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여권 도입되나…보복소비조짐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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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국내 관광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내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창궐 1년이 훌쩍 넘은 시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업종으로 국가를 막론하고 관광‧여행업계가 꼽히고 있다. 세계 대부분 나라가 바이러스 전파를 우려해 국경을 막아세운 탓이다.
세계 대비 국내 방문 여행객 대폭 감소 기업규모 불문…업계 어려움 가중 일로 |
작년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세계 관광객이 70% 이상 줄어든 가운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감소율은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 보고서를 인용‧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 국제관광객은 3억8,100만 명으로 전년 대비 무려 74% 감소했다. 특히 지역별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국제 관광객이 84% 줄어들며 5,700만 명을 기록, 최대 타격을 받았다.
이중 한국을 방문한 외래 관광객은 85.6% 대폭 줄어든 251만9,000명으로 감소율은 85.6%에 달했다. 전 세계 관광객 감소율보다 더 큰 셈이다. 같은 기간 여행을 목적으로 해외로 출국한 내국인도 427만6,000명으로 이는 전년보다 85.1%나 줄어든 수치다.
이에 국내 관광‧여행업계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의 ‘전국 여행업체 실태 전수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폐업했거나 사실상 폐업 상태인 기업은 무려 4,000곳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신히 도산을 면한 회사라 하더라도 이 중 80.5%는 지난해 상반기 매출이 5,000만 원 미만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량실직 사태가 이어진 가운데 최근 우리여행협동조합에 따르면 작년 한 해에만 약 10만 명이 관련 직장을 잃었다.
특히 업계 대다수가 일자리에 취약한 영세‧중소사업장으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KATA에 따르면 관련업계 종사자는 지난 2019년 대비 17.5% 줄어든 2만8,571명으로, 업체당 평균 4.7명이 근무하는 꼴이다. 또한 지난해 9월 기준 1~2명 여행사는 70.6%, 3~4명이 14.4%로, 전체의 85%가 영세‧중소사업장이었다.
피해액 면에서도 지난달 기준 13조 원 규모로 추정됐다. 최근 임오경 의원(문화체육관광위‧더불어민주당)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건네받은 자료에 따르면 ▲여행업 7조4,000억 원 ▲호텔업 4조3,000억 원 등 관련업계 피해액은 이같이 나타났다.
여행업계 1‧2위 그룹인 대기업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유례없는 실적 악화에 하나투어는 인력감축을 포함한 대대적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올 들어 대상자 800명에 대한 희망퇴직도 병행 추진하고 있으며, 1년째 직원들의 유‧무급휴직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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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적인 백신 접종으로 국내 업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 화물기가 화이자 백신 수송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
모두투어는 최근 업계 3위 자유투어를 시장에 내놨다. 지난 2015년 인수 이후 6년 만에 일이다. 모두투어의 2020년 매출액은 연결 기준 548억 원으로 전년 대비 81.6% 급감했으며, 영업손실도 212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관광‧여행업계는 지난 1년간 고용유지지원금 등 혈세를 투입한 정부 지원으로 근근이 버텨왔다. 그럼에도 생존 한계에 직면했다는 푸념은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으며, 더욱 강화된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아우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가 재정의 한계가 있는 만큼 이런 정부의 ‘언 발에 오줌누기식’ 정책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많아봐야 고작 수백만 원에 불과한 일시적인 금액 지원만으로는 업계 전반에 드리운 그림자 전체를 거둬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영국을 시작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국민 절반 이상의 접종이 이뤄진 국가도 속속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백신여권 도입’을 둘러싼 글로벌 논의 역시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백신여권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를 소지한 사람에 한해 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백신 접종률을 기록 중인 이스라엘은 현재 ‘그린패스’라는 이름의 접종 증명서를 발급해 문화·체육행사 참석을 허용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중국도 ‘국제여행 건강증명서’를 만들어 다른 국가와의 상호인증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미국이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미 유력매체인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백신여권 도입은 미국이 일상생활로 더 빨리 복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경제활동 재개를 위해선 코로나19 면역이 담보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백신 접종자와 비접종자 간 구분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백신여권이 접종자들의 다중실내시설 이용을 더욱 안전하게 조성할 것이라 전망했다. 백신여권처럼 일괄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면 개별 레스토랑 등 실내시설 이용에 대한 백신접종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그러나 국제보건기구(WHO)의 앞선 우려대로 백신 부국과 빈국 간 불평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코로나19 백신의 예방률이 100%가 아닌 만큼 추가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방역심리를 느슨하게 해 또 다른 확산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 상황이다. 현재 우리 정부가 관련 검토에 조심스레 접근하는 이유다.
세계 백신접종 확대…새 국면 전환 계기 백신여권‧트래블버블 도입 등 관심 증폭 |
그럼에도 ‘백신여권 도입’ 사안은 특히 장기간 코로나19로 억눌려왔던 국민들의 여행심리에 불을 지피며 ‘보복심리’ 형태의 또 다른 국면을 만들어내는 모습이다. 또 코로나19 음성 확인을 전제로 상호 입국금지 조치를 해제하거나 격리를 완화하는 등의 ‘트래블 버블’ 논의도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이뤄진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코로나19 종식 뒤 가장 하고 싶은 일로 ‘해외여행’을 꼽는 국민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도 이를 증명하는 대목으로 읽힌다. 실제 업계에선 이같은 국내 소비자들의 ‘보복심리’에 대비한 각종 관광‧여행상품을 연달아 내놓으며 호평받고 있다.
최근 항공‧여행사들은 유통업계와 연계해 자가격리 해제 시점으로부터 1년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 형태의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먼저 티웨이항공은 인터파크투어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1년간 가격이 동결된 해외 왕복 항공권을 판매한다. 베트남‧태국‧필리핀‧홍콩‧마카오‧괌‧사이판‧일본 등 주요 단거리 인기 여행지가 대상으로, 판매가는 20만~30만 원대 수준이다.
상호 국가 간 자가격리 해제 뒤 공식적 해외 출국이 가능해진 시점으로부터 1년간 이용할 수 있는 단거리 노선 왕복 항공권을 바우처 형태로 사전 판매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참좋은여행사는 최근 롯데홈쇼핑과 손잡고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을 판매했는데 일시적으로 1만5,000여 명이 대거 몰리는 등 국내 소비자들의 여행에 대한 ‘보복심리’가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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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기간 코로나19로 억압돼왔던 국민들의 여행심리가 최근 보복소비 행태로 표출되며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
이런 국민들의 여행 보복심리는 최근 항공사들의 잇단 ‘무착륙 관광비행’ 상품 도입의 성공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특히 호텔이나 면세점 등 연계산업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사실 무착륙 관광비행은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항공‧여행 업계가 내놓은 고육지책으로, 사업 초반만 하더라도 기존 업계 예상대로 탑승률 50%조차 채우지 못 할 만큼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국내 3차 유행 등 코로나19 장기화가 지속되자 저가항공사는 물론 대한‧아시아나 등 대형항공사까지 관련 상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탑승률은 현재 80~100%로 훌쩍 뛴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상품은 면세점 이용도 가능해 업계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다.
아직 국내에선 백신여권 사안은 수면에 가라앉아 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백신접종 시작과 더불어 ‘트래블 버블’ 관련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인 가운데 여행심리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대한항공‧하나투어 등 항공‧여행 관련 주가 또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관련 업계‧전문가들은 여전히 국내 코로나19 유행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철저한 방역을 전제로 한 관광‧여행산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섣부른 방역심리 완화가 자칫 4차 대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방역당국의 감염병 관리 및 국회 차원의 업계 지원 방안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도래하게 될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삶의 질을 한 차원 더 높이기 위해서는 관광‧여행산업 발전이 필수인 만큼 전 사회적인 고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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