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녹사평역 분향소 설치 제안
유가족 “후안무치식 태도…불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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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오후 서울광장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분향소 앞에서 서울시 행정대집행 2차 계고서 전달 과정에서 시 관계자가 유가족 등과 대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 분향소 설치 사안을 두고 서울시와 유가족 간 갈등이 깊어진 가운데 유가족 측은 서울시 제안을 두고 “후안무치식 태도”라며 향후 직접적 소통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 서울시, 오는 15일까지 철거 유예
7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오늘 서울시가 시청 앞 분향소 설치가 불법이므로 녹사평역 지하 4층 추모공간 수용 여부, 불수용시 대체공간을 주말까지 제안해달라고 발표했다”면서 “시의 후안무치식 태도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특히 협의회는 그간 서울시가 유족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다는 발표를 한 데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협의회는 “(서울시의) 일방적인 면담요청만 있었고 추모·소통공간에 대해선 지난해 12월 21일 제안한 민간건물 3곳 이외에 어떤 제안이나 협의도 없었다”며 “그것도 유가족들에게 직접 제안한 것도 아니고, 내용면에서도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고 했다.
이어 “오세훈 시장은 지난달 6일 국정조사를 받으러 왔다가 사전연락도 없이 기자를 대동하고 유가족들에게 들렀다”며 “그 자리에서도 추모공간을 제안하거나 논의한 바 없고, 그저 기자를 대동해 유가족들과 소통하는 듯한 모습을 찍으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오신환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유가족이 선호하는 장소를 찾고 제안할 시간을 주기 위해 일주일간 행정대집행을 미룬다”고 밝혔다. 오는 15일까지 시청 앞 분향소 철거를 유예하겠다는 것이다.
오 부시장은 “시에 아무런 통보 없이 기습·무단 설치한 시설물을 철거하는 것은 행정집행기관으로서 지극히 마땅한 조치”라며 “서울광장 내 상설 추모 시설물은 시민의 공감대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유가족 측이 요구한) 공간을 찾으려 부단히 노력했고, 반대하는 이태원 상인들과도 직접 만나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이런 과정을 유가족 측에도 전달했음에도 느닷없이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해 당황스럽다”고 했다.
반면 유가족 측은 서울시가 마땅한 제안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지하는 것을 ‘협의’라 부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협의회는 “유가족 측이 100일 추모대회를 앞두고 세종로공원에 분향소를 설치하고자 지난달 30일 행안부지원단 및 서울시를 만나 제안했지만, 이튿날 서울시는 불허 의사를 통보했다”면서 “이후 오 부시장이 협의회에 전화를 걸어 녹사평역 지하 4층을 추모·소통공간으로 마련했으니 와 보라고 통보했다. 이에 부적절한 장소일 뿐만 아니라 세종로 공원 분향소를 거절한 이상 이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협의회는 “마치 녹사평역 지하 4층 공간을 지속적으로 협의해왔는데, 갑자기 유가족 측이 서울시청에 기습적으로 분향소를 설치했다는 식의 서울시 설명도 사실과 다르다”면서 “되레 유가족협의회가 공식적으로 세종로 공원 분향소 설치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단박에 거절하고 녹사평역 지하 4층을 기습적으로 제안한 사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녹사평 지하4층을 던져주고 받으려면 받고 말려면 말라는 식의 안하무인격 태도를 협의라고 한다면 더 이상 소통은 불가능하다”며 “협의회는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서울시와 더이상 직접 소통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협의회는 “초라하고 서럽더라도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힘으로 세운 시청분향소를 굳건히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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