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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 성균관대 유학대학 교수 |
동물학자들은 수천 건이 넘는 관찰을 통해 침팬지가 자신을 친절하게 대해준 상대와 먹이를 나눈다는 것을 알아냈다.
침팬지들은 ‘털고르기’를 통해 사랑과 우정과 협조와 화해로 소통한다.
매일 아침 그들은 정글짐에 모여 털을 고르는데 이 때 동물학자들은 털고르기의 짝이 누구인지를 유심히 본다.
이 수박을 먼저 차지한 침팬지는 자신만의 분배 원칙에 따라 이 먹이를 나눈다.
그 기준은 아침에 한 털고르기이다. 자신에게 털고르기를 해 준 침팬지는 수박 조각을 가져가도록 두지만 그러지 않은 상대에게는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아침 털고르기와 오후 간식시간 사이에는 몇 시간 정도의 간격이 있다. 그러므로 침팬지들은 시간의 흐름을 거쳐 자신들의 만남과 도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호의를 감사로 되갚는 것과 똑같이 보복도 행해진다. 침팬지는 자신에게 손해를 준 상대에게 빚을 갚는다.
서열이 높은 암컷이 다른 암컷을 자주 공격했을 때 공격을 당한 암컷은 억울하지만 자신의 힘이 약하니 참고 묵묵히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어느 날 자신을 괴롭힌 암컷이 다른 암컷들과 싸우게 되면 그들과 합세하여 자신을 괴롭힌 암컷에게 소심하게 복수한다.
지능이 높은 동물들은 인간에게도 앙심을 품고 보복할 수 있다.
동물세계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감사와 복수는 인간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유학에서 가르치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은 보복과 연관될 수 있는 개념이다.
수(羞)는 부끄러워하는 것이고 오(惡)는 미워하는 마음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부끄러워하고 무엇을 미워할까?
그 대상은 모두 ‘잘못된 것’, ‘잘못된 행위’와 연결돼 있다.
요즈음 잘 나가는 연예인들이 이 수오지심에 걸려들었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친구들을 괴롭힌 일, 이른바 ‘학교폭력’ 때문이다.
한 사람의 문제가 터져 나오니 연이어 몇 사람이 줄줄이 소환됐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에게 폭력을 가한 가해자를 떠올리기조차 싫은데, 이들이 버젓이 스타로 행세하며 대중매체를 통해 얼굴을 드러내고 있으니 참기 힘든 괴로운 일이다.
침팬지도 감사와 보복을 할 줄 아는데 불과 몇 년전에 괴롭힘을 당한 인간들이 어찌 입을 다물고만 있을 것인가!
하지만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감추고 있어 수많은 사람들의 분노와 안타까움을 부른다.
동물들은 오히려 과거의 사건들에 대해 화해하고 용서하는 일들을 반복한다.
그러니 어떤 동물들이 싸우고서 화해하지 않았다고 하면 동물세계의 이야깃거리가 된다.
사람들은 연예인들이 학창시절에 저지른 가혹한 행위를 미워하고[惡] 있다.
지금이라도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이[羞] 여겨 뉘우치고 용서를 비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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