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 수리 및 문화유산 촬영하는 정명식 작가편
 |
▲ 정명식 작가.(사진=변성진 작가) |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예술은 늘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작품전시가 개최되고 있으며, 수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내적 외적으로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대중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예술가의 작업 결과물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힘들다. 예술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기 전에는 완벽한 소통이 아닌 순간의 감성 소통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사진작가 변성진의 <예술가, 그게 뭔데?>는 이런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갈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예술을 위해 자신의 삶을 사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예술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예술이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등등 예술가 이야기를 군더더기없는 질의·응답 형식으로 들어봤다.
관련 릴레이 인터뷰 중 스무 번째로, 대(大)목수이자 사진작가로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수리하고 촬영하는 등 자신만의 독보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정명석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 구례 화엄사 2007.ⓒ정명식 작가 |
Q: 자기소개.
A: 저는 국가 유산(서울 경기권 4대 궁궐, 조선왕릉)을 수리하는 대목수로서 한국의 문화유산을 사진으로 담아 ‘Korea. Uncovered’ 시리즈 작업을 하는 정명식입니다.
Q: 작업 또는 활동 사항이 궁금합니다.
A: 1996년 건축학(건축 설계) 전공 시절부터 건축, 미술전공의 여느 학부생들이 그렇듯 사진 수업을 듣게 됐고 기록을 남기기 위한 고건축 촬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시작으로 2004년부터 주제를 가지고 사진 작업을 정리하고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주로 한옥 문화재와 전통 사찰을 시공하며, 현장의 진행 상황과 주변 문화재를 기록했습니다. 선배 목수들의 기술과 도구 흔적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다 보니 그 장소의 성격과 역사성이 함께 기록돼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일하면서도 언제든지 사진 찍을 준비가 돼 있었고, 한 장도 놓치면 안 되는 기록의 중요성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개인 전시를 목표로 수많은 고건축을 촬영한 필름과 컴퓨터 하드 디스크의 사진 자료를 정리하면서 제 이야기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후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공부한다는 각오로 서울에 가서 전시를 관람하고 사진 책을 읽으며 공부했고 10여 년 동안 친구들과 여러 단체전 등에 참여했습니다. 2014년에 첫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현재는 약 2년 주기로 작품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
▲ 다비.ⓒ정명식 작가 |
Q: 지금 하는 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A: 국가 유산을 수리하는 대목수의 사명감도 있고 사진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확한 개념 정리를 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대목수로서의 일과 사진 작업을 위한 일 사이에서의 고민은 서로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Q: 추구하는 작업 방향 또는 스타일이 있다면.
A: 누구나 그렇듯 사진 작업을 하며 어떤 형식에서든 제 사진 스타일이 드러나길 원하지만, 아직 그 과정 중이므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작업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저를 문화유산을 주로 촬영하는 사진작가로 불러주지만, 사실은 뮤지션, 발레 등 다른 주제도 촬영하고 있으며, 빛과 그림자를 통해 주제와 사진의 완성도를 높일 방법을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Q: 작품 활동에 있어 이것만은 꼭 지킨다.
A: 작가 노트와 전시 작품을 준비할 때도 부족하더라도 다른 이의 글을 인용하거나 차용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며 제 사진의 형식을 정리하기 위해 저의 생각에서 우러나오는 언어와 개념으로 표현하려고 합니다.
 |
▲ 발끝으로 서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것들 2022.ⓒ정명식 작가 |
Q: 영향을 받은 작가(롤모델) 또는 작품과 이유는.
A: 한국의 다양한 사진가들의 작품을 보며 연구했으며, 현재도 여러 선배, 동료 사진가들의 작품을 보며 영감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자신만의 고유한 사진 스타일을 가진 작가들을 존경합니다.
Q: 본업 병행 작가와 전업 작가 사이에서 고민하는 분들에 대한 생각.
A: 결국 먹고 산다는 측면에서 병행과 전업의 선택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장비, 편집 기술, 인화 액자, 전시, 출판 등 다양한 요소가 개인의 의지대로 실행 가능하고 그에 따른 비용 문제도 발생하게 되니 병행과 전업에 대한 정답은 없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Q: 본업과 작품 활동을 겸하고 있는 당사자로서 어려운 점.
A: 직장 생활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면서 주변 시선이 항상 긍정적이라고는 할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직장 동료들조차도 색안경을 끼고 판단해서 힘들었지만, 지금은 많은 동료가 저를 사진작가로 인정하고, 전시장에 찾아와주는 등 누구보다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직장 외에서도 제 직업 특성상 궁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마음 놓고 촬영할 수 있는 마치 프리패스 특권을 행사할 거라는 시선으로 보시는 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휴일인 주말과 퇴근 후 저녁 시간에 집중해 주로 절과 사찰을 촬영하고 있는데 작업 시간은 제한적이지만 깊이 있는 작업에 대한 고민은 끊임없이 하고 있습니다.
 |
▲ 종묘 2013.ⓒ정명식 작가 |
Q: 작가에게 철학이란 어떤 의미로 작품에 반영이 되나요.
A: 한때는 나도 작가라는 자만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선배와 동료들의 작업과 글로부터 작가로서의 철학과 개념을 깨닫게 됐고 스스로 반성하게 됐습니다. 작업을 통해 단순히 건물의 외형을 촬영하는 것에서 건축물의 마음을 바라보는 사진가로 진화하려고 노력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제 목표는 ‘Korea. Uncovered’라는 큰 주제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주제의 작품을 발표한 후 상징적이지만 10권의 사진집을 늦더라도 한 권씩 정성스럽게 만들어 그동안 촬영한 다양한 한국 이야기를 남기고자 합니다.
Q: 나는 이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A: 한국의 국가 유산을 수리하는 대목수이면서 공간이 품고 있는 심상(心象)을 사진으로 잘 표현하는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
▲ 창덕궁 2016.ⓒ정명식 작가 |
[인터뷰: 변성진 작가/ 자료제공: 정명식 작가/ 편집: 김영식 기자]
[저작권자ⓒ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