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난민정책과 난민인권의 현재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활동가
편집부 기자 | news@segyelocal.com | 입력 2018-08-01 1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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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활동가

 

1951년 7월 제네바에서 채택된 난민협약 따르면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또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 밖에 있는 자”를 가리킨다. 한국은 1992년 12월 난민협약에 가입했고 1993년부터 이를 시행했다. 하지만 난민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만한 법률 및 시스템이 없고 난민심사제도의 공정성, 난민의 생존권 및 처우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 돼 2012년 난민법이 제정되고 다음 해 7월부터 시행됐다. 


난민법 시행 5주년인 지금, 제주도의 예맨 난민에 대해 정부가 대응해 온 태도는 한국의 난민 정책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먼저 난민협약 및 난민법의 기본적인 원칙 가운데 하나는 강제송환금지 규정이다. 어떤 경우에도 난민을 생명의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는 곳으로 추방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원하는 사람들을 간이 심사만을 통해 자의적으로 송환시켜왔으며 제주에서도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한 예멘인 중 11명이 송환되는 일이 벌어졌다.


제주도에 입국한 난민신청자들에게 적절한 심사가 진행될지도 우려스럽다. 출입국은 난민 신청 후 6개월 이내에 결과를 통보해야 하지만 전국적으로 38명에 불과한 난민심사 공무원 한 명당 300건 이상을 처리하고 있기에 심사 대기가 1~2년 가량 적체돼 있다. 심사의 투명성과 공정성도 문제제기 돼 왔다. 신청자의 문화와 언어, 본국정치상황을 반영할 수 있는 역량 및 검증된 통역자가 확보되지 않아 담당 공무원의 편견과 예단에 의해 심사가 좌우되거나 위협적인 인터뷰로 인해 난민이 박해 사유를 입증할 기회를 박탈당하곤 한다. 긴 시간을 기다려 받아 든 심사결과는 도장을 찍어내듯이 똑같은 내용의 반쪽짜리 설명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적체되는 심사 대기기간 동안 난민신청자들은 알아서 살아내야 하는 생존의 극한 상황에 놓인다. 난민신청 후 6개월 이전까지는 생계비를 일부 지원하고 6개월 후 제한적으로 취업을 허가해 주고 있다.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전체 신청자의 4~6%가량만이 생계비를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절차들을 거치다 보면 2개월 정도만 받게 된다. 제주의 예멘 난민신청자들의 경우에는 생계비가 일체 지원되지 않았다. 이들이 거리로 나앉게 되고 지역·시민 사회에서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뒤늦게 제한된 업종에 취업을 허가해 줬다. 하지만 여전히 절반은 빈곤선에 놓여있고 지역사회가 여타 사회적 부담을 지고 있다.


어렵사리 난민인정을 받은 경우에는 3년간의 체류자격(이후 연장 가능)을 주는 것이 전부이다. 난민인정자가 한국사회에 적응·정착하기 위한 사회통합프로그램이나 사회보장체계로 연결될 수 있는 지원책도 없는 실정이다. 결국 이들이 사회 주변부에 고립되고 취약계층으로 전락해 결국에는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난민보호에 동참하겠다고 나선 지 벌써 25년, 난민법을 시행한 지 5년이 흘렀다. 이번 예멘 난민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여전히 난민정책의 빈 구멍을 드러냈고 그 결과 어렵사리 피난처를 찾아온 난민들은 원망의 대상이 됐다. 국적을 떠나 세계시민의 ‘인권’도 보호하겠다고 선언한 한국정부가 선언의 명분이라도 유지하려면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진 과제를 보다 현명하게 풀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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