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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로나 재확산에 따라 결혼이 임박한 예비부부들의 고충이 깊어진 가운데, 최근 이들 사이에서 예식장과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함. (사진=세계로컬타임즈DB) |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지난 주말부터 3일 동안 이어진 ‘꿀연휴’에도 올 가을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은 기정사실화된 ‘위약금 폭탄’에 떨었다. 지난주 말부터 조짐을 보인 국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에 참석을 약속했던 하객들의 ‘식장 방문 불가’ 통보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간 논란을 빚은 예식장 측의 ‘최소보증인원’ 고수 방침에 식장은 물론, ‘늑장 대처’ 도마에 오른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 실내 50인 이상 금지…애매한 ‘권고’ 기준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결혼식 인원제한 해제 및 연기‧취소시 위약금 없이 진행 요청’이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온 상태다. 이처럼 고통을 호소하는 예비부부들의 청원글은 제목만 달리해 이번 연휴 기간 수차례 게재되고 있다.
자신을 이달 30일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라고 밝힌 청원인은 “저를 비롯한 예비 신랑‧신부들은 지옥같은 연휴를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46명으로, 이번 연휴를 포함한 닷새 간 전국 총 1,000여 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실내 50인, 실외 100인 이상 각종 모임은 자제가 권고된다.
이 청원인은 정부가 구체적 지침을 내놓지 않음에 따라 예식장 측 입장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등 예비부부 피해가 커지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식장 측에서도 정부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없어 사태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한 예식장 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구청에서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오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정부 권고 단계에 따라 방역수칙 준수를 철저히 해 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청원인은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구체적 방침의 경우 연휴 뒤 각 지차체에서 나온다고 했다”면서 “선 발표 후 방침 이게 맞을까? 질본에선 금지가 아닌 권고라 하지만 언론과 주위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금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구체적인 방침도 정해지지 않고 공유되지 않은 채 결혼날짜만을 기다려야 한다면 이는 올바른 발표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무조건 제한을 풀어달라는 말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1년 이상 준비한 결혼식은 볼 수 있도록 마스크와 손소독 열체크 후 참석은 해도 되는 것 아닐까 한다. 최소한 연기나 취소를 할 수 있도록 웨딩홀에 권고는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올 봄 예식을 가을로 미룬 사람들이 많다”며 “너무 갑작스런 발표였으니 이 정도는 배려를 해주면 좋겠다. 예식장‧장례식장에서는 인원 제한 없애주길 바란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흔히들 요즘 세대를 삼포‧오포 세대로 지칭한다”면서 “현재 정부 지침은 결혼포기‧아기포기를 바라는 듯하다. 제발 발표 전 지자체에 정확한 지침 공유 및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고 발표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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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
최근 국내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뚜렷해지자 이같은 예비부부와 예식장 간 갈등이 정부의 애매모호한 행정 조치 탓에 더욱 커지고 있다는 여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으로 실내 50인 이상 모임 금지가 됐으나 권고 수준에 그치면서 예식장들은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자신들도 그동안 감염병 사태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는 논리다.
하지만 식장 측 요구로 이미 수백명 수준의 ‘최소보증인원’을 계약한 예비부부 입장에선 결혼식을 연기‧취소하자니 위약금이, 진행하자니 부족한 하객 수 탓에 막대한 식비를 계산해야 하는 진퇴양난에 처한 셈이다.
예식장이 마진을 이유로 사실상 일방 제시되는 최소보증인원은 통상 200~350명 또는 그 이상으로 설정된다. 결국 이번 권고에 따라 실내 50명 수준으로 계산하면(식비 5만원) 150~300명, 이는 최소 750~1,500만 원에 달하는 식장 측 손실 비용을 예비부부들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이같은 예식장 보증인원 논란은 올 초 국내 코로나19 확산 초반에도 예비부부를 중심으로 논란이 됐다. 특히 이들 상당수가 이번 가을로 결혼 일정을 연기한 이들이라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내달 중순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A씨(36‧여)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예식장이 너무 자신들의 상황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데서 화가 난다”면서 “누구도 예상 못했던 천재지변 상황에 양보는커녕 비용 전체를 예비부부들에 떠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대체 정부는 뭐하는 곳인가”라고 분노했다.
이어 “(예식장은) 지난 봄 누적된 회사 적자 탓에 올 가을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에게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면서 “스드메 등 이미 들어간 결혼비용에 식장 보증인원에 쏟아부을 돈까지 생각하니 최근 우울증에 걸렸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예비신랑 B씨(34‧남)도 “어느 예식장은 (최소보증인원) 줄여주고 또 다른 데서는 안 된다는 식의 일관성 없는 업계 관행이 더욱 실망케 한다”면서 “왜 우리가 예식장 손해까지 책임져야 하느냐. 정부는 이번을 계기로 정확하고도 일관성 있는 가이드라인을 업계에 신속하게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40만 명 이상이 모인 국내 최대 온라인 웨딩커뮤니티에서도 하루 수십 건에 달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관련 피해 글들이 쏟아지는 등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예비부부들의 고충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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