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변창흠 장관 경질을…농지는 농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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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H 직원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경기 시흥시 한 토지에 보상 목적으로 추정된 묘목이 빼곡히 심어져 있다. (사진=뉴시스) |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며 온 사회가 떠들썩한 가운데 각 기관들의 자체 조사 및 정부 합동조사단 활동도 시작됐다.
그럼에도 더욱 의구심이 깊어지기만한 1차 수사결과 발표와 여전히 팽배한 국민 공분을 토대로 공직자 투기 조사대상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시민사회 주장이 나왔다.
◆ 정부 1차 발표…“졸속 조사로 사태 덮는 것 아니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12일 성명을 내고 “3기 신도시 개발을 전면 중단하고, 조사대상 범위를 3기는 물론 지난 2기 신도시와 공공택지‧그린벨트 등으로 대폭 확대하고 최근 10년간 거래‧보상내역까지 전수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1일 ‘3기 신도시 공직자 토지거래 정부 합동조사단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교통부 공무원과 LH 직원 등 총 1만4,300여명을 조사해 기존 투기 의혹이 제기된 14명 외 7명의 투기의심 사례를 확인한 바 있다.
다만 청와대는 비서관급 이상 368명의 참모진과 직계가족을 전수 조사했는데 투기로 의심되는 거래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정부 조사결과와 관련해 경실련은 “초라하다”고 논평했다. 되레 정부‧여당의 졸속적 조사로 공직 투기를 덮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
이에 경실련은 ▲투기 조사지역과 조사대상, 조사주체 등 조사방법의 전면 개선 ▲변창흠 국토부 장관 경질 및 3기 신도시 개발 중단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농지법 및 공직자 재산공개제도 전면 개정 등을 정부에 재차 촉구했다.
우선 경실련은 “공직자 투기는 전국에 걸쳐 음습하게 만연돼 있다”면서 “조사 대상을 국토부‧LH로 한정할 게 아니라 선출직 공직자(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의회 의원), 정부의 국토부 등 개발정책 관련 부처 및 산하 공기업, 지방정부 및 산하 공기업의 직원 및 가족까지 전수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동산 투기가 은밀하게 이뤄지는 습성을 감안해 수사주체로 검찰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공직자들의 개인정보까지 조사‧수사‧자금추적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 사안의 특성으로 볼 때 정부 합동조사단은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변 장관 경질과 3기 신도시 개발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경실련은 “앞서 변 장관은 ‘이들(LH 직원)이 개발정보를 알고 땅을 미리 산 것은 아닌 것 같다. 수용은 감정가로 매입하니 메리트가 없다’ 등 LH 직원들의 땅 투기를 감싸고, 이 사건의 심각성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등 국무위원으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버렸다”고 작심 비판했다.
이어 “국토부 수장일 뿐만 아니라 LH 직원들의 투기 당시 LH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변 장관이 장관직을 계속 수행한다면 어떤 국민도 정부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도시 개발과 관련해선 “투기 공직자들의 철저한 처벌과 재발방지대책 없이는 정부가 그 어떤 강력한 표현을 하더라도 실효성 없는 허언에 그칠 것”이라며 “투기가 허용되는 한 신도시 개발은 청렴한 공직사회 만들기는 물론 집값 안정에도 무의미해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공직자 투기행위 ‘법적‧제도적 개선’ 시급
특히 경실련은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행위 관련, 법적‧제도적 개선이 시급함을 강하게 지적했다.
먼저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통한 투기의 원천적 접근 차단이다. 경실련은 “공직자가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자신이나 가족의 인·허가, 계약, 채용 등 과정에서 사적 이익을 취하지 못 하도록 이해충돌방지법을 즉시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은 공직자의 부정청탁으로 제한돼 있고, 허술한 개별법들로는 공직자들의 투기를 예방하거나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이번 사건의 당사자들이 ‘몇 년 후 다 살아올 것’이란 말을 버젓이 하는 이유가 법률의 이런 허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직자들의 부동산을 등록하고 관리하며 위법 행위 시 처벌하는 이해충돌방지법이 시급히 제정돼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근 공직자 투기방식으로 드러난 농지 매입 ‘꼼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미 헌법에 규정된 ‘경자유전의 원칙’이 더욱 엄격히 준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헌법 제121조 ‘경자유전 원칙’에 따르면 농지의 소유자격을 원칙적으로 농업인과 농업법인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농지법 제6조 1항은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이를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경실련은 “농지법의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하다”며 “이번 사건으로 비농민들이 ‘어떻게’ 농지를 소유할 수 있었는지 실태가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실련은 “정부가 농지 소유‧이용에 대해 제도적으로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고 방치해 누구나 서류만 잘 꾸미면 쉽게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된 데다 사후적 관리도 허술해 농지를 투기 대상이 되도록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 농사를 짓지 않으면 농지를 소유할 수 없도록 전면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면서 “비농업인이 세대당 1,000㎡(약 300평) 미만으로 농지를 소유하도록 허용(주말농장 제도‧2003 도입) 실태, 농업회사법인 비농업인 임원들의 농지 투기와 임대차 등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경실련은 다음주 중에 ‘공직자 부동산 투기 신고센터’를 개설해 관련 제보를 받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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