‘쿵! 드르륵’ 비행기의 착륙소음에 깜작 놀라 눈을 떠 밖을 보니 비행기가 경유지인 이스탄불공항 활주로를 미끄러져가고 있었다.
인구는 우리와 비슷하지만 국토면적은 우리나라의 8배의 광활한 대지에 북부는 평야, 남부는 산악지대로 형성돼 있으나 우리나라의 산에 비하면 언덕에 불과하여 국토의 80%가 평야로 이루어져있다. 마드리드·아빌라·세고비아·톨레도·콘수에그라·코르드바·세비아·론다·마하스·그라나다·발렌시아·시체스·바르셀로나로 이어지는 여행지 모두 나름 데로의 볼거리와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매일 5시간의 버스 이동으로 피곤함이 눈가에 서려있지만 코르도바에서 세비아로 가는 고속도로 양옆은 평야가 끝없이 펼쳐지고 그 평야엔 올리브나무가 심어져있다. 그런데 숲 같은 올리브 밭을 고속버스가 3시간을 달리고 나서야 끝이 보인다면 이를 믿는 혹자는 몇이나 될까?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해 혓바닥이 굳어서 일까? 저녁 무렵 세비아에 도착 후 식사를 하는데 밥맛도 없어 호텔 문을 열자마자 침대에 몸을 던졌는데 “씻고 자라”는 어느 여인의 목소리가 한 여름 밤 귓전에 맴도는 모기소리처럼 들려왔다.
스페인은 중세에 번영 된 입헌군주국이다. 지금도 유럽 최고 최대를 자랑하는 왕궁에는 국왕이 있다. 스페인의 2대 도시인 바르셀로나에 왔다. TV에서 몇 차례 접하긴 했지만 스페인의 자랑 건축가 가우디의 작품인 ‘성 가족 대성당’은 백 년 전 부터 건축을 시작하여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내부를 보기위해 공항검색대를 방불케 하는 몸 검색을 마치고 들어서니 그 웅장함은 차치하고 세밀하고 아름다운 색상 또한 스페인의 저력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스페인의 대중 음식을 살펴보자, 단순하고 량 적 이라는 것이다. 한접시의 샐러드에 빵을 곁들이고 나면 본격적으로 감자튀김과 팔뚝만한 닭다리가 슬그머니 식탁에 놓인다. 여행은 시장함의 대명사이지만 일행 31명중 그 접시를 다 비운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필자도 고기 선호도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터이지만 아침 호텔식을 제외하곤 연일 샐러드에 빵 그리고 감자튀김과 고기의 연속은 신토불이 라는 말이 실감나게 와 닫고 이국에서 쌀밥에 김치가 이토록 뼈에 사무치도록 그리울 줄이야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호텔에는 일회용이란 찾아볼 수가 없어 일회용품이 생활화 돼 있는 우리에겐 또 하나의 불편함으로 다가왔으나, 모든 사물, 사항들은 장점과 단점이 따르기 마련이어서 그 나라의 문화가 불편하다는 생각에 앞서 우선 장점이 무엇인가를 알아서 우리 생활에 접목 시켜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덴마크나 뉴질랜드처럼 스페인도 탄소중립화에 동참하고 있음을 알 수 있어서 스페인의 장래를 점쳐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들의 아담한 체구가 늦가을 담장에 걸려있는 한 송이 붉은 장미처럼 예쁘고 남성들은 결전을 앞둔 투사처럼 늠름하고 멋져 보였다.
여행에서 미지의 세계 스페인을 알고 돌아왔다는 보람과 성취감에 김형석 교수의 인생 황금기를 되새기면서 삶의 가치와 의미를 음미해 본다.
[저작권자ⓒ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