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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동보조기기 이용률은 높아지고 있으나 안전성은 크게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2월 차도로 운행하던 전동 휠체어가 택시와 교통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했다.(사진=뉴시스) |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전동휠체어 등 전동보조기기를 이용하고 있는 장애인 수가 최근 부쩍 늘어났음에도 이에 대한 사회 전반적 안전의식 수준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악한 환경 탓에 이 기기를 이용하는 대다수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크게 제한된 가운데 비장애인 절반은 전동보조기기를 보행자가 아닌 ‘차량’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현행법에 따라 전동보조기기는 보행자로, 일반 도로가 아니라 보행 도로에서 이용돼야 한다.
◆ 일부 이용자조차 ‘보행자’ 인식 못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이 23일 발간한 장애인정책리포트에 따르면 2017년 조사결과 전동보조기기(전동휠체어‧전동스쿠터) 이용자는 10만2,593명 이상, 필요 인원도 20만 명을 넘어섰다.
전동보조기기란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변속‧제동장치가 구비된 보행보조용 의자 차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자 잔존 신체능력에 따라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 중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전동휠체어는 수동휠체어에 비해 몸에 무리가 가지 않고 속도와 이동거리의 제한이 높아 장애인들의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장애인 10명 가운데 8명은 매일 장애인 보조기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 중 25%는 하루 11시간 이상 기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한국소비자원의 2015년 전동보장구 이용실태조사에서도 이용자 과반수 이상이 매일 전동보조기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이처럼 ‘장애인의 필수품’이 된 전동보조기기의 현재 위상에도 우리 사회는 그동안 이들 기기에 대한 안전 관련 대책을 사실상 방치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장총 관계자는 “증가하는 전동보조기기 이용자 수에 비해 이용환경과 안전은 열악하다”며 “전동보조기기 이용을 위한 환경개선과 안전 방안들이 계획됐지만 현실적 문제에 부딪혀 원활하게 개선되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현행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보행자는 일반 보행자 및 유모차, 국토교통부 장관 협의 후 총리령으로 정하는 보행보조용의자차 등으로 규정돼 있다.
여기서 말하는 보행보조용의자차는 식약처의 의료기기 규격에 따른 수동휠체어와 전동휠체어, 의료용 스쿠터를 포함한다. 이중 전동휠체어는 해당 법률상 ‘보행자’로 규정돼 인도로 주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전동보조기기 이용실태조사’ 결과 비장애인 가운데 무려 54.7%가 전동보조기기에 대해 ‘보행자인줄 몰랐다’고 답변했으며, 심지어 이용자 27.5%도 같은 인식을 보였다.
게다가 전동보조기기 속도제한에 대한 ‘법령 불비’ 문제로 사용자는 물론, 비장애인 보행자들의 안전 위험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자의료기기 기준규격’에서 표준이 되는 전동보장구 최고속도를 15km/h로 정하고 있을 뿐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상 주행 속도 규정이 없어 인도에서 빠른 속도로 주행할 경우 주행자는 물론 보행자 모두가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특히 보도에서 시속 15km 이상 낼 수 있는 전동보조기기가 실제 주행하게 되면 비장애인 보행자 등이 큰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 무관심에 법도 미비…“모두의 위험 키워”
해외에서 이런 기기를 이용해 보도로 주행할 때 주행속도 및 안전수칙을 자세히 정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한국장총은 “일본 6km 등 해외에선 보도 내 보행속도 또는 최소 10km 이하로 주행속도를 제한하는 규정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6km 이하로 주행하라는 ‘권고’만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전동보조기기는 보행자로서 인도만을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된 반면, 영국은 전동보조기기 이용자들의 ‘차도’ 이용 권리를 부여하고 지켜야 할 안전수칙도 함께 명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행자’인 전동보조기기가 고르지 못한 보행도로 노면 등 열악한 환경에 부딪혀 차도로 밀려나면서 교통사고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기 이용자들의 차도 이용 비율은 전체의 37.3%로 조사된 가운데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는 비율도 8.4%나 됐다. 차도 이용 이유로 ‘차도의 노면이 다른 도로보다 안정적이어서’, ‘다른 도로보다 장애물이 적어서’, ‘다른 도로보다 안전해서’, ‘덜 혼잡해서’ 등이 꼽혔다.
이런 상황은 실제 인명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작년 2월 한 장애인이 어머니를 동행한 채 전동휠체어를 차도로 운행하던 도중 택시에 치여 어머니가 사망하고 이용자도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그해 11월에도 차도로 주행하던 전동휠체어 이용자가 교차로에서 1톤 포터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일반 보도의 열악한 환경 탓에 차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도 전동휠체어 이용자 안전을 위한 대책은 전혀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이용자 측면에서도 안전‧주행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동보조기기 안전교육은 현재 매뉴얼과 동영상으로 제공되고 있으나, 실제 운행교육을 받지 않아도 운행하는 데 제한은 없는 상황이다. 교육 의무 사항이 없다는 이유다.
이처럼 느슨한 교육 상황은 안전의식 결핍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원이 2015년 내놓은 전동보조기기 안전벨트 착용조사 결과 ‘거의 착용하지 않는다’가 51.9%, ‘가끔 착용’은 29%로 나타나 안전사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한국장총 관계자는 “전동보조기기는 의무적인 교육이수시간이 존재하지 않고 따로 주행교육을 받거나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아도 주행에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며 “이는 전동보조기기 이용자뿐 아니라 타인 또한 위험에 노출시키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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