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옥죄기 강화…풍선효과 해석
정작 ‘실수요’ 서민층 대출분 감소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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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고신용자들의 상호금융 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인 가운데, 지난 24일 서울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관리에 따른 은행 대출 옥죄기가 본격화하자 고신용자들이 상호금융으로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은행 주고객 타깃인 신용등급 1~2등급 고신용자들이 상호금융 대출 절반을 받아가면서 투기를 목적으로 한 우회로로 악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약한 규제…집중 원인”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형배(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호금융중앙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의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신규취급액 37조7,165억 원 가운데 절반 수준인 46.53%(17조5,499억 원)가 신용 1~2등급의 우량차주 대출로 파악됐다.
그동안 상호금융의 1~2등급 고신용자 대출자 비중이 ▲2018년 19.71% ▲2019년 21.41% ▲2020년 26.75%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대폭 늘어난 셈이다.
문제는 이같이 고신용자 대출이 늘어나게 되면 중저신용자 또는 저소득층 실수요 대출자들의 몫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자금 마련 등 정작 생계에 필요한 서민층 대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실제 우량등급 대출금액이 늘어난 기간 신용 7등급 이하 대출금액의 신규대출 비중은 ▲2018년 18.58% ▲2019년 16.72% ▲2020년 13.78%에 이어 올 상반기 10.51%까지 급감했다.
또한 상호금융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비율이 은행(40%) 등 타 업권 대비 150%로 매우 높다. DSR 규제 적용 측면에서도 그 대상이 개별 대출자가 아닌 평균 목표치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즉 특정 차주에게 DSR 200%를, 다른 차주에게 DSR 100%를 각각 적용해 평균 150%만 맞추면 된다.
결국 우량등급 대출자들이 은행에서 받지 못한 대출자금을 상호금융에서 충당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이 날로 높아짐에 따라 이들 고신용자가 상호금융을 대출 우회로로 선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저신용자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도 상호금융이라는 제도권 내 대출 가능성이 이들 우량등급 대출자의 대출 증가로 제도권 밖으로 밀릴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와 관련, 민 의원은 “우량등급 개인 고객들이 상호금융으로 몰리는 것은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가 약하기 때문”이라며 “은행권 대출 규제로 고신용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밀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고소득자의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대출규제 목표 달성은 실패할 것”이라며 “오히려 제2금융권을 주로 이용하는 계층이 자금을 조달할 곳이 사라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올 상반기 상호금융의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은 10조 원에 달한 상황이다. 특히 기업 주담대 규모는 23조 원을 넘어섰는데, 전체 기업대출 중 무려 98%가 부동산 관련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통상 연중 가계대출 최고치를 보이는 10월을 앞두고 은행권 대출 억제는 점차 강화되는 모습이다. 현재 주요 은행들의 추가 대출 여력은 턱밑까지 차오른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내건 올해 대출 관리목표는 연 5~6%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대출 여력은 지난 24일 기준 3조7,0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별로는 농협은행이 7.18% 증가율로 가장 높고, 하나은행 4.78%, 국민은행 4.29% 등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내달 정부의 추가 대출규제 대책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최악의 경우 이미 시작된 신규대출 중단 사태가 은행권에 릴레이처럼 번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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