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중심 교통정책·예타 건설규칙 부재가 ‘걸림돌’
지상중계_2017대한민국 트램 심포지엄
▲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트램 심포지엄에서 토론자들이 새로운 대중교통수단인 트램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라안일 기자> |
[세계로컬신문 라안일 기자] 노면전차로 불리는 트램은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외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의 이동권과 시민들의 보행권을 확보할 수 있고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지속가능한 교통체계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용이 기존의 4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해외에서는 자동차 때문에 사라졌던 트램이 자동차가 지닌 문제의 대안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새로운 대중교통수단으로 트램을 주목하고 있다. 트램 도입을 처음 추진했던 대전을 비롯해 수원, 제주 등 10개 지방자치단체에서 트램을 추진 중이다. <편집자주>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트램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트램이 친환경, 저비용, 약자 이동권 보호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대중교통수단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트램이 자동차가 점거한 거리를 보행자 친화거리로 조성할 수 있어 도시재생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로 지나가기만 했던 거리가 사람이 거닐 수 있는 거리로 변해 도시재생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승용차 중심 교통정책과 지하철과 같은 건설규칙 적용으로 사업타당성 조사 통과가 어려운 점을 걸림돌로 바라봤다.
▲ 도명식 한밭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가 ‘트램을 활용한 대중교통중심도시 건설과 향후 과제’의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라안일 기자> |
▲ 황희 국회의원이 ‘도시재생과 트램, 서울 양천구 사례’의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사진=라안일 기자> |
▲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장택영 박사도 ‘지속가능한 교통, 녹색트램’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라안일 기자> |
‘트램을 활용한 대중교통중심도시 건설과 향후 과제’의 주제발표를 한 도명식 한밭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고령화, 인구절벽, 탄소 감축 등 시대에서 트램은 이미 대세”라며 “새로운 대중교통수단 선정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음세대, 환경친화, 비용 효율성 등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지속가능한 교통, 녹색트램’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장택영 박사도 “21세기 들어 삶의 질 향상과 인간중심의 사회 조성에 따라 자동차 중심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중교통 강화와 도시공간 재분배 움직임이 일어났으며 그 중심에 트램이 있다”며 “트램이 교통약자의 안전한 이동수단과 함께 이산화탄소 감축 교통수단으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황희 국회의원은 ‘도시재생과 트램, 서울 양천구 사례’의 기조발제를 통해 “친환경성, 교통약자 이용 편의성 제고, 교통량 감소효과, 저비용, 수송효율성, 도심 내 이동성 제고 등으로 트램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의원은 트램이 지니고 있는 여러 장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트램 도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황 의원이 제시한 ‘해외 트램 도입 현황’에 따르면 세계 50개국 400여 도시에서 트램을 운영 중이며 특히 2000년 이후 새로운 대중교통 건설 시 트램의 비중이 80%에 달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해외 선진국들이 트램에 주목한 이유를 여러 사례를 들며 알렸다.
장 박사는 영국, 프랑스, 일본이 트램 도입으로 대중교통이용량 증가, 거리 소매상 매출 향상 등 다양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장 박사는 “영국은 지역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그 결과 교통안전, 대기길 개선은 물론 소매상의 매출도 늘어났다”며 “프랑스와 일본도 비슷한 효과를 보고 있다. 세계 어느 선진국을 가도 트램은 다 있다. GDP 3만불 진입을 앞두고 있는 우리도 유모차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트램 심포지엄 참석자들이 황희 국회의원의 기조발제를 듣고 있다.<사진=라안일 기자> |
도 교수는 미국 뉴욕, 스위스 비엘-비엔느, 호주 시드니 등에서 운영 중인 트램의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뉴욕시는 2007년 6월부터 2009년 사이에 자동차 도로들을 보행자 친화거리로 신속히 전환하고 자전거 도로 322km를 신설했다”며 “이를 통해 보행자 수는 11% 증가했으며,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사람 수는 84% 증가하는 등 활기찬 도시가 됐다”고 했다.
이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시 등 유럽의 도시들은 저탄소화 도시 만들기를 위해 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호주 시드니는 다른 교통수단과의 연계성, 경제성, 경관성을 이유로 고가로 가다가 트램으로 내려왔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양근율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부원장도 1990년대 프랑스 유학경험을 토대로 트램의 우수성을 알렸다.
양 부원장은 “스트라스부르시에서 공부할 때 트램을 처음 봤는데 굉장히 편안하고 좋다는 걸 느꼈다”며 “트램이야말로 도시재생을 수단. 고령화 사회 교통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전문가들은 트램이 도시재생의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승용차가 차지한 거리를 시민에게 돌려주면서 거닐 수 있는 도시가 형성돼 상권 활성화는 물론 보행권 확보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황 의원은 과거의 도시재생이 도시계획과 교통계획이 분리돼 효과가 약했다며 트램은 저비용의 교통약자를 위한 수단, 무선으로 경관성 확보, 도시연계성 및 토지활용율을 높여 도시재생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장 박사는 프랑스의 경우 1980년대 국내교통기본법을 제정하면서 트램 등 대중교통 투자확대와 보행과 자전거 확대로 차량진입 규제 등 교통관리 고도화, 보행자 공간 확충, 쇼핑통행 36% 증가 등의 효과를 봤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여러 장점과 해외 사례에도 트램의 국내 도입이 미진한 이유로 ‘트램 3법’으로 불리는 법제도 미비와 함께 승용차 중심 교통정책, 경제적 편익만 고려한 예타 등을 꼽았다.
▲ 대구에서 온 한 시민이 트램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사진=라안일 기자> |
박준환 국회 입법조사관은 “새로운 교통수단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법 제도적인 과제가 선행돼야 한다. 트램 3법에 대한 부분들이 진전됐다. 2법은 통과했고 도로교통법이 남아있지만 연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타문제는 트램이 지하철, 경전철에 비해 간단한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운영규칙이나 기준이 없기 때문에 좀 더 비싼 계측값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 트램에 맞는 건설규칙, 운영규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 부원장은 “법이 된다고 트램이 확장될 것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예타는 경제성만 따지는 데 교통수단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시는 트램 도입하면서 승용차를 진입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통정책은 승용차 이용을 권하고 있다. 트램은 현재 정책을 반하는 것으로 트램 확산을 위해서는 새로운 가치관을 세워야 한다. 정책적으로는 많은 부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인규 국토교통부 광역도시철도과 사무관도 “트램과 관련 사업타당성 검토에서 기준이 없어 어렵다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며 “기준 개정에 많은 노력을 쏟아 제도적 미비로 트램 도입의 어려운 점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트랩 3법 중 국회통과가 남은 도로교통법에 대해서도 국토부령으로 트램 건설 및 기준을 제정해 전문가 및 지자체와 논의를 거친 후 10월 입법예고하겠다고 했다. 정기국회에서 논의되면 11월 안에 제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양 부원장은 이날 미국 휴스턴에서 발생한 태풍을 거론하며 국내에서도 이산화탄소 줄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하며 트램을 통해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휴스턴에서 발생한 태풍은 초기에는 열대저기압이었다. 그런데 기온이 높은 휴스턴에서 태풍으로 발전했다”며 “이번 태풍은 대중교통분담률과 이산화탄소와의 상관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홍콩은 대중교통분담률이 89%로 0.4톤의 탄소가 배출된다. 그런데 휴스턴은 대중교통분담률이 낮아 5.7톤의 탄소를 배출한다. 이 탄소들이 도시의 온도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탄소를 줄이는 것을 남의 집 보듯이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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