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특수성 반영한 매뉴얼 제작·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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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의료기관 인공신장실에서 환자들이 혈액투석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사진=뉴시스) |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신장 등 질병으로 인한 투석 환자들이 재난 발생시 대응 가능한 매뉴얼이 없어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환자 당사자 중심’ 개편 목소리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이하 솔루션)은 보건복지부에 신장장애 특수성을 반영한 재난 대응 매뉴얼을 제작하고, 의료기관·관공서 등에 배포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고 6일 밝혔다.
재난 대상은 누구나 될 수 있지만, 환자들의 경우 더욱 고려해야 할 지점이 많다는 설명이다. 특히 신장 장애인은 외향상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경기도 투석병원 화재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신장 환자 4명이 사망했다. 또 코로나19 감염병 재난으로 격리된 기간 식단관리가 어려워 4일간 다른 음식 없이 캔영양식으로만 식사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신장 장애인은 평소처럼 투석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며,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생명에 큰 위협을 받는다. 투석 중 재난이 발생하면 과다 출혈이나 바늘의 세균감염 등을 방지하기 위한 처치가 필요하다.
특히 외부에서 제공되는 식단은 함부로 섭취할 수 없다. 바나나나 땅콩, 우유 등과 같이 칼륨이 풍부한 식품은 고칼륨혈증을 유발해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투석해야 생존할 수 있는데, 재난시 한 병원에 투석해야 하는 사람들이 몰려 지체되거나 거부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이같은 재난 상황에서 의료기관 종사자뿐 아니라 환자 당사자도 대응 방식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사자와 의료기관 모두가 쉽게 숙지 가능한 매뉴얼의 제작 필요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영정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사무총장은 “재난이 일어났을 때 가장 큰 문제가 투석환자 40명이 동시에 5분 안에 바늘을 빼고 나와야 한다”면서 “간호사가 지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개인이 숙지를 하고 바늘을 빼고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솔루션에 따르면 현재 전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재난 대응 매뉴얼은 존재한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제작한 ‘재난 취약 유형별 재난안전 가이드’나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의료기관 화재안전 매뉴얼’ 등이다.
이런 매뉴얼도 사회적으로 필수적이긴 하지만, 대부분 공통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신장장애 특수고려사항(상비약, 식단, 투석병원 연락망 등)만 따로 정리한 매뉴얼은 없다는 점에서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조성민 솔루션위원은 “맹점은 당사자가 스스로 움직여야 하는데, (현 매뉴얼은) 누군가가 도와줘야 한다”며 “당사자 중심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진 등 재난이 빈발하는 일본의 경우 이미 투석환자 대상 매뉴얼을 병원에서 배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투석 중 정전 발생시 수동으로 자가 수혈하는 방법, 고칼륨혈증 대비 소지해야 할 약품 종류와 복용 시기, 보건소 및 병원 등 긴급연락망 등을 포함돼 있다.
의료기관은 신장 장애인이 특히 많이 이용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매뉴얼을 숙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장애인 건강보건통계(2022)에 따르면, 신장 장애인의 1인당 입·내원일수는 평균 145.8일로, 2.5일에 한 번꼴로 병원을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유형 기준 평균 입·내원일수가 54.9일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모든 장애유형 중 가장 많이 입·내원하는 것이란 게 솔루션 측 판단이다. 게다가 이들은 입·내원해 단순 진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3~4시간을 투석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
이런 상황임에도 전국 1,234개소의 투석병원 중 신장 장애의 특수성을 반영한 매뉴얼을 소지한 병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솔루션 관계자는 “재난을 예방할 수 없다면 적절한 대응을 통해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기라도 해야 한다”며 “신장 장애인은 당장 그 재난 상황을 벗어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투석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움직임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특수성을 반영한 매뉴얼을 제작해 의료기관 종사자는 물론, 당사자들까지 기본적인 대응 방법을 숙지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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